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 삼기면 주민 분노 "밀실 변전소 즉각 백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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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앞 대규모 규탄 집회 개최… 기형적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일방적 통보에 '생존권 사수' 끝장 투쟁 예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위협받게 된 곡성군 삼기면 주민들이 입지 선정 과정의 심각한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송변전소 백지화를 위한 곡성군민·삼기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삼기면 주민 150여 명은 지난 1일 오전 10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가졌다. 지난달 23일 곡성군청 앞 집회에 이어 투쟁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주민들은 "밀실에서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된 입지 선정은 원천 무효"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기형적인 입지선정위 구성… "삼기면 몫은 고작 2명"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가장 큰 원인은 상식을 벗어난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과 일방적인 후보지 결정 과정에 있다. 대책위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당초 한전은 입지 선정을 위해 곡성군 측에 ‘삼기면과 겸면 주민 대표 6명 이상’을 추천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참담했다.
위원회에는 입면 주민 대표가 6명이나 포함된 반면, 정작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삼기면과 겸면의 대표는 각각 2명에 불과했다. 삼기면 주민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대표성이 철저히 묵살된 것이다.
주민들은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균등 위촉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구성된 위원회 산하의 자체 대안위원회가 당초 후보지 목록에조차 없었던 삼기면 내 '제3의 지역'을 최종 입지로 기습 선정했다는 점이다.
◆ 귀농 활력타운 코앞에 초고압 시설 "누가 살러 오나"
입지 후보지 주변의 정주 여건과 엇박자를 내는 한전의 탁상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곡성군 삼기면 일대는 현재 '러스틱타운(활력타운) 고도화 사업' 등 귀농·귀촌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지역 정주 기반 확충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주민은 "전력 인프라의 필요성 자체를 반대하는 맹목적인 시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하지만 외지인들이 들어와 새롭게 정착하려는 활력타운 바로 인근에 초고압 변전소와 송전탑을 세우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코미디"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한전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뒤 우편물 하나 달랑 보내 통보하는 방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사전 설명과 투명한 절차가 먼저 선행되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 영업비밀 핑계로 굳게 닫힌 입… "투명한 정보 공개하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 역시 주민들의 불신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었다.
대책위 측은 한전 측에 곡성 제2변전소 사업과 관련한 핵심 정보 공개를 정식으로 청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냉담했다. 한전은 '영업상 비밀'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입지 후보지 평가 기준, 위원회 세부 운영 과정, 후보지가 갑작스럽게 변경된 구체적인 경위 등 핵심 자료의 공개를 거부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수십 년간 살아온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영업비밀로 치부하는 것은 공기업의 오만한 태도"라며, "주민 간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사업 초기부터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캄캄이 상태로 결과만 수용하라는 식의 폭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 "후손들 위해 끝까지 싸운다" 굽히지 않는 투쟁 의지
이날 한전 앞 집회는 고령의 농민들까지 대거 참여하며 삼기면 주민들의 결연한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자리가 되었다.
한 백발의 어르신은 "비록 몸은 늙었지만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맑고 깨끗한 삼기면의 땅을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마을 이장단과 청년들이 앞장선다면 우리 노인들도 숨이 붙어있는 한 마지막까지 투쟁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주민 동의 절차가 철저히 배제된 곡성 제2변전소 및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즉각적인 전면 백지화 ▲입지 선정 과정의 위법성과 편법성에 대한 한전 측의 명확한 해명과 공식 사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단순한 님비(NIMBY) 현상을 넘어 절차적 민주주의와 농촌 정주권 보호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확산된 이번 사태는, 향후 한전이 얼마나 전향적인 자세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대화에 나설지에 따라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