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없이 살 수 있다면 통일 안 해도 돼?” 국민 1003명에게 물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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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필요성 48.2%로 2년 연속 절반 아래…북한 무관심 70.3% 역대 최고
평화 공존 선호 66.9%·독자 핵무장 찬성 68.0%…달라진 대북 인식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 비율이 2년 연속 절반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30일 공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6’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8.2%로 집계됐다. 지난해 49.0%에 이어 2년 연속 50%를 밑돈 수치이다.
이번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8.2%로 집계됐다. 지난해 49.0%에 이어 2년 연속 절반을 밑돌았다. 조사가 시작된 2014년 69.3%와 비교하면 12년 사이 21.1%포인트 떨어진 수치이다.
세대별 차이도 뚜렷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쟁세대(1950년 이전 출생) 61.6%, 산업화세대(1951~1960년 출생) 61.3%로 60%를 넘었지만 밀레니얼세대(1991~2000년 출생)는 33.4%, Z세대(2001년 이후 출생)는 36.3%에 그쳤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통일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셈이다.
통일연구원은 통일 필요성을 낮게 보는 인식이 고착화하고 있으며 정권 교체만으로 국민의 통일 인식이 즉각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노장년층에서도 통일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통일 필요 없다” 66.9%
통일 자체보다 남북한의 평화로운 공존을 우선하는 인식은 더욱 강해졌다.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은 66.9%였다. 지난해 63.2%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43.1%와 비교하면 10년 만에 23.8%포인트 높아졌다. 반대로 통일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7.3%에서 17.9%로 감소했다. 통일연구원은 평화 공존을 선호하는 흐름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악화,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조사에 처음 도입된 양자택일형 질문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남북한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평화 공존 우선’ 응답은 57.6%였다.
반면 ‘점진적으로라도 하나의 국가로 합쳐지는 것을 최종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는 ‘통일 우선’ 응답은 16.4%에 그쳤다. 특히 20대에서는 평화 공존 우선 응답이 68.5%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민족을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통일관도 약해졌다. ‘남북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하는 이른바 탈민족주의적 통일관은 2017년 35.7%에서 올해 57.5%까지 높아졌다. 반대로 민족주의적 통일관은 같은 기간 32.8%에서 18.8%로 낮아졌다.
북한 무관심 70.3%…조사 이후 최고치

북한 자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크게 줄었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70.3%로 지난해 68.1%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통일연구원이 해당 문항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무관심 응답이 7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50.8%와 비교하면 19.5%포인트 상승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남북관계의 변화와 관계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통일 필요성에 대한 지지 여론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흐름과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바라보는 감정적 인식도 변하고 있다. 북한을 ‘경계 대상’으로 평가한 점수는 6.3점, ‘적대 대상’으로 본 점수는 5.74점으로 3년 연속 하락했다. 반면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본 평가는 5.33점, ‘지원 대상’이라는 평가는 4.8점으로 전년보다 소폭 올랐다.
북한을 남한과 별개의 국가로 보는 인식은 높은 수준을 보였다. ‘북한도 하나의 국가다’라는 데 동의한 응답은 71.6%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6.8%,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68.1%,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에서는 66.0%가 동의했다.
북핵 관심은 줄었는데…독자 핵무장 찬성 68.0%
북핵 위협에 대한 관심과 불안은 장기적으로 낮아졌다. 북핵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6년 45.6%에서 올해 27.9%로 떨어졌다. 북핵 위협을 걱정한다는 응답 역시 같은 기간 58.5%에서 44.3%로 약 14%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실제 안보 대응에서는 강한 억제력을 요구하는 응답이 높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독자 핵무장 찬성 응답은 68.0%로 나타났다. 반대는 32.0%였다. 미국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방안에도 59.6%가 찬성했다. 반대는 40.5%였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감정적 반응은 약해지고 있지만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독자 핵무장 등 강한 억제 수단과 조건부 대화를 함께 선호하는 현실주의적 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동맹 필요 87.3%…미국 정책 신뢰는 47.7%

한미동맹 자체에 대한 지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7.3%였고 현재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2.0%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7.7%로 전년보다 15.2%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1년 동안 한미관계가 더 나빠졌다고 평가한 비율은 37.5%로 전년 대비 1%포인트 증가했다.
한미관계가 악화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66.2%는 관계 악화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봤다. 전년보다 13.2%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다. 통일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동맹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일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해 국민의 통일 인식이 ‘민족을 기반으로 한 단일국가 통일’에서 ‘각자의 체제를 인정하는 평화 공존과 유연한 통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관심과 감정적 반응은 약해지는 동시에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고, 안보 문제에서는 강한 억제 수단을 선호하는 인식이 함께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는 통일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일부터 같은달 24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