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뢰 심다 폭발사고 30여 차례 발생... “실려 가는 북한군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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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L 남쪽 침범해 요새화 작업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벌이다 지뢰 폭발 사고를 낸 사례가 30여 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이 지뢰를 심다 폭발 사고를 내고 후송되는 장면이 우리 군에 30여 차례 관측됐다고 채널A가 9일 단독 보도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 뉴스1 자료사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 뉴스1 자료사진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은 2024년 4월부터 MDL 인근에서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 군은 이후 30여 건의 북한군 지뢰 폭발 사고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 관계자는 채널A에 "지뢰 작업을 하다 폭발해 실려 가는 북한군을 여러 번 목격했다"며 "인명 사고가 나도 계속 매설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채널A는 북한이 잇단 사고를 감수하고 요새화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군 소식통은 "지뢰 매설은 최초 위성 영상으로 식별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실제 매설과 군사분계선 침범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채널A에 따르면 북한군은 MDL 인근에서 불모지화, 지뢰 매설, 철책 구축 등 3단계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에선 이동로를 확보하기 위해 암석 지대를 발파한다. 이어 병력을 투입해 땅을 평평하게 만드는 불모지 작업을 벌인다.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든 구간도 있다.

2단계는 지뢰 매설이다. 북한군은 지뢰 상자를 운반해 땅을 판 뒤 지뢰를 묻는다. 이후 티가 나지 않게 가리는 위장 작업까지 한다. 지뢰 지대가 만들어지면 철책과 방벽을 설치해 요새화 공사를 마무리하는 게 3단계다.

합동참모본부가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5사단 DMZ 작전간 지뢰 폭발상황 관련 합참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수행된 MDL 이남 북한군 지뢰 제거 작전의 영상을 캡처한 모습. /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가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5사단 DMZ 작전간 지뢰 폭발상황 관련 합참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수행된 MDL 이남 북한군 지뢰 제거 작전의 영상을 캡처한 모습. / 합동참모본부 제공

현재 불모지화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북한군은 지뢰 매설 등 후속 작업에 한창이다. 하루 평균 7000명 이상을 투입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중부전선에선 북한군이 MDL을 넘어 남쪽에 철책을 설치한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군이 묻은 지뢰에 우리 군 장병이 크게 다치는 사고는 경기 파주·연천 경계 지역으로 알려진 육군 25사단 관할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50분쯤 발생했다.

당시 장병들은 미확인 지대에서 지뢰와 불발탄 등을 확인하며 안전한 통로를 확보하는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수색대대장이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함께 작전에 나선 간부 2명도 다쳐 응급헬기로 국군수도병원에 이송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합동 현장조사를 벌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도 병행했다. 권대원 합참 차장(육군 중장)은 지난 5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번 폭발이 북한군이 MDL 이남에 설치한 수지반보병지뢰에 의한 것이라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폭발 지점 2곳과 추가 지뢰 발견 지점은 모두 MDL 남쪽 10여m 지점으로 확인됐다. 부상자의 옷과 파편에선 지뢰 본체와 같은 수지 성분이 검출됐다. 헬멧과 전투복에선 TNT가 나왔다. 합참은 떠내려온 지뢰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매설된 지뢰 지대로 판단했다. 이곳에 최소 4발 이상이 묻혀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유엔사는 이번 사안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발표했다. 군은 MDL 이남의 북한군 지뢰 지대를 제거한 뒤 북한에 사과를 요구했다.

북한은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달 29일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튿날인 30일 이 담화를 보도했다.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 북한군 초소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 북한군 초소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김 부장은 담화에서 "알지도 못할 곳에서 출처도 모를 지뢰를 밟아 터뜨리고는"이라며 우리 측 발표를 깎아내렸다. 그는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는 주장도 폈다.

김 부장은 위협 수위도 끌어올렸다. 그는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 방향에 전술적 반격 수단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군이 경고사격이 아닌 실사격을 할 경우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등이 요구한 대북 확성기 재설치 주장도 비난했다.

김 부장은 지난 2일 다시 담화를 내고 지뢰 매설 책임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적은 역시 적이다. 이것이 서울의 새로운 자작 광대극을 통해 우리가 다시 한 번 내리게 되는 중대 결론이다"라고 주장했다.

국경선 요새화의 목적에 대해서는 "마주 서야 골 아픈 일밖에 없는 족속들과 영원히 악연을 끊어 버리자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과 엮이거나 상종할 수 있는 사소한 공간이나 여지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날을 맞아 군사적 긴장 완화 의지를 밝힌 데 대해선 "자작 광대극의 제2부가 막을 올린 것 같다"고 비꼬았다.

김 부장의 세 번째 담화는 지난 8일 나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하루 전인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내용을 끌어왔다. 정 장관은 당시 북한군이 MDL 남쪽 10여m 지점에 지뢰를 묻었다는 군의 조사 결과는 받아들였다. 다만 고의적 공격인지는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부장은 담화에서 "한국의 관리 정동영도 이번 '지뢰폭발 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사고냐 도발이냐'는 개 싸움질만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조롱했다.

김 부장은 통일부가 추진하는 93억원 규모의 대북 의료장비 무상 지원 계획도 거부했다. 그는 이를 "모독이고 변종된 정치적 도발이며 우리의 국법을 거스르는 엄중한 주권 침해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한국과는 그 무엇을 주고받거나 엮일 일이 일체 없으며 마주 볼 필요조차 없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9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서면 입장을 내고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구상을 거듭 비난했다. 그는 "나는 국가수반의 위임에 의해 그리고 조선인민의 총의에 따라 우리가 앞으로 더욱 분명히 한국의 인간쓰레기들을 외면하고 무시할 것이라는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국가수반의 위임'을 언급한 것은 이 같은 대남 기조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뜻임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부장은 “'선의'로 포장된 악의만큼 추악한 것은 없다”며 지뢰 폭발 사고와 의료장비 지원 계획을 함께 겨냥했다. 그는 지뢰 사고를 '자작극', 의료장비 지원을 '광대극'으로 몰아붙였다. 두 사안이 "우리 국가에 대한 체질적인 대결 악습이 부어낸 동전의 양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김 부장은 "그 진목적은 단 하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존위와 영상을 어떻게 하든 깎아내리려는 흉심"이라고 말했다.

의료장비 지원 구상을 두고는 “'인도주의 지원'을 내세워 국제사회에 저들의 '선의적인 태도와 노력'을 우리의 '거부적인 입장'과 비교시켜 놓는 것을 줄거리로 한 어리석은 졸작이며 자작광대극의 연속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긴장 격화는 서울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 주겠다는 속셈”이라고도 했다.

김 부장은 "적이 아니면 할 수 없고 짐승이 아니면 보여 줄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며 "속심은 단순하고 그 수법도 유치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번 일로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김 부장은 지뢰 사고와 의료장비 지원을 각각 광대극의 1부와 2부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제1부에서는 '피해자'의 허상을 만들어 내더니 제2부에서는 급작스레 난데없는 '인도주의'를 떠들며 '천사'로 둔갑하는 줄거리의 연속광대극이 얼마만큼의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 우리는 이제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두 사안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치군사적 및 도덕적 병행 도발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 쓰레기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인식이 대를 두고 영존되도록 하는 데서 결정적이며 역사적인 기록이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을 통해 평양 인근 강동군병원에 약 93억원 규모의 의료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지난 5월 22일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다. 지원 대상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와 X선 장비, 구급차 등 166종 1431개다. 통일부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7일 공개했다. 통일부는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식을 아직 북한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