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되면 끊기는 희귀질환 '생존식'…1,700원 저단백밥, 성인 환자는 1만 3천 원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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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미만 환아에 먼저 공급, 남은 물량 놓고 성인 환자끼리 경쟁…온라인 되팔이 가격 정상가 최대 7.6배
올해 7월 성인 구매지원 체계 마련됐지만 법적 근거 없는 업무협약, 기업 사회공헌에 의존
박용갑 "특수식도 필수의약품·의료기기처럼 공급 관리해야"…희귀질환관리법 개정 추진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 /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 / 의원실 제공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희귀질환 환자의 '생존식'으로 불리는 저단백 즉석밥이 공급 부족으로 성인 환자들 사이에서 정상가(1,700원)의 최대 7.6배인 1만 3천 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환자 민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특수식 공급관리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페닐케톤뇨증 같은 선천성대사이상질환 환자는 평생 저단백 즉석밥과 특수조제분유 등 특수식으로 식단을 관리해야 한다. 이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단백질을 섭취하면 대사 산물이 몸에 쌓여 장애가 생기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정부는 만 19세 미만 환아에게 분기별로 선주문을 받아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특수식을 무상 공급하는 '선천성대사이상 검사 및 환아관리사업'을 운영해 왔다. 문제는 성인이다. 성인 환자는 이 사업에서 벗어나, 환아에게 먼저 배정하고 남은 물량을 경쟁 구매해야 했다. 특수식이 품절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 했다.

성인 환자의 부모 A씨는 박 의원실에 "오랫동안 온라인쇼핑몰에서 정상가 1,700원짜리 저단백 즉석밥을 최대 13,000원에 사야 했다"며 "정부가 분기별 13박스까지 살 수 있게 했지만 다 큰 아들이 먹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입 단가와 구입 경로를 안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올해 6월 질병관리청,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CJ제일제당이 협약을 맺고 7월부터 성인 환자도 분기별로 사전 구매 신청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 체계가 법적 근거가 없는 업무협약에 기댄 데다, 특정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부족이나 중단 우려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1인당 구매량도 분기별 13박스(312개)로 제한돼 환자들이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부족분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특수식을 핵심 식품으로 관리하는 사례가 있다. 박 의원 측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애벗사 미시간주 공장 가동 중단으로 대사질환 환자용 특수분유 생산이 약 5개월간 멈춰 품귀가 빚어지자, 같은 해 12월 영아용 조제식과 대사질환 특수분유 등 환자용 의료식품을 '핵심식품(Critical Food)'으로 규정했다. 제조업체는 공급 차질을 일으킬 수 있는 생산 중단 시 5영업일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 알리고 공급 차질 위험관리계획을 갖춰야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필수의약품과 의료기기만 공급 중단 180일 전 또는 공급 부족이 예상될 때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 특수식은 생산량과 유통량 등 공급 현황을 관리하는 체계가 없어, 생산이 중단되거나 공급이 부족해질 때 사전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희귀질환자의 생존에 필요한 식품 공급이 기업의 선의와 환자 민원에만 기대지 않도록, 정부가 파악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실태조사로 특수식이 필요한 질환과 환자를 파악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급관리 대상 특수식을 지정해 관리하도록 「희귀질환관리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들이 생존을 위해 계속 섭취해야 하는 특수식품의 관세를 면제하는 등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특수식은 일반 식품과 달리 대체재가 마땅치 않아 공급이 끊기면 환자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성인이 되면 지원이 줄어드는 구조를 개선하고, 협약에 의존한 공급을 제도로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