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피' 지나가자마자 긴장…31호 태풍 '인파', 초강력급으로 세력 키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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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호 태풍 '인파' 북상 중...무섭게 세력 키워
제30호 태풍 '참피'가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어 물러나자마자 북서태평양에서 또 다른 태풍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제31호 태풍 '인파(IN-FA)'다. 인파는 이번 주 중반 강도 4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한 뒤 주말까지 그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이 26일 오전 10시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인파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괌 동쪽 약 2010㎞ 부근 해상(북위 13.8도, 동경 163.4도)에서 시속 21㎞의 속도로 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75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32m(시속 115㎞)로 강도 2에 해당한다.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강풍반경은 250㎞다.
인파는 마카오가 제출한 이름으로 '불꽃놀이'를 뜻한다. 이름처럼 앞으로 사흘 동안 빠르게 세력을 키울 전망이어서 이동 경로에 관심이 쏠린다.
인파는 지난 24일 오전 3시 마셜제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직전 태풍 참피보다 괌에서 훨씬 동쪽으로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 만큼, 서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오랜 시간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게 된다.
■ 사흘 만에 초속 32m→51m…무섭게 세력 키우는 제31호 태풍 '인파'
인파의 가장 큰 특징은 발달 속도다. 기상청 예보를 시간대별로 보면 인파는 26일 오후 9시 괌 동쪽 약 1960㎞ 해상에서 중심기압 965hPa, 최대풍속 초속 37m(시속 133㎞)의 강도 3 태풍으로 올라선다. 이때 진행 방향은 북서쪽이지만 이동 속도는 시속 5㎞로 크게 느려진다.
27일(화) 오전 9시에는 괌 동쪽 약 1910㎞ 해상에서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초속 43m(시속 155㎞)로 강해진다. 강도 4 기준인 초속 44m에 불과 1m 모자란 수준이다. 같은 날 오후 9시에는 괌 동쪽 약 1810㎞ 해상에서 중심기압 940hPa, 최대풍속 초속 47m(시속 169㎞)를 기록하며 마침내 강도 4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수) 오전 9시에는 괌 동쪽 약 1640㎞ 해상에서 중심기압 930hPa, 최대풍속 초속 50m(시속 180㎞)까지 세력을 키운다. 정점은 29일(목) 오전 9시다. 괌 동북동쪽 약 1090㎞ 해상에서 중심기압 925hPa, 최대풍속 초속 51m(시속 184㎞)로 이번 예보 기간 중 가장 강한 세력을 보일 전망이다. 사흘 사이 중심기압은 50hPa 낮아지고 최대풍속은 초속 19m 높아지는 셈이다.
기상청은 태풍 강도를 중심 부근 최대풍속에 따라 5단계로 나눈다. 강도 4는 초속 44m 이상 54m 미만으로, 이보다 높은 단계는 초속 54m 이상인 강도 5뿐이다.
몸집도 함께 커진다. 강풍반경은 26일 250㎞에서 29일 330㎞로 넓어지고, 초속 25m 이상의 폭풍이 부는 폭풍반경은 같은 기간 50㎞에서 100㎞로 두 배가 된다.
이후 인파는 30일(금) 오전 9시 괌 북동쪽 약 520㎞, 31일(토) 오전 9시 괌 북북서쪽 약 770㎞ 해상으로 이동하면서도 중심기압 930hPa, 최대풍속 초속 50m의 강도 4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 속도도 29일 시속 23㎞, 30일 시속 32㎞로 점차 빨라진다.

■ 태풍 '인파' 현재 위치는? 제주까지 직선거리 2000㎞ 이상…변수는 '확률반경 440㎞'
관심은 인파가 한반도, 특히 직전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제주 쪽으로 향하느냐다. 현재 기상청이 제시한 예상 경로만 놓고 보면 가능성은 낮다.
인파는 당분간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이달 말 서북서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 마지막 시점인 31일 오전 9시 예상 위치는 북위 19.9도, 동경 142.1도로 제주와는 직선거리로 2000㎞ 이상 떨어져 있다. 이때 강풍반경은 320㎞로 예상돼 현재 예보대로라면 제주가 인파의 강풍 영향권에 들 가능성은 작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시점의 예보다. 31일 오전 9시 기준 70% 확률반경은 440㎞에 이른다. 실제 태풍 중심이 예보 위치로부터 반경 440㎞ 안에 있을 확률이 70%라는 뜻이다. 26일 오후 9시 40㎞였던 확률반경이 닷새 뒤 열 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그만큼 예보 후반부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본기상청 분석도 큰 흐름에서는 비슷하다. 일본기상청은 25일 오전 3시 인파가 북위 11.2도, 동경 165.4도 부근에 있으며 중심기압 996hPa, 최대풍속 초속 25m라고 분석했다. 같은 시각 한국 기상청 분석은 중심기압 990hPa, 최대풍속 초속 24m였다. 두 기관은 중심 위치를 비슷하게 봤지만 중심기압에서는 6hPa 차이를 보였다. 일본기상청이 24일 오후 발표한 5일 전망에서는 인파가 27일 웨이크섬 부근에서 느리게 움직이다 28일 서진을 시작해, 29일 오후 북위 16.3도, 동경 158.5도 부근에서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초속 45m, 최대순간풍속 초속 65m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발표 시각과 예보 유효 시각이 서로 달라 두 기관의 예상 위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기관 모두 인파가 웨이크섬 부근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예보 기간 이후 진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과 위치 등 주변 기압계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상청은 인파의 이동 경로와 강도에 관한 다음 태풍정보를 26일 오후 4시께 발표할 예정이다.

■ 참피, 28년 만에 '가장 늦은 영향 태풍' 새 기록
인파에 시선이 쏠리는 데는 직전 태풍 참피가 남긴 기록도 한몫한다.
제30호 태풍 참피는 26일 오전 3시 서귀포 남남동쪽 약 230㎞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었다. 지난 15일 발생한 지 11일 만이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참피에 대한 태풍정보 발표를 종료했다.
참피는 25일 새벽 제주도 남쪽 바깥 먼바다에 태풍경보가 발효되면서 1951년 태풍 경로 관측자료 구축 이후 가장 늦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으로 기록됐다. 종전 기록은 1998년 10월 16~18일 영향을 준 제10호 태풍 '제브'였다. 참피는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았지만 제주 남쪽 해상에 영향을 미치면서 28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도 많이 내렸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3일부터 26일 오전까지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삼각봉 415.5㎜, 진달래밭 370.5㎜, 성판악 366㎜, 산천단 364㎜, 어리목 355㎜ 등 산지를 중심으로 400㎜ 안팎을 기록했다. 와산 314㎜, 표선 274.5㎜, 성산 254.4㎜, 제주 215.5㎜ 등 중산간과 해안 지역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나무가 쓰러지고 제주시 삼양이동에서 맨홀이 역류해 교통 불편이 빚어지는 등 피해 신고 8건이 접수됐다.

■ 태풍 '참피'는 갔지만...바다는 여전히 '성난 파도'
참피가 온대저기압으로 바뀐 뒤에도 제주의 비바람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26일 오전 8시 기준 제주도 산지와 제주시 동부, 서귀포시 동부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해상에는 제주도 남쪽 바깥 먼바다와 남동쪽 안쪽 먼바다에 풍랑경보가, 제주도 앞바다와 남서쪽 안쪽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먼바다에서는 물결이 최대 5m까지 높게 일겠다.
풍랑특보 여파로 제주와 추자도, 진도 등을 잇는 여객선 일부가 결항했다. 한라산 탐방도 일부 통제됐다. 돈내코 탐방로는 전면 통제됐고, 영실·어리목 탐방로는 윗세오름까지, 관음사 탐방로는 삼각봉대피소까지, 성판악 탐방로는 진달래밭대피소까지만 오를 수 있다. 기상청은 비가 그친 뒤인 27일부터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쌀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주로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집중된다. 10월 하순까지 태풍 영향이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가을이라도 태풍이 지나는 바다의 수온이 여전히 높고 상층과 하층의 바람 차이(연직 시어)가 작은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태풍은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인파가 현재 예상 경로를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예보 후반부 불확실성이 큰 만큼 31일 이후 진로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인파의 이동 경로 주변 해역을 항해하거나 조업하는 선박은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