북한군 포로 2명, 한국 이송 비공개 이유… “가족 안전과 인권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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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파병 북한군 2명, 우크라이나 포로 거쳐 한국 이송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2명이 이미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멕시코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에서 환송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멕시코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멕시코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에서 환송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27일 경향신문은 포로의 신변 안전과 국제법 원칙 등을 고려해 관련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현재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치료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 포로 한국 이송, 정부가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

정부가 가장 먼저 꼽은 이유는 포로와 가족의 안전이다. 두 포로의 가족은 여전히 북한에 남아 있다. 게다가 이들은 러시아에 파병됐던 북한군이라는 신분 때문에 국내에 머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다른 북향민보다 신변 위협이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송 사실이 알려진 직후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등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4일 엑스(X)에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 공개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오가고 있는 지난 25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접경지역 마을이 보이고 있다. / 뉴스1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 공개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오가고 있는 지난 25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접경지역 마을이 보이고 있다. / 뉴스1

지난 25일(현지 시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멕시코시티에서 기자들을 만나 비공개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경향신문에 "조용히 처리해야 신속하고 원만하게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한다는 데 양해가 있었다"며 "가족의 안전이나 인권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제네바 제3협약 제13조는 전쟁포로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포로를 대중의 호기심에 노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북향민의 입국 사실과 경로도 공개하지 않아 왔다. 귀순 사실이 이미 알려진 고위급 인사나 본인이 직접 공개 활동에 나선 경우만 예외였다.

한 정부 당국자는 경향신문에 "대다수 북향민(북한이탈주민)은 신변보호 등을 이유로 입국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얼굴이 알려졌다 하더라도 입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친필편지로 한국행 원했던 포로들… 북·미 대화도 고려됐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뉴스1

두 포로는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 응하거나 시민단체가 공개한 친필편지를 통해 한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따라서 이번 비공개 결정에도 포로 본인들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5일(현지 시각) "당사자의 희망과 국내법·국제법적 기준, 인도주의적 원칙에 근거해 일관된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외교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를 앞두고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려두기 위해 신중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보낸 군인들을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 그런 만큼 파병 군인이 한국으로 간 사실을 북한이 곱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공개는 우크라이나에서…청와대 "공식 사과하라"

이송 사실은 한국이 아닌 우크라이나 쪽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연설 도중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직접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의 참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부각하려고 이를 공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전쟁 당사국 정상이 이례적으로 포로 이송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비공개를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엔총회·멕시코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뉴스1
유엔총회·멕시코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뉴스1

그러자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5박 7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 명의로 입장문을 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나라는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보안을 먼저 요청한 쪽도 자국 내 비판 여론을 우려한 우크라이나였다.

성 수석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우리 대통령의 정당한 발언을 두고 거짓 사실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두 나라의 신뢰와 우호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추가 대응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7일 소셜미디어(SNS)에 "북한 정권 눈치 봐서 저러는 거 국민들이 다 아는데, 갑자기 '북한 주민 인권 때문'이라고 사기 치면 국민들이 비웃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SNS를 통해 "정부의 비공개 조치는 포로 두 명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생명, 외교 채널과 국가 간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로의 생명을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는 것은 반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