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중국 방문’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결정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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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중국 전격 방문은 ‘트럼프와 정상 회담’ 전초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 대화 구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내달 18~19일 광둥성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를 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 23일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 대회를 주재하고 ‘새 시대 강군건설과 중대장들의 임무’에 대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 23일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 대회를 주재하고 ‘새 시대 강군건설과 중대장들의 임무’에 대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25일 정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하루 일정으로 다녀왔다. 단둥에서는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만났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이번 방중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지난 8월에는 연내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북미 정상이 대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했을 때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당시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 기류는 다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은 이후 한미 당국자들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APEC 의장국인 중국을 먼저 찾았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중이 북미 대화에 앞선 사전 정지 작업이었던 전례도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네 차례 중국을 찾았다. 2018년 3월 첫 방중은 그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석 달 앞두고 이뤄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하며 북미 협상 전략을 조율했다.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서면서 중국이 소외된다는 '차이나 패싱' 우려도 나왔다. 중국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외교적 버팀목 역할을 하며 대북 영향력을 지켰다.

중국이 이번에는 북미 대화의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앞서 보고서에서 중국이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거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한편 북러 밀착으로 커진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는 상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APEC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부각하면 외교적 위상도 높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한중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김 위원장과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다며 APEC 정상회의를 전후한 김 위원장의 동향을 주목했다.

이번 방중의 면면에서도 외교적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상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최 외무상은 2018~2019년 북미 협상 당시 외무성 부상으로 대미 협상 실무를 이끌었다. 중국 측에서도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단둥을 찾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왕 주석은 양국이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지킬 수 있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왕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 인민이 시 총서기 동지의 영도 아래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 성과를 거두고 마땅히 누려야 할 중요한 국제적 지위를 얻은 데 경탄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6월 시 주석의 방북이 양국 관계 발전의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방중에서 북미 정상회담 문제가 깊이 논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 위원장이 만난 상대가 시 주석이 아니라 왕 주석이었기 때문이다. 정협 주석은 국정 자문기구의 수장으로 북미 대화 같은 핵심 외교 의제를 다룰 상대로 보기 어렵다.

중국이 김 위원장을 맞을 인사를 막판에 바꾼 정황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초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단둥을 찾는 것으로 계획됐다가 왕 주석으로 바뀌었다는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왕 주석은 지난 7월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일정도 지나치게 짧았다. 김 위원장은 오전에 단둥에 도착해 항미원조기념관 헌화와 회담, 자동차 공장 시찰을 마치고 해 질 무렵 귀국길에 올랐다. 시 주석은 26~29일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20기 5중전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앞서 다섯 차례 중국을 찾았을 때는 매번 시 주석과 회담했다. 시 주석을 만나지 않고 돌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왕 주석에게 시 주석에 대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 주석도 왕 주석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인사와 축원을 전했다.

방문 시점과 경로도 북중 혈맹을 부각하는 데 맞춰졌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인 25일 '항미원조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단둥 항미원조기념관을 찾았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는 뜻이다. 미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를 지원하며 북러 관계를 끌어올렸다. 김 위원장은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도 공을 들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올해 6월에는 7년 만에 방북한 시 주석을 평양에서 맞았다. 두 정상은 당시 고위급 왕래를 통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 마주 앉기 전에 대북 영향력을 다져 둘 필요가 있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경우 중국의 지지를 확보해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이번 방중이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중 양측에서 공식 발표가 없는 현 단계에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