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하율리, “인정받은 기분”…이지혜로 마침내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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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율리가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지혜 역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명절 선물 장면·결말 해석과 “실패도 값진 경험”이라는 변화를 전했다.

배우 하율리가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 1등’) 종영 후 인터뷰에서 계약직 막내 이지혜를 연기한 소회와 배우로서의 변화를 털어놨다. 하율리는 ‘피라미드 게임’과 ‘옥씨부인전’에서 보여준 강한 악역 이미지를 벗고, 조심스럽고 순한 막내 사원으로 새 얼굴을 선보였다. 그는 이지혜를 두고 “제 필모그래피에 꼭 넣고 싶은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로또 1등’은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가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사직서 대신 당첨금 13억 원을 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K-직장인 오피스 드라마다.
티빙이 공개한 영상 '애드리브 없으면 서운할 수준' 편에는 영업5팀의 유쾌한 애드리브 장면이 담겼다. 종영 후 하율리가 밝힌 이지혜 역의 소회와 맞물려, 드라마 특유의 직장 코미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예고 영상이다.
오디션에서 처음 만난 이지혜, 캐스팅 소식에 “맞느냐” 되물어
하율리는 오디션에서 이지혜를 처음 만난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제가 이 캐릭터로 캐스팅된 게 맞느냐”라고 다시 확인할 만큼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윤영빈 감독은 300명에 달하는 배우를 오디션으로 만나 영업5팀 사원들을 뽑았고, 연기력을 섭외 1순위로 뒀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도 윤 감독의 신뢰가 이어졌다. 하율리는 현장 분위기가 늘 화기애애했고 감독이 재밌는 말을 많이 해줘 훨씬 편안했다고 돌아본다. 감독은 늘 “너 자신을 믿고, 하고 싶은 연기를 맘껏 펼쳐”라는 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계약직 막내를 그리는 법…눈빛과 말투의 속도
하율리가 연기한 이지혜는 홍성인터내셔널 영업5팀의 막내이자 정규직 전환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계약직 사원이다. 하율리는 인물을 만들 때 이미지와 눈빛, 말투를 먼저 정한 뒤 불안감과 성실함 같은 작은 전사를 하나씩 쌓았다고 설명했다. 지혜가 집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밝고 씩씩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고, 패션 전공자로서 취업 준비를 어떻게 했을지도 그려봤다.
전작과의 차별점으로는 눈빛과 말투의 속도를 꼽았다. 하율리는 전에는 상대를 공격적으로 바라보며 에너지가 앞으로 나가는 역할이었다면, 지혜는 에너지가 잔잔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중요한 인물이라 대답도 신중하고 말투도 천천히 가져갔다고 말했다.
회사원 역할이 처음이었던 만큼 자료 조사도 많이 했다. 영업 사원의 업무와 패션·유통업계 용어를 찾아봤고, 회사원인 어머니에게 신입사원이 가장 예뻐 보일 때와 그동안 힘들었던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어머니는 ‘로또 1등’을 본 뒤 딸이 열심히 하는 모습과 지혜가 너무 비슷하다고 했다고 한다.

명절 선물 앞에서 울먹인 지혜, 시청자 반응 갈렸다
지혜는 극 중 여러 번 눈물을 쏟는다. 그중 팀장 공은태가 따로 챙겨준 명절 선물을 돌려주며 울먹이는 장면은 보는 이에 따라 반응이 갈렸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시청자들은 깊이 공감했지만, 연차가 쌓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냥 받으면 되지. 울긴 왜 우냐”라는 반응도 나왔다.
하율리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시각이 신기하다고 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율리야, 너라면 이거 거절할 거냐”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의 답은 “아니요, 바로 받아야죠”였다. 그럼에도 지혜의 눈물은 이해가 갔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래 받을 수 없었던 선물을 팀장이 특별히 챙겨준 것이라, 그동안 ‘지혜 씨’로 불리던 지혜가 그 순간 ‘넌 아직 계약직이잖아’라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팀장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격지심이 생겨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다는 해석이다.

엘리베이터 결말과 “넌 어딜 가나 잘할 거야”
지혜는 끝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더 좋은 글로벌 회사인 만토바에 취업한다. 하율리는 “그곳은 정규직으로 갔다고 믿고 싶다”며, 마지막 화에서 모두 승진해 출근하는 첫날 지혜까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을 근거로 들었다. 공 팀장이 지혜가 정규직으로 가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고, 만토바가 홍성과 일하기 위해 소통 직원으로 채용했을 것이라는 상상이다.
그래도 홍성을 떠난다는 대본을 처음 본 순간은 “하늘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밤샘 작업을 함께한 팀과 더는 일하지 못한다는 슬픔 때문이었다.
하율리가 꼽은 명장면은 두 개다. 하나는 공은태가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지혜라는 사람의 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지혜가 스스로를 믿고 싸워볼 용기를 얻는 시발점이었다. 다른 하나는 만토바로 떠나는 지혜에게 양준호(서현우 분)가 “넌 어딜 가나 잘할 거야”라고 건네는 순간이다. 하율리는 “‘로또 1등’이 끝난 제게 ‘율리야, 넌 어딜 가나 잘할 거야’라고 현우 선배님이 응원해 주시는 것 같았죠. ‘나 이 작품으로 인정받았구나’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준혁·서현우 중 더 의지할 상사는…시즌2 바람도
극 중 공 팀장과 양 대리가 실제 상사라면 누구에게 더 의지하고 싶을까. 하율리는 실제 회사원이라면 공 팀장 같은 사람에게 더 의지할 것 같다면서도, 배우로서 누가 더 좋은 선배인지는 고르기 어렵다고 답했다. 서현우에 대해서는 연기 센스가 엄청나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준혁에 대해서는 후배보다 동료로 대하며 많이 이끌어줬고, 무엇이든 함께 고민하고 대본 분석도 같이 해줘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시즌2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하율리는 영업5팀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때쯤이면 다른 막내가 합류해 자신은 ‘나 때는 이랬다’를 시전하면서도 업무 중에는 같이 밤을 새워주는 선배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실패도 값진 경험”…20대 후반의 색은 카키·브라운
하율리는 이전 인터뷰에서 자신을 ‘빨강’이라 표현했지만, 지금은 “카키나 브라운”이라고 말한다. 20대 초반에는 달리는 데 열정을 쏟았다면 요즘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여유를 갖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촬영이 있는 날에는 2시간 일찍 일어나 30분 이상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쉴 때는 올드팝을 들으며 레고를 만지거나 퍼즐을 맞춘다.
MBC ‘유부녀 킬러’는 ‘로또 1등’ 이후 촬영한 작품이다. 하율리는 이 작품에서 독살 전문 킬러 오현남을 연기했고, 연이은 팀 촬영에서 온기를 느꼈다고 한다. 데뷔 초에는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건가’ 하는 초조함에 앞만 보고 달렸지만, 지금은 옆에 있는 나무도 보게 됐다는 것이다.
전성기를 서른 살부터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대로다. 현재 위치는 레드카펫에 서기 전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귀걸이와 드레스를 고르는 단계에 비유했다. 로맨스·코미디·스릴러·액션까지 장르 제한 없이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선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평가가 두려워 잘해 보일 작품만 골라야 하나 고민했고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불안도 컸다. 하율리는 “요즘은 실패하더라도 나한테 값진 경험이 되겠구나, 필요한 경험이 되겠구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대의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믿고 나아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