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김치맨' 조롱당하자 분노 폭발한 박항서 감독…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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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향한 인종차별 조롱...태국축구협회 조사 착수

태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박항서 감독을 향한 인종차별적 조롱이 발생해 파장이 일고 있다. 경기 직후 상대 팀 관중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박 감독에게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외쳤고, 참다못한 박 감독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결국 태국축구협회까지 진상 조사에 나서면서 이번 사건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0년 1월 1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베트남과 북한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뉴스1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0년 1월 1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베트남과 북한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뉴스1

뉴스1에 따르면 태국축구협회(FAT)는 지난 2일(현지시간)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박 감독을 향한 인종차별적 언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누알란 람삼 회장의 지시에 따라 대회 운영팀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사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박 감독이 이끄는 깐짜나부리 파워FC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차별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치맨' 반복하며 조롱…박항서 감독 결국 강하게 항의

사건은 지난 1일 태국 파타야 농프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깐짜나부리와 파타야 유나이티드의 2026-27시즌 태국 리그2 9라운드 경기 직후 발생했다. 이날 양 팀은 치열한 승부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 감독이 라커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상대 팀 관중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박 감독을 향해 욕설과 함께 '김치맨'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외친 것이다. 해당 표현은 한국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됐으며, 박 감독의 국적과 출신 배경을 겨냥한 조롱이었다. 단순히 경기 결과에 불만을 드러내는 야유와는 성격이 다른 발언이었다.

박 감독은 처음에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해당 남성이 조롱을 멈추지 않자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관중에게 내려오라고 소리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기장에서는 자칫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다행히 선수단과 경기장 관계자들이 양측을 말리면서 실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관중은 박 감독뿐 아니라 깐짜나부리 소속 선수에게도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제가 된 '김치맨'이라는 표현은 인종 자체보다는 한국 국적과 출신 배경을 겨냥한 조롱에 가깝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욕설과 함께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경기장 야유와 구분된다. 국적이나 출신을 이유로 상대방을 모욕하는 언행 역시 축구계에서 경계하는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

결국 태국축구협회 조사 착수…구단도 공식 성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1년 2월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국조폐공사 서울 사옥에서 진행된 ‘박항서 감독 기념 메달 출시 공개 행사’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 뉴스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1년 2월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국조폐공사 서울 사옥에서 진행된 ‘박항서 감독 기념 메달 출시 공개 행사’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 뉴스1

박 감독을 향한 인종차별적 조롱이 알려지자 태국축구협회가 직접 움직였다. 협회는 지난 2일 누알란 람삼 회장의 지시에 따라 대회 운영팀에 관련 정보 수집과 사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기장에서 벌어진 상황을 확인하고 후속 조치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태국축구협회는 경기장 안팎은 물론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발생하는 차별 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관련 사실관계를 살펴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감독이 지휘하는 깐짜나부리 파워FC도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구단은 "축구는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스포츠"라며 차별 행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모든 사람은 소중하며 동등한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적이나 피부색, 출신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감독과 관중 사이의 단순한 언쟁을 넘어 축구계의 차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박 감독에게 조롱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이 깐짜나부리 선수에게도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 전반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상태다.

다만 태국축구협회는 현재 관련 정보 수집과 검토를 진행하는 단계다. 해당 관중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나 처벌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어떤 후속 조치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축구계 인종차별 왜 심각한가…FIFA도 강력 대응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0년 1월 1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베트남과 북한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패한 뒤 리유일 북한 대표팀 감독에게 축하를 전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0년 1월 1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베트남과 북한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패한 뒤 리유일 북한 대표팀 감독에게 축하를 전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 언행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외 축구계에서는 선수와 감독을 향해 피부색이나 국적, 출신 국가 등을 비하하는 발언이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관중의 차별적 조롱은 경기 중 감정적인 야유와 달리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인종차별은 피해 당사자의 인격과 존엄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경기장 내 갈등을 부추기고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박 감독이 거듭된 조롱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선수단과 경기장 관계자들이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축구가 국적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이러한 행위는 상호 존중과 공정성이라는 기본 가치에도 어긋난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인종차별을 축구계에서 근절해야 할 중대한 문제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FIFA는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경기 중 차별 행위가 발생하면 경기를 중단하거나 연기·취소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마련했다. 단순한 관중의 야유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 축구계 전체가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편 박 감독은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동남아시아 축구계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올해 태국 무대에 진출해 깐짜나부리 파워FC의 지휘봉을 잡았으며, 팀의 1부리그 승격을 목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깐짜나부리는 2026-27시즌 태국 리그2 개막 이후 9경기에서 3승 5무 1패를 기록하며 승점 14점으로 6위에 올라 있다. 파타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도 2-2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