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끝나고 앉은 건데, 할머니가 욕설” 지하철 노약자석, 어디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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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환자도 교통약자석 이용 가능…'노약자석' 인식이 문제
겉으로 건강해 보여도 폭행은 범죄…교통약자석 갈등 심화
수술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이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석에 앉았다가 한 노년 여성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를 주장한 여성은 수술 직후 몸이 좋지 않아 자리에 앉았지만, 노년 여성이 자격을 따지며 자리를 비우라고 요구했고 얼굴까지 때렸다고 호소했다.
해당 여성은 당시 상황을 휴대전화로 촬영했으며, 주변 승객들이 폭행을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은 경찰에 신고한 뒤 수술 부위의 통증이 심해지고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 교통약자석이 고령자뿐 아니라 장애인과 임산부, 부상자 등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좌석이라는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노약자냐, 임산부냐"…수술 직후 앉아 있던 여성에게 시비
지난 23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겪은 일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었다.
수술 직후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서서 이동하기 어려워 좌석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열차 안에서 한 노년 여성이 다가와 A씨에게 자리를 비키라는 취지로 말을 걸었다.
A씨는 노년 여성이 자신에게 "노약자냐, 임산부냐"고 물으며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노년 여성은 A씨와 함께 있던 남성을 언급하면서 "남자친구랑 꽁냥거리냐"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신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귀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함께 있던 남성 역시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노년 여성은 이러한 설명에도 자리를 비우라고 요구하며 폭언을 이어갔다.
상황은 말다툼에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노년 여성이 자신의 얼굴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수술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다는 이유로 신체적인 폭행까지 당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자 노년 여성은 촬영에 반발하며 다시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노년 여성은 "너 올리기만 해", "어디 건방지게 사진을 찍으려고 해"라고 말했다.
A씨는 노년 여성이 휴대전화 촬영을 문제 삼으면서 폭언과 폭행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주변 승객들이 제지…"수술 부위 더 욱신거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다른 승객들이 개입하면서 노년 여성의 행동을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 있던 한 시민은 노년 여성을 향해 "왜 사람을 때리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노년 여성은 "얘가 내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 않냐"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A씨는 주변에 있던 고령의 승객들이 자신을 도와줬다고 밝혔다.
그는 SNS에 "근처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도와주셨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A씨는 이후 노년 여성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지하철에서 내린 뒤에는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눈물만 났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어 "회복해야 하는데 수술 부위가 더 욱신거리고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수술 직후 안정과 회복이 필요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폭언과 폭행을 겪었다는 것이다.
A씨가 공개한 사연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디서 손찌검하냐", "수술했다는데 배려해 주면 안 되나", "교통약자석에는 아픈 사람도 앉을 수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폭행이 정당화될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교통약자석을 이용하는 사람의 외모나 나이만 보고 자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더라도 수술을 받았거나 질환을 앓고 있어 오래 서 있기 어려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A씨가 SNS에 공개한 주장과 당시 상황을 토대로 알려졌다.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은 A씨가 직접 밝혔으며, 이후 경찰 조사 결과는 전해지지 않았다.
교통약자석은 노인 전용 아니다…수술 환자·부상자도 이용 대상
지하철 교통약자석은 고령자만을 위한 좌석이 아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교통약자를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부상자나 수술 직후 환자 역시 신체 상태에 따라 교통약자석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교통약자석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신체적 제약으로 서 있기 어렵거나 이동 중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고령자와 장애인, 임산부뿐 아니라 다리나 허리를 다친 사람,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인 사람 등도 이러한 배려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교통약자석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사람처럼 신체적 어려움이 외부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수술 직후의 통증이나 내부 장기의 질환처럼 외관상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도 있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하다고 판단하거나, 임신 여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좌석 이용 자격을 따지는 것은 교통약자석의 운영 목적과 맞지 않는다.
교통약자석은 특정 연령대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승객들이 서로 배려하며 이용하는 공간이다.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무조건 자리를 비우라고 요구할 권한이 다른 승객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상대방이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하거나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좌석 이용 문제와 별개로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상대방의 신체를 때리는 행위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형법상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폭행으로 상해가 발생했다면 상해죄 적용 여부도 문제가 된다.
교통약자석 이용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1980년 노약자석 도입…2005년 교통약자석으로 명칭 변경
국내 지하철에 노약자석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80년이다.
당시에는 고령자 등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승객을 배려하기 위한 좌석으로 운영됐다.
이후 장애인과 임산부 등 다양한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좌석의 운영 개념도 확대됐다.
2005년에는 기존 '노약자석'이라는 명칭이 '교통약자석'으로 변경됐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을 위한 좌석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이동에 불편을 겪는 다양한 승객을 배려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명칭이 변경된 뒤에도 교통약자석을 노인 전용 좌석이나 경로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젊은 승객이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을 경우 다른 승객과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교통약자석 이용을 둘러싼 다툼은 최근에도 여러 차례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지하철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던 여성에게 한 노년 남성이 자리를 비키라고 요구하며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지난 8월에도 노년 남성이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던 남성에게 자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어폰을 빼는 행동을 했고, 이후 몸싸움으로 번지는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두 사건 모두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신체적인 충돌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서울 지하철 2호선 사건에서는 수술 직후 귀가하던 여성이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다가 노년 여성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비슷한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교통약자석은 고령자와 장애인, 임산부 등 여러 승객이 함께 이용하는 배려 공간이다. 좌석이 필요한 이유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나이와 외모만으로 자격을 판단하는 행동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