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터진 부대 아닌데...북한 김여정이 '21사단' 직접 언급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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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뢰 폭발 자작극 주장하며 21사단에 '전술적 반격수단' 증강 예고
김여정 '총탄 한발도 안 된다' 경고...MDL 침범 부인하며 국경선화 작업 강행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서부전선 25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와 관련해 우리 군을 비난하면서 동부전선 21사단을 직접 지목해 ‘전술적 반격수단’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30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최근 한국군의 도발이 잦은 지역으로 3군단 21보병사단의 비무장지대(DMZ) 방향을 거론하며 군사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21일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은 경기 파주 일대 25사단 관할 서부전선이지만, 김여정이 별도로 동부전선의 21사단을 지목한 것이다.
김여정은 이번 폭발 사고를 한국군이 꾸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군의 책임을 부인했다. 우리 군이 사고 원인을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상응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발이다. 김여정은 한국군이 북한군을 향해 실사격을 할 경우 즉각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에 나서겠다는 취지의 경고도 내놨다.

특히 담화에서 언급된 21사단 지역은 최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과 우리 군의 경고사격이 반복된 곳으로 알려졌다. 강원 양구 일대를 담당하는 21사단 관할 지역에서는 북한군이 MDL 인근에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사례가 발생했고, 우리 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해왔다.
김여정이 사고가 발생한 서부전선 부대가 아닌 동부전선 21사단을 특정한 배경에는 북한이 MDL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국경선화’ 작업과 관련된 상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남북을 사실상 별개의 국가로 규정한 이후 MDL 일대에서 지뢰 매설과 철책 설치, 전술도로 건설 등 물리적인 경계 강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국경선화는 북한이 기존의 남북 접경지역을 단순한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국가 간 국경에 가까운 형태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북한군은 MDL 주변의 수풀을 제거하고 지형을 정리하는 불모지 작업을 시작으로 지뢰를 매설하고 철조망과 방벽을 설치하는 등의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MDL에서 일정 거리를 둔 지역에 전술도로 등을 구축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MDL을 넘어오는 사례가 반복됐다. 지난해에는 북한군의 MDL 침범이 모두 17차례 확인됐으며, 우리 군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통해 북한군을 북쪽으로 물러나게 했다. 올해 들어서는 한동안 MDL 침범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8월 이후 다시 북한군의 월선과 우리 군의 경고사격이 발생했다.

특히 북한군의 작업이 계속되는 지역에서는 작업 병력이 MDL을 정확하게 식별하지 못하거나 경계지역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통제선 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우리 군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북한군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경고방송을 실시한다. 북한군이 계속 접근하거나 MDL을 넘을 경우 경고사격으로 퇴거를 유도한다.
우리 군의 대응은 임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교전수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북한군이 MDL 인근으로 접근하면 먼저 경고방송 등을 통해 접근을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실제로 MDL을 침범하면 경고사격을 실시한다. 이후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에는 보다 강한 군사적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
김여정은 바로 이 같은 우리 군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그는 북한군이 국경선 일대에서 진행하는 차단물 공사가 군사적 목적과 무관한 ‘주권 행사’라고 주장하면서 북한군이 국경선을 넘었다는 한국군의 설명을 부인했다. 이어 한국군이 북한군을 향해 경고사격이 아닌 실사격을 한다면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여정은 “총탄 한발이라도 우리 땅에 탄착될 때에는 많은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대응행동 지침이 북한의 국경선 방어 부대에 하달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21사단 비무장지대 방향에 전술적 반격수단을 증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담화는 최근 25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도 연결돼 있다. 우리 군은 지난 21일 북한군이 MDL 일대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에 대한 조사를 위해 새로운 수색로 개척 작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오전 10시 51분쯤 지뢰가 폭발해 작전 병력 18명 가운데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명이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 원인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부상자들의 장구류에서 TNT 성분과 갈색 이물질 등이 검출됐고, 사고 지역에는 우리 군이 지뢰를 매설한 기록이 없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북한군이 해당 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했는지 여부까지 최종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며, 현장 조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김여정은 이 같은 우리 군의 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했다. 과거 2015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을 거론하며 이번 사고 역시 한국이 정세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꾸민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북한이 사고 원인을 둘러싼 우리 군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군사적 책임도 부인한 셈이다.
동시에 김여정은 북한군이 MDL을 넘은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이 진행 중인 차단물 설치 작업을 국경선 안에서 이뤄지는 주권 행사라고 규정하고, 한국군이 북한군의 월선을 주장하면서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북한군의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21사단을 특정한 대목은 최근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MDL 주변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북한이 국경선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의 경고사격이 계속되면 현장 병력의 작업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의 담화가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을 지속하려는 의도와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군의 대응으로 작업이 위축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사가 집중되는 지역을 담당하는 부대를 직접 지목해 한국군의 대응을 견제하려는 메시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월선 사실을 인정할 경우 북한이 먼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사실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국경선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월선 사실이 확인되면 국경선화 작업의 성격과 책임을 둘러싼 설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남북을 연결하던 기존의 관계를 끊고 물리적 단절을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2024년부터는 DMZ 일대에서 불모지 조성, 지뢰 매설, 전술도로 보강, 철책과 방벽 설치 등의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올해 초에는 북한군의 MDL 침범이 한동안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는 최전방에서 진행되던 불모지 작업이 상당 부분 마무리되고 작업의 중심이 MDL에서 떨어진 후방 지역으로 이동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전술도로와 철책 등 후속 작업이 이어졌고, 8월부터 다시 MDL을 넘는 사례가 발생했다.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공식 반응이다. 북한은 25사단 지역의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한국군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동시에 동부전선 21사단을 직접 거론했고, 북한군을 향한 실사격이 이뤄질 경우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해 기존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