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공개한 문서에 찍힌 '대외비' 문구... 논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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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공무원이라면 징계감” vs “과한 문제 제기”

이재명 대통령이 '대외비' 표시가 찍힌 정부 내부 보고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대로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를 알리려던 게시물이었다.
이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의 최근 성과다. 요즘 보이스피싱 전화가 많이 줄지 않았나. 열심히 일하는 경찰, 금융위, 국정원 등 공직자들을 칭찬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글에는 '일일 종합상황 보고'라는 제목의 문서를 촬영한 사진이 첨부됐다.

문서 우측 상단에는 붉은색으로 '對外秘(대외비)'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대외비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문서라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이 표기를 지우지 않은 채 문서 사진을 그대로 올렸다. 제목 옆 일부 영역과 항목별 부서명으로 보이는 부분만 흐리게 처리돼 있다.
문서는 '재난안전·소방 상황'과 '치안 상황'으로 나뉜다. 재난안전·소방 상황 항목에는 경북 포항 포항-영덕고속도로 청하터널에서 1톤 활어차 트럭이 교통을 통제하던 순찰차와 경찰관, 고장 차량을 잇따라 들이받은 사고가 적혀 있다. 이 사고로 트럭 운전자가 숨졌다. 경찰관 1명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 대통령이 알리려 한 부분은 치안 상황 항목의 보이스피싱 통계다. 문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8584건이다. 피해액은 3871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 1만6765건, 8856억원과 비교하면 발생 건수는 48.8%, 피해액은 56.3% 줄었다.
8월 수치에는 붉은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8월 발생 건수는 644건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8.7% 줄었다. 피해액은 257억원으로 76.4% 감소했다. 문서는 8월 피해액이 2023년 1월 이후 가장 적다고 적고 있다.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 운영 실적도 담겼다. 통합대응단은 지난해 9월 29일 출범했다. 문서에 따르면 통합대응단은 출범 이후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28만1178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범죄 의심 번호 11만9000건가량을 10분 안에 긴급 차단했다. 신종 스캠 SNS 계정 6만1000개가량도 차단했다. 악성 앱 피해자 3만2753명을 구제했다.
대외비 문서를 표기도 지우지 않고 공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엑스 이용자는 "날짜 위에 대외비라고 쓰인 것 아닌가. 대통령은 대외비 문건을 막 보여줘도 되나"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대외비 뜻을 모르나. 비공개인데", "대외비 문서를 왜 공개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대외비 문서를 공개하더라도 마크가 찍힌 그대로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며 "최소한 마크를 지우거나 내용을 편집해서 공개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대통령비서실 홍보 담당자에게 맡기면 대외비 마크를 지워 바로 올릴 수 있게 만들어 줄 텐데 굳이 이래야 하나 싶다"며 "말단 공무원이 SNS에 이렇게 올렸다면 바로 징계감"이라고 했다.

한 누리꾼은 "일을 잘한 것을 칭찬한 건 좋았지만 국가원수가 대외비 문서를 이렇게 다루는 것 자체는 문제"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하단 통계는 당일 보도자료로 배포된 내용이 맞지만 상단의 사고 내용은 사건·사고와 관련된 정보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SNS 활동 방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SNS를 해도 공보·홍보 담당자의 도움과 조언을 받아 가며 하면 된다"며 "지금은 야당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이다. 굳이 구설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과한 문제 제기라는 반론도 나왔다. 한 클리앙 누리꾼은 "같은 날 경찰청이 통합대응단 출범 1주년 행사에서 발표한 내용"이라며 "이걸 기밀 유출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은 "중앙부처나 경찰 등 국가기관의 일일 상황 보고서는 일상적인 내부 보고용 자료라 기본 양식 상단에 대외비 표시가 찍혀 나온다"며 "이미 통계 발표가 끝난 일반 정보는 국정 성과 홍보 차원에서 공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업무 절차를 들어 설명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 누리꾼은 "아직 외부에 공개하면 안 되는 문서는 대외비로 처리한다"며 "진짜 비밀문서는 국가비밀로 따로 지정해 관리하고 대외비는 더 포괄적인 의미"라고 적었다. 그는 "내부 보고용 문서를 그냥 찍어서 공유한 것 같다"면서도 "세심함이 부족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감소 성과를 반기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엑스 이용자는 "진짜 요즘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열심히 일해 주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피싱 전화와 문자가 정말 많이 줄었다. 거의 안 오는 수준"이라며 "노력해 준 공직자분들께 감사하다"고 적었다. 한 이용자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 모두 칭찬하지만 보이스피싱 합동수사팀은 더 칭찬받아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형사들이 몇 달씩 잠복근무로 고생하는데 그걸 해외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