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100만원 기준 폐지…쪼개기 송금 막으려 코인 소액 이체도 수취인 정보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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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룰 100만원 기준 폐지, 코인 이전 전체가 정보제공 대상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송금은 위험도별 차등, 이용자 확인 요청 늘 수 있어

거래소 사이에서 코인을 옮길 때 수취인 정보를 주고받게 하는 규제를 트래블룰(가상자산 이전 시 송·수신인 정보 제공 의무)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됐는데, 이 금액 기준이 사라지고 전체 거래로 넓어진다. 금융위원회는 8월 11일 국무회의에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주는 제도가 아니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심사를 강화하고 코인 이전거래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키우는 규제다. 개인 이용자에게는 입출금이 예전보다 늦어지거나 거래소가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거래가 영향을 받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100만원 미만 송금도 대상…쪼개 보내기가 왜 문제인가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끼리 코인을 옮길 때 적용되는 정보제공의무는 현행 100만원 이상에서 전체 거래로 확대된다. 코인을 받는 쪽 사업자에게도 의무가 새로 붙는다. 보내는 쪽에서 정보가 빠져 있으면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그래도 안 되면 거래를 거절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기준금액을 없앤 이유는 쪼개기 송금이다. 금액을 잘게 나눠 규제를 피하고 자금세탁에 악용할 가능성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위가 든 의심 사례를 보면 한 사람이 약 3개월 동안 약 2억원을 거래소에 입금해 USDT를 사들였다. 이 코인을 100만원 미만 단위로 216회에 걸쳐 내보냈다.
이 사례는 원화를 넣고 코인을 빼내는 한 방향 거래만 있었다. 수수료와 시간 면에서 비효율적인데도 전체 물량을 100만원 미만으로 쪼갠 점이 의심 근거로 제시됐다. 일반 이용자가 소액을 여러 번 보냈다고 곧바로 의심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액 이체도 이제 수취인 정보 확인 대상이라 요청이 올 수 있다. 정보가 맞지 않거나 누락되면 거래가 거절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해외 거래소·개인지갑으로 보낼 때 확인할 것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나 개인지갑(거래소 계정이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관리하는 지갑)과 코인을 주고받는 거래도 달라진다. 신고 사업자는 상대방의 위험도에 따라 거래 허용 범위를 나눠야 한다. 금융위가 밝힌 기준은 세 갈래다.
첫째, 저위험 해외거래소로의 이전은 허용된다. 둘째, 그 밖의 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을 때만 허용된다. 셋째, 고위험으로 분류된 곳과의 거래는 금지된다. 해외 거래소로 보내기 전에는 이용 중인 국내 거래소의 공지와 안내를 먼저 살펴보는 편이 안전하다.
개인지갑으로 보내는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받는 지갑이 내 명의인지다. 타인 명의 지갑이나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주소로 보내려 하면 제한될 수 있다. 신고 사업자는 1천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자체적인 의심거래 관리체계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큰 금액을 옮길 때는 전송 목적과 수취인 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개인지갑을 이용한 의심 사례도 공개했다. 거래소에서 산 코인을 100만원 미만 단위로 출처 불명의 개인지갑 여러 곳에 나눠 보냈다. 이후 그 지갑들에서 특정 지갑 한 곳으로 모으는 행위를 3개월 동안 되풀이한 경우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 피해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고위험 해외거래소로 보낸 사례도 함께 제시됐다.
추가 확인 요구를 받았을 때 해야 할 일
출금·입금이 늦어지거나 추가 확인이 요청될 때 단순한 거래소 장애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거래소는 거래 상대방 정보, 전송 목적, 수취인과의 관계, 자금 출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하면 거래를 보류할 수 있다. 개인지갑으로 자산을 보낼 때도 이상거래 여부와 수취 주소의 위험도를 점검할 수 있다.
고객확인(거래소가 이용자의 신원과 거래 목적을 확인하는 절차)의 기준도 명확해졌다. 개정안은 강화된 고객확인 대상인지를 판단할 때 고객의 특성, 거래 양태, 이용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특성에 따른 위험도를 고려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금액을 보내도 거래 이력이나 방식에 따라 추가 질문을 받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이때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첫째, 허위 자료를 내지 않아야 한다. 둘째, 주소·신분증·소득자료를 메신저로 보내지 말고 공식 앱이나 홈페이지의 보안 채널로만 제출해야 한다. 거래 중단이나 이의제기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요청받은 내용과 제출한 자료의 기록을 남겨 두는 것도 방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출금 지연 제도의 예외 기준을 통일해 거래 목적과 자금 출처를 묻는 절차를 강화한 바 있다. 이번 시행령은 거래소 사이의 이전과 해외·개인지갑 거래까지 규율 범위를 넓힌다. 평소 거래소를 쓰는 이용자라면 두 제도가 겹쳐 확인 요청이 늘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된다.
신고제 강화…내가 쓰는 거래소는 어떻게 되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도 손질됐다. 신고 심사를 받는 대주주 범위에 대표이사 또는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가 들어갔다. 최대주주가 법인이면 그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도 포함된다.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요건은 구체화됐다. 사업자는 부채비율이 200% 이하여야 하고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신용질서를 해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자금세탁 및 금융 관련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도 있다.
전문 인력과 전산설비, 내부통제체계를 갖추는 요건도 포함됐다. 다만 기존 사업자에게는 부채비율 요건과 조직·인력, 전산설비, 내부통제체계 요건의 적용을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이 감독규정 부칙에 담긴다. 유예 기간에는 기존 거래소가 새 요건을 곧바로 모두 적용받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용자는 신고 여부와 서비스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신고된 사업자라고 해서 가격 손실이나 해킹 위험까지 정부가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미신고 해외 플랫폼을 쓰면 국내 사업자의 고객확인과 피해구제 체계가 적용되지 않거나 제한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현황도 참고자료일 뿐 자산 안전이나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인증이 아니다.
시행 시기는 이원화돼 있다. 신고제와 퇴직자 제재조치 통보 부분은 8월 20일부터, 이전거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포함한 나머지는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령 시행에 맞춰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 개정안도 함께 고시·시행된다. 금융당국은 8월 13일 오후 3시 서울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사업자와 신고 준비 중인 업체를 대상으로 공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