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칼럼] 전쟁은 남의 일이라 믿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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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미사일 위협, 우리의 무뎌진 경각심을 깨우다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안보의 현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하여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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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속보가 떴다. 놀라움이나 불안보다 먼저 밀려온 감정은 피로감, 그리고 익숙함이었다. 지난 10월 31일 북한은 전술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집속탄두의 위력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11월 1일 공개 보도를 통해 이 무기로 약 13헥타르, 축구장 약 18개에 해당하는 구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두는 여러 자탄을 넓은 지역에 흩뿌리는 무기로, 북한이 주장한 성능은 아직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양한 공격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이렇게 익숙한 뉴스로 받아들이게 됐을까. 당장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은 아닐까. 반복되는 위협에 무뎌지는 것과 실제로 안전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의문이 들었던 것은 우리 군의 발표 시점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시험 사실을 공개한 11월 1일, 전날 평안북도 정주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발사 전부터 관련 동향을 추적하고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발사 당일에는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군사 정보의 특성상 모든 내용을 실시간으로 알릴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탐지 능력을 보호하거나 정확한 분석을 위해 발표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어떤 기준으로 발사 사실을 공개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모든 군사 기밀을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이 살아가는 나라에서 발생한 안보 위협에 대해 언제, 어떤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는 알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군이 위협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국민이 그 대응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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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방어 능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북한은 올해 안에 네 종류의 탄두를 부대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물론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신뢰하거나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새로운 공격 수단이 등장하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체계를 발전시키고, 미사일 탐지와 요격 능력을 강화하는 계획을 공개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어체계가 변화하는 위협에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넓은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집속탄두의 특성을 고려해 비행장과 군사기지 등 주요 시설의 방호 능력에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미 방어망이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무기 개발이 고도화되는 만큼 한국형 3축 체계의 실효성을 끊임없이 검증하고, 우리 군의 대응 능력 역시 변화하는 위협에 맞춰 정교하게 진화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하여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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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취업과 집값, 물가처럼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는 민감하지만 안보는 나와 조금 떨어진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미사일 발사 뉴스를 보면서도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가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국가의 안전이야말로 우리가 고민하는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의 바탕에 있다. 국가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취업도, 안정적인 생활도, 미래를 향한 계획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 성과를 누리기 어렵다. 특히 군 복무를 앞두거나 마친 청년들에게 한반도의 안보는 더욱 현실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실제 경보가 울렸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우리 동네 민방위 대피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까. 정부가 대피시설과 행동요령을 마련해 놓았더라도 국민이 이를 알지 못한다면 위기의 순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안보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거창한 군사 지식을 쌓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나라의 상황을 살피고, 위기 상황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을 지킬 방법을 알아두는 것 역시 안보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국가 안보는 정부나 군인들만의 과제가 아니다. 정부는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국민을 보호할 방어 능력을 갖추고, 필요한 정보를 책임 있게 전달해야 한다. 국민 역시 정부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할 필요가 있다. 안보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문제로만 바라보아서도 안 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은 달라지지 않으며, 안보 위기의 결과는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반복되는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위험에 대한 막연한 공포만이 아니라 그 위험에 무관심해지는 태도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안심하고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평범한 삶이다. 그 평범함이 결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안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