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대신 써준 자기소개서... 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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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채용에 AI 검증 본격 도입

챗GPT가 대신 써준 자기소개서는 이제 카카오 채용에서 통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카카오가 채용 사전 인터뷰를 인공지능(AI)에게 맡기기로 했다. AI 면접관은 지원자가 낸 서류를 바탕으로 질문을 던진다. 답변이 나오면 꼬리질문으로 계속 파고든다. 서류에 적힌 화려한 경력이 실제 실력인지 AI가 직접 확인하는 셈이다.

카카오가 최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해 AI 면접 솔루션 기업 '무하유'를 개인정보 처리 위탁업체로 추가했다고 매일경제는27일 보도했다. 위탁 업무는 '채용 AI 사전인터뷰 수행'이다. 인성검사 전문업체 ‘ORP연구소'도 '채용 인성검사 수행' 위탁업체로 새로 이름을 올렸다. 적용 시점은 오는 29일부터다.

카카오 판교 오피스 / 카카오
카카오 판교 오피스 / 카카오

매일경제에 따르면 카카오는 그동안 경력 기술 직군을 서류전형, 코딩테스트, 원격 사전 인터뷰, 1·2차 인터뷰 순으로 뽑아왔다. 사전 인터뷰는 채용 담당자가 화상이나 전화로 진행했다. 앞으로는 이 자리에 AI가 앉는다. 적용 대상은 신입과 경력을 포함한 전 직군이다.

카카오는 매일경제에 "지원자를 보다 다각도로 이해하고 기존 채용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AI 사전인터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가 지원자의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것은 아니라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별도의 평가 절차를 추가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던 사전 인터뷰를 AI로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내용을 참고해 채용 담당자가 검토하는 형태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적용 일정은 모집 공고 때 안내할 예정이다.

AI 면접관을 맡을 무하유는 대화형 AI 면접 평가 서비스 '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자의 답변에 따라 꼬리질문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매일경제는 생성형 AI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지원자가 늘면서 서류만으로 실제 역량을 가려내기 어려워진 점을 도입 배경으로 꼽았다. 그럴듯하게 다듬어진 서류 속 경험을 AI가 질문으로 하나하나 되짚어보겠다는 것이다. AI로 쓴 서류를 AI가 검증하는 구도가 된 셈이다.

인성검사도 새로 생긴다. 카카오 채용에 인성검사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는 "지원자의 업무 성향과 협업 방식 등을 다각도로 이해하고, 영입 판단에 참고할 정보를 보완하기 위해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코딩테스트와 인터뷰로 '일을 잘할 사람인가'를 봤다면 이제는 '함께 일할 사람인가'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인성검사를 대행할 ORP연구소는 기업과 공공기관 1000여 곳에 인적성검사와 채용 솔루션을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몸집이 커진 것도 채용 방식을 바꾼 배경으로 꼽힌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인원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3939명이다. 주요 연결 종속회사를 포함한 그룹 인원은 1만4000여명에 이른다. 사람이 늘수록 부서마다 사람을 보는 눈이 제각각이 되기 쉽다. 수평적 소통을 강조해온 카카오 특유의 문화를 새 구성원에게 이어가기도 어려워진다.

내년 초 인적분할도 앞두고 있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카카오톡·AI 사업을 맡는 카카오AI와 계열사 투자·관리를 맡는 카카오X로 나뉜다. 성격이 다른 두 회사가 각자 필요한 인재를 새로 골라내야 하는 상황이다. ‘AI 중심 기업'을 내건 카카오가 채용 첫 관문부터 AI를 앞세운다는 상징성도 있다.

해외에서는 AI 면접관이 이미 낯설지 않다. 미국 개발자 채용 플랫폼 해커랭크는 50만건이 넘는 시범 면접을 거쳐 AI 면접관 '차크라'를 정식 출시했다. 차크라는 지원자가 코딩 과제를 푸는 과정을 지켜보며 추가 질문을 던진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일부 신입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면접에서 AI가 고객 역할을 맡는 시뮬레이션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매셔블이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지원자와 AI 면접관의 신경전도 벌어진다. 매셔블에 따르면 그레이엄 닷 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미국 코미디언은 자신의 AI 에이전트를 AI 채용 담당자와의 면접에 내보냈다. AI 에이전트는 그의 경력을 부풀렸다. 그런데 정작 연봉은 본인 희망액(14만~15만달러)보다 훨씬 낮은 6만달러 안팎을 제시했다. AI 채용 담당자는 9만달러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버텼다. AI끼리 연봉 협상을 벌인 셈이다. 한 틱톡 이용자는 AI 면접관의 질문에 의미 없는 말로 답했다. 하지만 면접관은 알아들은 것처럼 면접을 이어가다 끝냈다.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채용관리 솔루션 업체 그린하우스 조사에서 구직자의 38%는 AI 면접 때문에 채용 절차를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70%는 AI가 자신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분명히 안내받지 못했다고 했다. 반대로 구직자의 부정행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국 기업 대상 조사에서 고용주의 66%는 면접에서 지원자의 무단 AI 사용을 적발했거나 의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AI 채용이 편향 논란을 부른 사례도 있다. 아마존은 2014년부터 이력서를 평가하는 AI 채용 도구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도구가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력서에 감점을 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마존은 결국 2017년 초 개발팀을 해체했다. 로이터통신이 2018년 보도한 내용이다.

규제도 생겼다. 미국 뉴욕시는 2023년 7월부터 채용에 자동화 도구를 쓰는 기업에 편향성 감사를 의무화했다. 기업은 감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AI 도구를 쓴다는 사실도 지원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위반하면 첫 회에 500달러, 이후 위반 한 건당 최대 1500달러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AI Act)도 채용에 쓰이는 AI를 '고위험' 분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이 본사 채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계열사로 확대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