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다들 잘하더라…'100일의 거짓말' 배우들 일본어・영어 실력이 수준급인 이유

Google 검색에서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일본어·영어·중국어 완벽 소화한 배우들의 비하인드

tvN 20주년 특별기획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이 방영 6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새로 썼다. 지난 25일 방송된 6회는 9.5%(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고, 이 수치는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해당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화제를 끌어올린 요인으로는 극 곳곳에 배치된 일본어·영어·중국어 대사가 꼽힌다. 배우들이 외국어 연기를 위해 최장 1년 넘게 연습한 사실이 제작진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100일의 거짓말' 주연 김유정, 진선규.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주연 김유정, 진선규. / tvN 제공

시청률 9.5%, 화제성 1위까지 동시 상승

시청률만 오른 것이 아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펀덱스 10월 4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100일의 거짓말'은 1위에 올랐다.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는 김유정이 2위, 박진영이 3위를 차지했으며, 두 배우는 2주 연속 같은 순위를 지켰다.

작품은 회차가 쌓일수록 서사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평을 받는다. 여기에 '통역'이라는 핵심 소재가 더해져 외국어 대사의 비중이 상당하다. 일본어와 영어, 중국어가 번갈아 등장하는 구조여서, 배우들의 발음과 억양이 곧 극의 설득력과 직결된다.

대본 리딩부터 달랐다…감독이 밝힌 준비 과정

'100일의 거짓말' 연출자인 유인식 감독은 캐스팅 직후부터 배우들이 외국어 연기 준비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외국어가 나와 놀랐다는 것이 감독의 전언이다.

준비 기간은 짧지 않았다. 외국어 대사 분량이 많았고, 일본 및 영미권 배우와 직접 호흡을 맞추는 장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촬영이 끝나는 날까지, 길게는 1년 넘게 연습을 이어갔다. 일본어·영어·중국어 담당 강사들은 배우와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했다. 외국어 대사가 나오는 촬영일에는 강사들이 현장에 직접 나와 대사를 한 마디씩 점검하고 자문했다.

'100일의 거짓말' 대본 리딩 현장.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대본 리딩 현장. / tvN 제공

김유정, 5개월간 하루 두 차례 수업

김유정은 촬영 전 약 5개월을 일본어 공부에 투입했다. 문법, 회화, 대본 숙지를 위한 수업 세 가지를 병행했고, 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하루 두 차례씩 수업을 소화했다.

김유정이 연기하는 '이가경'에게 일본어와 영어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김유정은 이 점에 초점을 맞춰 대사를 먼저 외운 뒤, 감정과 상황에 어울리는 말투와 억양을 구상하고 다시 연습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가경이 영어를 정식으로 배운 인물이 아니라 어깨너머로 익힌 인물이라는 설정도 연기에 반영했다. 외운 단어를 이어 붙여 말하는 듯한 느낌까지 살린 것이다.

일본어 지도팀에 따르면 김유정은 가장 먼저 수업을 시작한 배우다. 해외 일정이 있을 때도 스케줄 사이사이 화상 수업을 이어갔다. 지도팀은 억양이 조금만 어긋나도 본인이 먼저 알아챌 정도였다며, 연습량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상대에 맞춰 대사를 유연하게 바꿔 말하는 능력도 이가경 캐릭터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 포스터.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 포스터. / tvN 제공

박진영, 스케치북에 히라가나를 써 가며 암기

박진영은 엘리트 통역관 '사토 히데오/김태웅'을 맡아 일본어와 영어를 모두 소화한다. 올해 2월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일본어 대사를 반복해서 연습했고, 인물 설정에 맞춰 영어 억양까지 구분했다. 본인이 밝힌 준비 원칙은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이었다.

지도팀이 기억하는 박진영의 학습법은 독특하다. 다른 배우들보다 간단한 일본어를 이미 할 줄 알았고 히라가나도 쓸 수 있었던 그는 커다란 스케치북에 대사를 히라가나로 직접 적어 가며 외웠다. 대사와 동작을 함께 해야 암기가 잘 된다는 이유로 움직임을 곁들여 연습했고, 지도팀은 그 모습이 연극 연습 같았다고 전했다.

캐릭터에 맞는 억양을 찾기 위해 원어민 세 명 정도에게 녹음을 요청한 점도 눈에 띈다. 박진영은 녹음을 얼마나 열심히 들었는지 누워도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어와 영어 수업이 연달아 이어지는 일정이었지만 즐겁게 준비했다는 것이 지도팀의 설명이다.

'100일의 거짓말' 박진영.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박진영. / tvN 제공

김현주, 유일한 중국어 연기…’너무 정확하지 않게'가 관건

주요 배우 가운데 중국어 연기에 도전한 사람은 김현주가 유일하다. 그가 맡은 '유소란'은 조선어를 구사하는 중국인 인물이다. 언어를 전문적으로 배운 인물이 아니므로, 지나치게 정확한 억양보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했다.

문제는 참고 자료였다. 당시 중국인이 구사한 조선어의 특징을 확인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았다. 김현주는 중국어 수업을 진행한 강사가 한국어를 말할 때의 억양과 말투를 유심히 관찰했고, 여러 중국인의 한국어 발음도 참고해 유소란의 말투를 만들었다. 장면의 긴장감과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중국어 지도 강사는 한국어와 달리 중국어에는 네 가지 성조가 있어 높낮이와 발음 위치를 익히는 작업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천천히 발음하며 대사에 적용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강사는 작은 발음 차이도 놓치지 않고 다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강사가 대사별로 녹음해 준 음성 파일을 들으며 연습을 이어갔다.

'100일의 거짓말' 김현주.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김현주. / tvN 제공

이무생, 같은 일본어도 '외국인의 일본어'로

같은 외국어라도 인물에 따라 말투는 달라야 한다. 유필립 역의 이무생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무생은 지난해 겨울 첫 수업에 거의 모든 일본어 대사를 외워 왔다. 유필립은 외국인이 말하는 일본어의 느낌을 살려야 하는 인물이어서, 지도팀은 수업보다 영어권 화자가 일본어를 말하는 참고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무생은 미국인이 구사하는 한국어와 일본어에는 각각 고유한 느낌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해외에 파견된 국제기자라는 직업 설정에 맞춰 간단명료하면서도 정확한 언어를 쓰는 인물로 설계했고, 표정과 동작을 덧붙였다. 1930년대 영화를 보며 당시 인물들의 화법과 제스처까지 참고해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100일의 거짓말' 이무생.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이무생. / tvN 제공

진선규, 일본 체류 2개월·하루 7시간 대본 암기

가장 큰 화제를 모은 배우는 '오다이라 마사히로' 역의 진선규다. 진선규는 이 작품을 위해 2개월간 일본에 머물며 하루 7시간씩 대본을 외웠다.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발음과 억양을 선보였고, 일본 현지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첫 수업은 지난해 10월에 시작됐다. 지도팀은 진선규가 두 달가량 교토에 간다는 말을 듣고 사투리 억양이 몸에 밸 가능성을 걱정했다. 그래서 교토에서 일본어 대사를 봐줄 배우를 별도로 섭외했다. 체류 기간 중 오전에는 일본어 회화, 오후에는 일본어 대사 수업을 했고, 주 2회는 한국에 있는 지도팀과 화상으로 대사를 확인했다.

진선규는 일본인이 쓰는 조선어 대사까지 함께 소화했다. 지도팀은 분량이 많아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밝혔다.

'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 tvN 제공

이미 12회분 일본어 대사를 다 외우고 첫 촬영 돌입

배우들의 준비는 촬영 시작 전부터 이미 끝나 있었다. 지도팀에 따르면 모든 배우가 12회 분량의 일본어 대사를 숙지한 상태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억양이 틀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현장에서 대사를 외우지 못해 촬영이 지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도팀은 강사가 곁에 있어도 배우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외국어 대사는 앞으로 방영될 회차에서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이 12회 분량의 일본어 대사를 모두 암기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회차에서도 일본어 장면의 비중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청률이 회차마다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방영 중반부에 접어든 이 작품이 10%대 진입 여부를 가늠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100일의 거짓말' 밀정 포스터.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밀정 포스터. / tvN 제공
유튜브, tvN DR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