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척 뜻 알고 보니… 이진숙 국감 배제에 여야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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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범여권 12명 찬성으로 이진숙 제척안 가결
국민의힘 표결 불참… 이 의원은 항의 끝에 퇴장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감사 자리에서 배제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제척'이라는 단어의 뜻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법원에서 주로 쓰이던 용어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국회의원의 권한을 빼앗은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제척 뜻, 공정성을 위해 당사자를 배제하는 제도

제척(除斥)은 어떤 대상이나 사람을 배제해 물리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법률 용어로는 주로 법관이 특정 사건과 특수한 관계에 있을 때 그 사건의 재판에서 빼는 제도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법관이 피해자이거나 피고인의 가족·친척이라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때 법률에 따라 해당 법관을 직무에서 제외하는 것이 제척이다. 재판의 공정성을 지키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비슷한 제도로는 기피와 회피가 있다. 기피는 제척 사유가 있거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재판 당사자가 신청해 법관을 배제하는 제도다. 반면, 회피는 법관 스스로 제척이나 기피의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재판에서 빠지는 것을 뜻한다.

제척이라는 말은 권리와 관련해서도 쓰인다. 재단의 청산 절차에서 일정 기간 안에 권리나 채권을 신고하지 않은 채권자를 변제나 배당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제척이라고 부른다. 또한 법률이 특정 권리에 대해 정해 놓은 존속기간은 '제척기간'이라고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당사자가 주장하든 하지 않든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 게다가 소멸시효와 달리 기간이 중단되거나 정지되지 않으며, 법원이 기간 경과 여부를 직권으로 조사한다.

YTN 민영화 질의에서 시작된 이해충돌 공방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제척은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뤄졌다. 발단은 이 의원의 질의였다. 이 의원은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과거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의결된 YTN 민영화 관련 안건이 적법했는지를 따져 물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이 의원 역시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맞섰다. 이 의원이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태규 부위원장과 단둘이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을 의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한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송기헌 과방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송기헌 과방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송기헌 과방위원장은 이 의원에게 국감에서 스스로 빠질 것을 요구했다. 송 위원장은 “2인 체제 자체가 법적으로 상당히 여러 논란이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제척안을 발의한 이주희 민주당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하기 어려운 감사에서 이 의원을 빼, 국정감사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되찾으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이 의원은 "YTN 민영화 과정에는 손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방통위원장으로 일했던 사실이 회피 또는 제척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으로 3~4개월 근무한 것을 가지고 이해충돌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회피할 뜻이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자신이 직접 결정했던 사안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 의원이 방통위원장이던 시절 방통위는 2인 체제로 운영됐다. 민주당은 당시, 이 운영 방식이 위법하다며 이 의원을 탄핵소추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탄핵을 기각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과방위는 이날 국감 도중 전체회의를 열었다. 범여권 의원 12명이 찬성하면서 이 의원 제척안을 의사일정에 추가하는 변경안이 의결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 5명은 반대 의사를 밝히며 기권했고, 이 의원은 항의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이어 ‘2026년도 국정감사 이진숙 의원 제척의 건'이 무기명 표결에 부쳐졌다. 표결에는 민주당, 조국혁신당, 무소속 의원 등 범여권 12명만 참여했고 결과는 찬성 12표, 반대 0표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제척 효력 두고 본회의·헌재까지 공방 번져

제척안이 통과된 뒤에도 여야는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등 범여권 과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 제척은 공정한 국정감사를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그 결정을 감사하면,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제척은 과방위 활동 전체가 아니라 이 의원이 맡았던 사안의 감사에만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다수라는 이유로 강제로 제척시키는 것은 다수의 횡포이자 입법부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이 부여한 헌법적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이날 과방위는 이 의원의 제척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고 정회를 선포했다. / 뉴스1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이날 과방위는 이 의원의 제척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고 정회를 선포했다. / 뉴스1

국민의힘 과방위원들도 이번 결정을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인 국정감사권을 박탈한 초유의 폭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의가 제기되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그전까지는 이 의원의 국감 참여를 막을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역시 제척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3조는 위원회가 제척을 의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도 함께 두고 있다. 따라서 제척의 효력과 범위를 둘러싼 공방은 국회 본회의로 넘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