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12월 통합 앞두고 안전관리체계 통합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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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항공사 출범 48일 앞두고 제4회 안전 행사 개최…6대 안전 원칙 선언
조종사 22차례 공동회의·안전관리체계 통합 추진…11월부터 항공편명 변경

오는 12월 통합을 앞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 안전 선언을 발표했다. 두 항공사가 하나의 회사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운항 절차와 안전관리 기준을 일치시키는 일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조직 전반의 안전 문화 통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2월 통합 앞두고 한자리에 모인 두 항공사

대한항공의 새 리버리(도장)를 입은 아시아나 항공기가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새 리버리(도장)를 입은 아시아나 항공기가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4회 '세이프티 데이(Safety Day)' 행사를 열고 통합 항공사의 안전 운영 방향을 공유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과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비롯해 양사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항공기 지상 조업을 담당하는 한국공항(KAS)과 아시아나에어포트(AAP) 직원들도 함께했다.

올해 행사는 '하나의 팀, 하나의 안전(One Team, One Safety)'이라는 구호 아래 진행됐다. 지난해와 같은 슬로건을 유지한 것은 두 항공사의 안전 관련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를 지속적으로 통합하겠다는 취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2월 17일 통합 항공사 출범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계약 체결을 승인했으며 6월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조건부 합병 인가를 받았다.

합병 절차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안전 운항체계다. 항공사는 운항승무원뿐 아니라 정비, 객실, 운항관리, 지상 조업 등 여러 조직이 하나의 절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부서나 회사별로 판단 기준이 다르면 현장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참석자들이 '기억하고(Remember), 배우고(Learn), 행동한다(Act)'는 세 가지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시청했다. 과거의 안전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양사 임직원들은 공동 안전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전문성, 책임감, 배려, 협력, 예방, 도전 등 여섯 가지 원칙이 포함됐다. 통합 이후에도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작은 위험도 보고한다…항공업계가 강조하는 '예방 중심 안전'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이 30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4회 세이프티 데이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이 30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4회 세이프티 데이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이번 행사에서는 현장에서 발견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보고해 사고 가능성을 줄인 사례도 소개됐다. 양사는 '비욘드 엑설런스(Beyond Excellence)'라는 이름의 통합 안전 시상식을 열고 사고 예방에 기여한 직원들을 격려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한항공 운항승무원의 사전 위험 보고다. 해당 승무원은 비행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공항 상황을 확인한 뒤 이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후 계획을 수정해 안전하게 이륙한 공로로 사내 자율 보고 제도인 '해저드 리포팅(Hazard Reporting)'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항공 안전관리에서 위험 보고가 중요한 이유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하는 항공 안전관리시스템(SMS·Safety Management System)도 같은 원리에 기반한다. 항공사와 항공 관련 사업자가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도록 하는 체계다.

SMS는 크게 안전 정책과 목표 수립, 안전 위험 관리, 안전 보증, 안전 증진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단순히 사고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발생한 작은 이상 징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직원들이 실수나 위험 상황을 자유롭게 보고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를 설명할 때 '공정 문화(Just Culture)'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의도하지 않은 인적 오류와 고의적인 규정 위반 등을 구분하고, 정당한 안전 보고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안전관리의 필요성은 국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항공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항공편 약 3870만 편 가운데 집계된 사고는 51건이었다. 항공편 100만 편당 사고 발생률은 1.32건으로 2024년 1.42건보다 낮아졌다.

반면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2024년 7건에서 2025년 8건으로 늘었다. 전체 사고 발생률이 개선됐더라도 지속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IATA는 주요 사고 유형으로 항공기 꼬리 부분의 지면 접촉, 착륙장치 관련 사고, 활주로 이탈, 지상에서 발생한 항공기 손상 등을 제시했다. 이는 항공기 안전이 비행 중 조종뿐 아니라 이착륙과 지상 조업, 공항 시설 관리까지 폭넓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조종사 22차례 공동회의…현장 안전 기준도 통합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일곱 번째)과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왼쪽 다섯 번째)를 비롯한 양사 임직원들이 안전 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일곱 번째)과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왼쪽 다섯 번째)를 비롯한 양사 임직원들이 안전 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행사에 앞서서도 공동 안전관리 활동을 진행해 왔다. 지난 12일부터는 양사 운항승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통합 조종사 안전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는 다음달 13일까지 대한항공 본사에서 총 22차례 열리며 통합 이후 적용할 운항 절차와 업무 원칙 등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주요 논의 내용은 두 항공사가 각각 운영해 온 절차와 훈련 방식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같은 비행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동일한 판단 기준과 업무 절차를 적용할 수 있도록 통합 안전 표준을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의에서는 대한항공의 공정문화위원회 운영 사례도 소개됐다. 안전과 관련한 자발적인 보고를 활성화하고, 보고된 문제를 업무 환경과 시스템 개선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앞줄 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제4회 세이프티 데이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앞줄 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제4회 세이프티 데이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양사는 지난 26일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에서 열린 안전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일주일간 '세이프티 위크(Safety Week)'를 운영하고 있다.

여객, 화물, 객실, 정비 등 각 업무 현장에서는 부서별 위험 요소를 고려한 안전 활동이 진행된다.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부스와 과거 안전 사례를 살펴보는 전시·영상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안전관리의 범위가 항공기 운항부터 정비, 화물 적재, 지상 이동, 승객 서비스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구성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 직원들이 참석한 것도 지상 조업 분야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항공기가 주기장에서 이동하거나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안전 절차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23년 처음 세이프티 데이를 선포한 이후 매년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기념일로 운영하고 있다. 10월 30일은 국내 첫 민간항공기 취항을 기념하는 '항공의 날'이기도 하다.

합병 앞두고 안전운항체계 심사…승객 예약정보도 순차 이관

통합 항공사가 실제 운항을 시작하려면 항공당국의 관련 심사와 인허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로 인가하면서 안전운항체계 변경검사와 해외 항공당국의 인허가 등을 남은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국토부는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 계획의 이행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 항공사 두 곳이 합쳐지는 만큼 항공 안전과 소비자 편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역시 통합 항공사 운항증명(AOC·Air Operator Certificate)과 해외 운항 인허가 확보를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운항증명은 항공사가 필요한 인력과 장비, 운항 절차, 안전관리 역량 등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기업 간 합병계약을 마쳤다고 해서 별도의 안전 관련 절차까지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계류장에서 여객기가 이동하는 모습.  / 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계류장에서 여객기가 이동하는 모습. / 뉴스1

승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공식 안내에 따르면 양사는 다음달 2일부터 12월 3일까지 기존 아시아나항공 예약 항공편의 편명과 예약정보를 단계적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국내선은 같은달 2일과 9일, 16일에 변경 작업이 예정돼 있다. 국제선은 같은달 4일부터 12월 3일까지 여러 날짜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12월 17일 이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항공편은 대한항공 편명으로 바뀌고 대한항공이 운항한다. 두 항공사 간 공동운항편의 이관 작업은 12월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기존 아시아나항공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이라면 출발 전 변경된 편명과 예약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항공권 변경이나 환불 문의도 시점에 따라 담당 항공사가 달라진다. 12월 16일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이나 예매처, 17일부터는 대한항공이나 예매처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안전관리와 예약 시스템, 운항 절차를 하나로 맞추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세이프티 데이는 통합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 경영 의지를 표명하고 전사적 안전 공감대를 형성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안전 문화 관련 캠페인을 지속해 임직원들의 유대감 형성에 기여하고, 통합 안전 문화의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