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는 방어용” 정동영 발언 이틀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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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우리 군이 월북이라도 했다는 거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지뢰는 방어용 무기" 발언이 나온 지 이틀이 지났지만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경질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그럼 우리 군이 월북이라도 했다는 말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논란의 발언은 지난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통일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정 장관은 지난달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한 사건과 관련해 "사실 국어적으로 보면 지뢰 공격이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며 "지뢰는 방어용 무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전협정 위반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고의성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자기 땅에 심으면 방어라고 할 수 있지만 남의 담을 넘어 현관, 안방에 심으면 공격이고 몰래 심은 것은 고의"라며 "제가 정 장관 댁에 몰래 들어가서 지뢰를 심으면 지뢰 공격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합참은 북한이 우리 영토를 넘어와서 심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왜 제3자처럼 이야기하느냐"고 지적했다.
탈북민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김여정 북한 총무부장이 또다시 담화문을 통해 '정동영이도 방어용이라고 인정했다'고 얘기할 것 같다"며 "북한 정권에 대남 도발 책임을 우리 측에 뒤집어씌울 빌미를 제공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발언을 취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 지뢰가 방어용이라는 것이 아니라 지뢰는 기본적으로 방어용 무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입장과의 엇박자를 문제 삼았다. 권 의원은 "외교부는 유엔 대사를 통해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이 MDL 이남 지역에 지뢰를 설치했고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북한의 행태를 규탄했다"며 "정 장관은 지금 우리 정부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야당 의원이지만 정동영 장관님은 이재명 정부에 오히려 부담만 주시는 것 같다"며 "그렇게 편하게 얘기하실 거면 장관을 그만두고 그냥 의원으로 편하게 얘기하시는 게 더 낫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공세는 국감 이후에도 계속됐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주적에게 처절하게 농락을 당했는데도 또다시 국가적 치욕을 자초하는 저의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하루라도 종북 발언을 안 하면 금단증상이라도 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온라인 여론도 들끓고 있다. 정 장관 발언을 다룬 포털 기사엔 지뢰가 매설된 위치를 짚는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방어용 무기라 해도 자기 땅에 묻어야 방어용이다. 남의 땅에 묻으면 공격용"이라며 "식칼도 주방에 있으면 요리 도구지만 남의 집 앞에서 들고 있으면 잡혀간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무기라는 게 방어용, 공격용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용도로 설치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방패로 사람을 때려도 방어용 무기인가. 우리가 북한 땅을 넘어가다가 지뢰를 밟았느냐", "그 방어용 지뢰가 방어를 한 게 아니라 공격을 하지 않았느냐. 왜 피해를 본 우리가 북한 눈치를 봐야 하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일본이 독도에 기뢰를 깔아 놓으면 그것도 방어용 무기라서 도발이 아니라고 할 거냐"고 되묻는 댓글도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그럼 우리 군인들이 월북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남의 집 담 밑에 지뢰를 심지 않았느냐", "본인 집 앞에 압정을 놓으면 그건 방어용이냐"는 댓글이 폭주했다.
다친 장병을 떠올리는 목소리도 컸다. 누리꾼들은 "자기 아들딸이 지뢰에 다쳤다고 생각해 보라. 이런 말이 나오겠느냐", "부상당한 군인이 저 말을 들으면 어떤 마음이겠느냐", "우리 군이 다쳤는데 장관이 저럴 수 있느냐"고 했다. "대한민국 장관이면 대한민국 입장을 중심으로 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임무가 남북통일인 통일부 장관인데 그럼 피의 보복이라도 선언하란 말이냐"며 정 장관을 두둔하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통일부의 입장은 사건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지뢰 폭발은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일어났다. 우리 군이 유엔군사령부 현장 조사에 앞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MDL 남쪽 약 10m 지점에서 지뢰가 터져 장병 3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간부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군과 유엔사는 북한군이 MDL 남쪽에 묻은 지뢰가 폭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통위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고인지 도발인지 묻는 박충권 의원의 질의에 "검증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의원이 북한의 고의가 없다는 말은 위험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아직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사흘 뒤인 10일 정 장관 경질을 요구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이 모욕해도 저자세로 일관하고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어도 '사고'라 말하는 장관에게 국민은 안보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