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 아래 목 부분을 눌러야 한다…색깔만 봐선 모르는 배 익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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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가운데가 아니라 꼭지 아래 목 부분을 눌러야 정확하다
국산 배와 수입 서양배는 익는 방식이 달라 보관법도 다르다

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마트와 시장 과일 코너에 배가 쌓이기 시작한다. 딱딱한 배를 사 왔다가 언제 먹어야 할지 몰라 방치했다 물러버리거나, 반대로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하면 영영 딱딱한 채로 남아 실망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배는 사과나 복숭아와 익는 방식 자체가 달라서, 같은 방법으로 만졌다가는 번번이 헛다리를 짚기 쉽다.
가을은 배가 일 년 중 가장 맛있어지는 시기로 꼽힌다. 품종에 따라 아삭하고 시원한 맛부터 과즙이 풍부하고 향긋한 맛, 버터처럼 부드러운 맛까지 질감과 풍미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샐러드에 얇게 썰어 넣거나 디저트에 구워 넣는 것은 물론, 치즈나 로스트 고기와 곁들이는 등 활용 범위도 넓다.
배 가운데를 눌러 익었는지 확인하면 안 된다
많은 사람이 배가 익었는지 확인할 때 손바닥으로 배 가운데를 꾹 눌러본다. 하지만 가운데를 누르는 순간 그 부분 조직이 눌려 갈색으로 멍이 들기 쉬워서, 확인하려다 오히려 배를 상하게 만드는 셈이다. 배가 정말 먹기 좋은 상태인지 알고 싶다면 꼭지 바로 아래, 목처럼 잘록해지는 부분을 손끝으로 가볍게 눌러야 한다. 그 부분이 살짝 눌릴 정도면 먹기 좋은 상태이고, 여전히 딱딱하면 상온에 하루이틀 더 두었다가 다시 확인하면 된다. 목 부분까지 물러져 있다면 이미 과숙한 상태이니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 게 낫다.
배 전체의 단단함이 아니라 목 부분만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며칠 뒤 먹을 계획이라면 아직 단단한 배를 골라 상온에서 후숙시키면 되고, 바로 먹을 생각이라면 목 부분이 살짝 눌리는 배를 고르는 식으로 구매 시점부터 용도를 나눠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색깔보다 냄새와 목 부분이 훨씬 정확한 신호다
사과나 토마토는 색이 짙어질수록 익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배는 사정이 다르다. 품종에 따라 다 익어도 초록빛을 유지하는 배가 있고, 반대로 노랗거나 황갈색으로 변하는 배도 있어서 색만 보고 익었다고 단정하면 자주 틀린다. 껍질에 옅은 갈색 점이나 거친 무늬가 있는 것은 흔한 현상이고 맛에는 영향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깊게 눌린 상처나 넓게 무른 자국이 있는 배는 피하는 편이 좋다. 오히려 꼭지 근처에 코를 가까이 대고 향을 맡아보는 쪽이 더 확실하다. 달콤하고 은은한 향이 올라온다면 먹기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일부 배는 익어도 겉면이 거의 변하지 않고, 일부는 초록에서 노란빛으로 서서히 바뀐다. 이런 표면 변화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시각적 판단보다는 손끝의 감각과 후각을 함께 활용하는 편이 훨씬 신뢰도가 높다.

국산 배와 수입 서양배는 익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배라도 계열에 따라 익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알아두면 헷갈릴 일이 줄어든다. 바틀렛, 보스크, 안주, 코미스처럼 서구권에서 즐겨 먹는 서양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과즙이 늘어나며, 일부 품종은 버터처럼 무른 질감으로 바뀐다. 반면 국내에서 흔히 먹는 신고배 계열은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 오래 두어도 서양배처럼 물러지지 않는다. 이런 배는 사 온 그대로 이미 먹기 좋은 상태인 경우가 많아 상온에서 며칠씩 후숙시킬 필요 없이 바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알맞다. 서양배가 물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아삭한 국산 배를 상온에 계속 두면 오히려 수분이 빠져나가 맛과 식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 배를 살 때 어떤 계열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양배 계열 안에서도 세부 품종별로 차이가 있다. 초록색과 붉은색 품종이 모두 있는 바틀렛은 과즙이 많고 향이 진하며 입안에서 녹듯이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길쭘한 목과 계피색 껍질을 가진 보스크는 살이 단단해 모양이 잘 유지되기 때문에 굽거나 조림용으로 즐겨 쓴다. 초록색과 붉은색이 모두 있는 안주는 맛이 은은하고 과즙이 많아 샐러드부터 디저트까지 두루 쓰이고, 통통하고 과즙이 풍부한 코미스는 버터처럼 진한 단맛이 있어 치즈 플레이트에 곁들이기 좋은 품종으로 꼽힌다. 선명한 붉은빛을 띠는 스타크림슨은 달고 은은한 꽃향이 나며 간식용이나 샐러드 장식용으로 쓰인다. 이탈리아산 아바테 페텔은 길고 가늘며 껍질이 노란빛을 띠는 서양배로, 섬세한 꽃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덜 익은 서양배, 종이봉투로 후숙시키는 법
서양배 계열을 좀 더 빨리 먹고 싶다면 종이봉투를 활용하면 된다. 배를 잘 익은 바나나나 사과와 함께 종이봉투에 넣고 입구를 살짝 접어두면, 바나나와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봉투 안에 갇혀 배의 숙성을 앞당긴다. 이때 밀폐되는 지퍼백이나 비닐봉지를 쓰면 안 된다.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 껍질이 짓무르고 오히려 상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종이는 숨을 쉬는 재질이라 적당히 습기를 내보내면서도 에틸렌은 가둬두는 역할을 해서 후숙에는 종이봉투가 훨씬 적합하다. 매일 한 번씩 목 부분을 눌러보면서 원하는 부드러움에 도달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며칠 뒤 먹을 계획으로 미리 사둔 서양배라면 굳이 종이봉투를 쓰지 않고 단단한 상태로 사서 상온에 두는 것만으로도 서서히 후숙이 진행된다. 반면 아시안 페어 계열은 사 온 시점에 이미 먹기 좋은 경우가 많아 이런 후숙 과정 자체가 필요 없다.

다 익은 배는 냉장고로 옮겨야 며칠 더 오래간다
목 부분이 알맞게 눌리는 상태가 되면 그 즉시 냉장고로 옮겨야 한다. 냉장 온도는 숙성을 멈추거나 크게 늦춰서, 상온에 그대로 뒀을 때보다 며칠 더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국산 배 계열은 애초에 후숙 과정이 필요 없으므로 사 온 즉시, 혹은 먹기 좋은 상태가 된 순간부터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알맞다. 배는 씻지 않은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껍질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상하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씻는 시점은 보관 전이 아니라 먹기 직전, 자르기 바로 전이어야 한다. 멍이 들었거나 이미 잘린 배는 다른 배보다 훨씬 빨리 상하므로 따로 골라내 먼저 먹는 것이 좋다.
라운드형 모양에 사과처럼 아삭한 식감이 특징인 아시안 페어 계열은 익어도 물러지지 않고 계속 바삭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구매 즉시 냉장고에 넣어 그 아삭함을 그대로 지켜주는 방식이 서양배 보관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잘라 둔 배와 다른 과일까지 함께 신경 쓴다
한 번에 다 먹지 못할 배는 필요한 만큼만 잘라 먹고, 남은 조각은 밀폐 용기에 담아 바로 냉장고에 넣어야 물기가 마르거나 갈변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미 잘 익은 배는 에틸렌에 민감한 다른 채소나 과일과 가까이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익은 배 스스로도 에틸렌을 내보내기 때문에 함께 두면 다른 식재료의 숙성이나 변색을 앞당길 수 있어서다. 이런 후숙·보관 원리는 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아보카도나 키위처럼 상온에서 서서히 익혀 먹는 다른 과일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딱딱한 상태로 사 온 과일은 종이봉투로 익히고, 다 익으면 냉장고로 옮기는 순서만 기억해두면 여러 과일에 두루 활용할 수 있다. 배 하나를 제대로 다루는 법을 익혀두면 가을 과일 전체를 대하는 방식이 한결 수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