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에 무슨 일이…학부모 민원에 취소된 계주,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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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부모 민원에 계주 취소…체육활동까지 제한되는 학교
학부모 민원 폭증, 교사 62.8%가 사직 고민하는 이유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한 학부모가 계주 경기가 위험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경기가 취소됐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계주에 참가할 학생들까지 선발한 상황에서 경기가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학부모의 안전 관련 민원이 다른 학생들의 체육활동 기회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운동회 계주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운동회 계주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초등학생 자녀와 아버지가 나눈 대화 영상이 확산했다. 영상에서 아이는 아버지에게 "오늘 어떤 학부모가 계주 위험하다고 해서 취소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버지가 "계주할 사람은 다 뽑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이는 "맞다. 참가할 사람을 모두 선발한 상태였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경기 취소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을 올린 작성자는 "대체 계주가 뭐가 위험하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도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지만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작성자가 진행한 SNS 투표에는 약 2만명이 참여했고, 응답자의 99%가 계주가 위험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넘어질까 봐 달리기도 못 하게 하느냐", "민원이라고 다 들어주는 것이냐",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민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학교가 학부모 민원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학교 운동회와 체육활동을 둘러싼 민원이 늘어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학교 운동회 등 운동장 행사에서 발생한 소음 관련 112 신고는 2018년 70건에서 2025년 350건으로 증가했다. 7년 사이 5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접수된 신고 350건 가운데 345건은 경찰이 실제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은 지난 5월 전국 시도경찰청에 초·중·고교 운동회에서 발생하는 단순 소음 신고에 대한 출동을 최대한 지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반적인 운동회 소음과 긴급한 경찰 출동이 필요한 상황을 구분하겠다는 취지다. 단순 신고는 현장에 출동하는 대신 전화로 민원 내용을 안내하고 종결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운동장 체육활동을 제한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189곳 가운데 287곳(4.6%)이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축구·야구 등 일부 구기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운동장 소음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등이 주요 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운동회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운동회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지난 5월 공개된 서울·부산교육청 통계에서도 운동장 신체활동 제한 문제가 확인됐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12.4%, 부산 지역 초등학교의 34.7%가 운동장에서의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초등학교 3곳 중 1곳 이상이 운동장 활동에 제약을 두고 있는 수준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둘러싼 민원이 교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동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소음 문제뿐 아니라 경기 결과로 인한 학생들의 감정, 행사 진행 방식까지 학부모 민원의 대상이 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2025년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에서 학기 중 담임교사가 교체된 사례는 575건으로 집계됐다. 직전 3년인 2020~2022년 415건보다 38.6%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학부모 요구에 따른 담임 교체는 156건에서 206건으로 32.1% 늘었다. 다만 교사가 직접 교체를 요청한 사례가 모두 학부모 민원 때문인 것은 아니다.

교사들의 악성 민원 부담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올해 4~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한 교사 3987명 중 62.8%가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을 결정적인 이유로 꼽았다.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심의하는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도 2025학년도 4034건을 기록했다. 2020학년도보다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교육부도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이해를 요청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SNS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운동회 소음 등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계주 취소 사연이 알려진 학교의 정확한 위치와 민원 내용, 학교 측의 구체적인 결정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운동회 소음 신고와 체육활동 제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