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2주 차 넷플릭스 비영어 쇼 2위…클리셰 정면돌파한 채수빈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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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빈이 ‘나를 충전해줘’ 속 재벌 3세 클리셰와 보배 캐릭터 접근법을 직접 설명했다.
김영광과 쌓은 호흡, 변화 강박을 내려놓은 계기도 털어놨다.

“재벌 3세, 뻔한 거 나도 알아. 그런데 뭐 어쩌라고, 재미있는데.” 배우 채수빈은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대하는 태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재벌 3세와 전기 능력을 지닌 드라마 작가의 충전 빙자 로맨스에서 채수빈은 나보배 역을 맡았다.
채수빈은 최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배를 ‘귀여워 보이려는 인물’이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로 접근한 과정과 김영광과 쌓은 호흡, 변화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게 된 계기를 차례로 풀어놨다. 지난 9일 공개된 작품은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2위에 올랐고, 전 세계 64개국 톱10에 진입했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공개한 영상에는 충전율 확인을 핑계로 손을 잡고 포옹까지 시도하는 호랑과 보배의 모습이 담겼다. 서로 이용하기로 했지만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의 케미가 눈길을 끈다.
“재벌 3세, 뻔한 거 알지만 재미있잖아요”…클리셰를 정면으로 쓴 작품
‘나를 충전해줘’는 재벌 3세 남자 주인공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여자 주인공이라는 익숙한 설정을 숨기지 않는다. 채수빈은 이 점이 작품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클리셰적인 설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가는 것이 작품이 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채수빈이 주목한 것은 보배의 성격이다. 그는 보배가 연약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 요즘 사람처럼 자기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어디에 둬도 마냥 걱정되는 인물은 아니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로맨스 여주인공의 틀에서 벗어난 동시대적인 인물이어서 시청자가 더 좋게 봐준 것 같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보배가 가진 전기 능력 역시 판타지 장치로만 다루지 않았다. 채수빈은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보배에게는 그 능력 때문에 생긴 마음의 상처가 있잖아요”라며 능력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보다 그것을 가진 보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먼저 생각했다고 밝혔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하면서도 자신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공항 장면 “안고 돌릴까?”…감독이 그어준 관계의 단계
연출을 맡은 박수원 감독은 두 주인공에게 서로 다른 가이드를 줬다. 채수빈에 따르면 백호랑 역의 김영광에게는 “코믹하더라도 남자 캐릭터는 멋있어야 한다”는 방향이 분명했다. 더 많은 시도를 해보려는 김영광과 멋있는 지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감독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도 현장의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반면 보배에게는 표현의 폭이 넓게 열려 있었다. 채수빈은 “생각하고 계산하기보다 현장에서 저를 풀어놨던 것 같아요”라고 돌아봤다. 이어 “보배는 정돈된 틀 안에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잖아요”라며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이 어떤 시도는 되고 어떤 시도는 안 되는지를 명확히 정리해주는 ‘선장’ 역할을 했기에 믿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관계의 속도 조절도 감독의 몫이었다. 공항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안고 돌릴까?” 같은 아이디어를 내면 감독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라며 관계의 단계를 정리했다. 채수빈은 이런 판단을 믿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날카로워 보였던 김영광…촬영이 길어지며 가까워진 호흡
채수빈은 김영광의 첫인상을 어렵게 느꼈다고 한다. 누군가와 빨리 가까워지려 애쓰는 타입이 아니어서 극 중에서 붙어 있는 시간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처음에는 영광 오빠가 날카로워 보이고 키도 크고 해서 다가가기 어렵다고 느꼈는데 알고 보니까 정말 순둥이에요”라고 말했다. 친절하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성격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실제 관계의 변화는 극 중 호랑과 보배의 거리와 맞물렸다. 초반에 보배와 호랑이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싫어하던 시기에는 실제로도 덜 친했고, 극 중 두 사람이 가까워질 무렵 배우들도 편해졌다는 것이다. 후반부 데이트 장면에서 편안하게 붙어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 배경으로 채수빈은 이 흐름을 꼽았다.
호랑의 귀여운 순간들은 김영광의 실제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툴툴거리고 틱틱대면서도 결국 다 해주고 애교까지 부리는 지점에서 채수빈은 “이건 그냥 영광 오빠 본체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대사가 많지 않은 데이트 장면에서는 실제 연인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함께 고민하며 서로 아이디어를 보탰다.
채수빈은 상대 배우와의 케미가 좋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스스로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개성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니어서 어떤 배우와 붙어도 비교적 케미가 잘 맞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생일 축하 장면에서 ‘귀여워 보이려’ 하지 않은 이유
공개를 앞두고 채수빈은 걱정이 컸다. 전기 능력으로 사람들과 멀어진 보배가 지나치게 어설프고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보배가 너무 허당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많이 애정해줘서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배가 호랑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은 채수빈이 가장 신경 쓴 지점 중 하나다. 시청자의 반응을 의식해 사랑스럽게 꾸미기보다 상대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에 집중했다. 채수빈은 “그냥 보배는 호랑을 축하해주고 싶은 거였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귀엽거나 예뻐 보이려 애쓰지 않고 오히려 털털하게, 아저씨처럼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1, 2부를 본 뒤에는 너무 털털해 보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다만 작품이 공개된 이후 시청자들이 예쁘게 봐줘서 다행이라는 것이 채수빈의 말이다.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김영광의 조언 뒤 달라진 마음
채수빈에게 이번 작품은 연기의 즐거움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은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연기적으로도 계속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계기가 된 것은 홍보 촬영 중 대기실에서 나눈 김영광과의 대화다. 채수빈이 진로 고민을 꺼내자 김영광은 로맨스를 잘할 수 있을 때 차곡차곡 쌓아두면 나이가 들었을 때 선택지가 더 넓어지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채수빈은 이 말을 듣고 스스로 고민에 너무 매몰돼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채수빈은 “주어진 작품을 하나씩 잘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기회가 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촬영 초반보다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로맨스 작품을 해오며 쌓은 노하우가 이번 작품에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조금 뿌듯했다는 말도 했다.

앞으로의 바람은 ‘감정을 전하는 배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특별히 튀는 캐릭터가 아니어도 사람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새콤달콤’에서 연기한 다은처럼 현실에 발 붙이고 실제로 겪을 수 있는 감정을 다룬 인물이 촬영 당시에도 재미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데뷔 14년차에 가까워진 채수빈은 한 작품 한 작품 열심히 노력해온 것 같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는 “앞으로는 진짜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며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비서즈 막내 권세은, 보배와의 에피소드로 존재감
극 중 호랑의 비서실에서는 배우 권세은이 양비서 역으로 활약한다. 재벌 3세 백호랑(김영광)의 비서실 막내인 양비서는 특유의 발랄함과 엉뚱한 행동으로 동료들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나보배(채수빈)와의 에피소드에서는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자칫 얄밉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친근하게 표현했다.
권세은은 드라마와 연극을 오가며 경험을 쌓아왔다. ‘청담국제고등학교’ 시즌 1·2에서는 김혜인(이은샘)의 소울메이트 이선주 역을 맡았고, 최근에는 연극 ‘럭키고시원’ 무대에도 올랐다. ‘나를 충전해줘’는 총 10부작으로 현재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