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은 불꽃처럼 타오른다”…‘100일의 거짓말’ 유인식 감독, 캐스팅 이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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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 거짓말’ 유인식 감독이 경성역 연출 의도와 배우 캐스팅 이유를 직접 밝혔다.
기송관 설정과 작품 메시지도 공개, 7회는 31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공식 스틸 (사진=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공식 스틸 (사진=tvN)

tvN 20주년 특별기획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을 이끄는 유인식 감독이 작품의 연출 비화와 배우 캐스팅 이유, 향후 전개의 힌트를 직접 밝혔다. 극본 류보리, 연출 유인식·김윤진의 ‘100일의 거짓말’은 중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오는 31일 토요일 밤 9시 10분 7회가 방송된다. 유 감독은 김유정에게서 불꽃 같은 에너지를, 박진영에게서 청춘의 맑은 눈빛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3년 전 기획안에서 받은 ‘뜨거운 예감’

유인식 감독은 3년 전 처음 기획안과 대본 초고를 접했다고 돌아본다. 그는 “독특한 설정과 장르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원래부터 시대의 격랑 속에서 펼쳐지는 러브스토리나 레지스탕스가 등장하는 첩보 장르에 동경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획안을 읽을 때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겁게 번져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유 감독의 말이다. 장르의 전형적인 틀에 갇히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한 선택을 하는 인물들이 있었고, 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아주 뜨거운 이야기가 완성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유 감독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원더풀스’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첩보극과 로맨스를 결합한 ‘100일의 거짓말’은 그가 중반부까지 끌어온 시대극이다.

경성역에서 시작하는 이유

작품의 첫 장면은 경성역이다. 유 감독은 “기차와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지만 침략과 식민 지배의 수단이기도 했다”며 경성역이 일제강점기 조선, 특히 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증기와 다양한 언어가 뒤섞이는 공간에서 주인공과 악인이 모두 등장하는 시작이 근사할 것 같았다는 것이 연출 의도다. 이곳에서 소매치기로 등장하는 이가경(김유정 분)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작품의 출발점이 됐다.

유 감독은 이가경을 “재능 있고 똑똑하며 짓궂고 통통 튀지만, 이 땅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절망감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인물”로 소개했다. 기존 시대극과 다른 방향으로 작품을 이끌어갈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공식 스틸 (사진=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공식 스틸 (사진=tvN)

첩보와 로맨스, 통역생이라는 설정

유 감독이 꼽은 작품의 차별점은 첩보와 로맨스의 결합이다. 밀정이라는 설정에서 비롯되는 긴장감, 적의 마음을 얻으려다 사랑에 빠지는 역설적인 상황, 칼날 위에 선 듯 위태로운 연인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 장면과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첩보 액션이 함께 담긴다.

배경인 경성은 일본어·영어·중국어가 뒤섞인 공간이다. 주인공들이 통역생이라는 신분으로 활동하는 만큼 외국어로 소통하는 장면이 많고, 통역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와 긴장감이 첩보전의 또 다른 장치로 쓰인다. 유 감독은 통역과 첩보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독특한 긴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공식 스틸 (사진=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공식 스틸 (사진=tvN)

김유정·박진영 캐스팅 이유

유 감독은 김유정에 대해 “반짝이는 기지와 순발력, 능청스러운 연기력, 감출 수 없는 미모”까지 이가경을 설명하는 단어를 나열하면 이 역할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난과 멸시에도 생기를 잃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이가경의 에너지였고, 실제로 만난 김유정에게서도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김유정 배우는 말 그대로 터져 나오고 날아오르고 불꽃처럼 타오른다”고 평가했다.

박진영은 일본인 사토 히데오이자 조선인 김태웅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한다. 유 감독은 이 인물을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깊이 고민하는 청년으로 설명했다. 겉으로는 일본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지만 내면에는 조선인으로서의 자의식과 번민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박진영을 두고는 “무척 맑은 눈을 가졌다”며 그 눈을 보면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인물이 상처받고 흔들리거나 감동하는 순간마다 눈이 미세하게 떨리고 눈물이 비치는데, 보는 사람까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다. 유 감독은 허세 없는 깨끗한 연기가 박진영의 큰 매력이라고 짚었다.

‘100일의 거짓말’에 합류한 유인식 (사진=뉴스1)
‘100일의 거짓말’에 합류한 유인식 (사진=뉴스1)

김현주·이무생·진선규에 대한 신뢰

구국단의 리더 유소란을 연기하는 김현주에 대해서는 가혹한 시련을 겪고 복수만을 생각하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인물이지만, 사람들에게 믿음과 힘을 주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표정이 많거나 말이 많은 인물이 아니어서 배우 자신에게 설득력 있는 아우라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바라보고 있으면 믿음이 가고 기대고 싶은 느낌이 있다”며 오랜 시간 쌓아온 배우의 내면이 그런 깊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무생을 두고는 볼 때마다 선이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수트와 중절모 차림으로 서 있는 모습이 누아르 장르의 그래픽 노블 속 한 장면 같다는 것이다. ‘이무생 로랑’이라는 별명이 단지 이름 때문에 붙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어느 장면에서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예상 밖의 신선한 해석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극 중 최종 빌런 사토 신이치를 연기하는 진선규에 관해서는 반전 일화가 나왔다. 실제로 만나보니 듣던 대로 유쾌하고 선량한 사람이어서 현장에 나타나기만 해도 웃음꽃이 피었고, 극악한 전범을 연기하는 만큼 너무 착하게 보이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편집실 화면에는 욕망과 악의에 불타는 섬뜩한 사토 신이치가 있었다고 유 감독은 밝혔다.

‘100일의 거짓말’에 합류한 유인식 (사진=뉴스1)
‘100일의 거짓말’에 합류한 유인식 (사진=뉴스1)

기송관 개통 행사와 작품이 던지는 질문

앞서 방송에서 공개된 조선총독부의 기송관 공사 현장도 언급됐다. 기송관은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문서나 물건을 관을 통해 보내는 설비다. 유 감독은 총독부 내부에 기송관 시스템이 건설됐다는 설정이 실제 역사와는 다른 상상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시 총독부 청사가 최신 기술로 일본의 근대화를 과시하려는 의도를 담은 건물이었고, 미국과 일본에서 쓰이던 기송관 시스템을 조선에도 구축하려 했다는 설정에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양의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 많이 생기고 첩보전의 소재로도 쓰기 좋다는 점이 고려됐다. 유 감독은 극 중 기송관 시스템 개통 행사가 총독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중요한 사업으로 등장하며 매우 긴장감 넘치는 사건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작품 전반에는 독립운동가들을 향한 질문이 놓여 있다. 유 감독은 “스무몇 해, 서른몇 해의 짧은 생을 조국에 바친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렸다”며, 나라를 잃은 책임도 목숨을 걸어야 할 의무도 없던 젊은이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했는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드라마가 답을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질문을 품고 그려낸 이야기라고 밝혔다.

유 감독은 “주인공들은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거짓말을 하지만 자신의 양심과 사랑 앞에서는 절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뜨겁고 진실하다”고 강조했다. 시청자가 그 뜨거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닿고 훗날 드라마를 떠올릴 때 그 온기로 마음을 덥힐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공개된 7회 예고 영상에는 ‘정체성 혼란 온 히데오’라는 제목이 붙었다. 7회는 31일 토요일 밤 9시 10분 tvN에서 방송되며, 티빙에서도 스트리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