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꿀팁] 시간 대신 '젓가락'을 찔러 보세요, 덜 익었는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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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은 시계보다 젓가락 한 번이 정확하다.
저항과 육즙 색, 중심온도 75도, 남은 고기 냉장 요령까지 정리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갓 삶은 수육을 배추 속에 싸 먹는 김장 날 점심이 떠오른다. 문제는 레시피마다 삶는 시간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보통 작은 조각은 45~60분, 두꺼운 덩어리는 60~90분 정도로 안내되는데, 이 범위는 출발점일 뿐 끝을 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가스레인지 화구와 냄비 크기, 고기 두께가 집마다 달라서 같은 시간을 맞춰도 한쪽은 덜 익고 한쪽은 퍽퍽해지기 쉽다.
시계는 출발점이고 두께가 끝을 정한다
수육은 냄비에 고기를 넣고 잠길 만큼 물을 붓는 데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한 번 팔팔 끓이되,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꾸준히 보글거리는 정도로 유지한다. 센 불로 계속 끓이면 겉이 먼저 질겨지고 중심은 아직 덜 익은 상태가 되기 쉽다.
양파·마늘·생강·대파·된장·커피 같은 향 재료를 넣을지, 찬물부터 시작할지는 레시피마다 의견이 갈린다. 그래도 마무리를 가르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고기의 두께라는 점에서는 방법들이 일치한다. 같은 삼겹살이라도 두툼하게 자른 덩어리와 얇게 자른 조각은 같은 냄비에서 같은 속도로 익지 않는다. 그래서 타이머는 확인을 시작할 때를 알려 주는 용도로만 쓰고, 불을 끄는 판단은 직접 찔러 보고 내린다.

가장 두꺼운 부위에 젓가락을 찔러 저항을 느낀다
권장 시간 중 짧은 쪽 끝에 이르면 확인을 시작한다. 작은 조각이라면 45분 무렵, 두꺼운 덩어리라면 60분 무렵이 첫 확인 시점이다. 먼저 불을 약하게 줄이고, 뜨거운 국물이 튀지 않도록 긴 집게나 젓가락으로 고기를 살짝 들어 올린다. 그 상태에서 나무젓가락이나 꼬치를 가장 두꺼운 부위의 한가운데로 찔러 넣는다.
기준은 저항이다. 젓가락이 별다른 힘 없이 쑥 들어가고 빠져나올 때도 걸리는 느낌이 없다면 속까지 익은 것이다. 반대로 힘주어 밀어야 들어가거나 뻑뻑하게 느껴지면 아직 이르다. 이때는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조금 더 삶은 뒤 같은 자리에서 다시 확인한다. 구멍을 여러 군데 내면 육즙이 빠질 수 있으니 찌르는 횟수는 최소로 줄이고, 가장 두꺼운 한 곳을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젓가락에 딸려 나오는 육즙 색이 두 번째 신호다
저항만으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육즙을 본다. 젓가락을 뺀 구멍이나 젓가락 끝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이 덜 익은 색을 띠지 않아야 한다. 붉은 기나 핏기가 비치면 중심이 아직 덜 익었다는 뜻이므로 불을 끄면 안 된다.
색을 정확히 보려면 젓가락 끝을 흰 접시나 키친타월에 살짝 대 보면 된다. 냄비 안의 어두운 국물 속에서는 색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저항과 육즙 색 두 가지를 모두 통과해야 익은 것으로 본다. 둘 중 하나라도 애매하면 시간을 조금 더 보태고 다시 확인한다.

크기가 다른 덩어리는 각각 따로 확인한다
삼겹살이든 앞다리살이든 확인 방식은 같다. 다만 한 냄비에 여러 덩어리를 넣었다면 기준은 가장 두꺼운 덩어리다. 얇은 덩어리가 먼저 익었다면 그것만 건져 내 따뜻하게 두고, 큰 덩어리는 계속 삶는다. 모든 덩어리를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꺼낼 이유가 없다.
냄비가 작아 큰 덩어리가 들어가지 않을 때는 반으로 잘라 넣어도 된다. 이 경우 덩어리가 작아진 만큼 익는 시간도 짧아지므로 첫 확인을 앞당긴다. 삶는 도중 물이 줄어 고기가 드러나면 뜨거운 물을 보충해 계속 잠기게 한다. 찬물을 부으면 끓는 상태가 끊겨 익는 속도가 들쭉날쭉해진다.

젓가락은 감각 확인이고 안전 기준은 중심온도 75도다
젓가락 시험은 손끝으로 익힘을 가늠하는 방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육류를 중심온도 75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라고 안내한다. 조리용 온도계가 있다면 가장 두꺼운 부위 한가운데에 꽂아 75도를 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이때 온도계 끝이 뼈나 냄비 바닥에 닿지 않게 주의한다.
온도계가 없다면 저항과 육즙 색을 모두 확인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약한 불에서 더 삶고, 덜 익은 상태로 썰어 내는 일은 피한다. 돼지고기를 덜 익힌 채 먹는 것은 식중독 위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건져서 쉬게 한 뒤 따뜻할 때 썰고, 남은 고기는 바로 냉장한다
익은 것을 확인했다면 건져서 10~15분 정도 두어 육즙이 고르게 퍼지게 한다. 썰 때는 결을 가로질러 자르는데, 김이 펄펄 나는 상태보다 따뜻할 때가 알맞다. 너무 뜨거울 때 썰면 육즙이 도마 위로 흘러나오기 쉽다. 먹기 전까지는 고기를 식지 않게 보온해 둔다.
식약처가 제시하는 식중독균이 잘 자라는 위험온도대는 약 4~60도다. 김장하는 날처럼 식탁이 길어질 때 수육을 접시째 오래 두면 이 구간에 머문다. 조리한 음식은 2시간 이내에 먹는 것이 좋고, 가정에서는 냉장식품을 5도 이하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은 수육은 큰 냄비째 실온에 두지 말고, 식은 즉시 작은 용기에 나눠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다시 먹을 때는 속까지 충분히 데운다.

남은 수육은 용도를 바꿔 쓰고, 같은 확인법은 다른 덩어리 고기에도 통한다
냉장해 둔 수육은 얇게 썰어 김치찌개나 김치찜에 넣거나, 잘게 썰어 볶음밥 재료로 쓸 수 있다. 쌈 채소와 함께 다시 내는 것도 방법이다. 어느 쪽이든 조리할 때 속까지 뜨겁게 가열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한 번 익힌 고기라 간단하게 볼 수 있지만 보관 과정이 길었다면 더 신경 써야 한다.
두꺼운 덩어리 고기를 삶거나 찌는 다른 요리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시간이 표시된 레시피를 따르되, 가장 두꺼운 곳에 젓가락을 찔러 저항과 육즙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덜 익거나 너무 익히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김장 날 손이 바빠 냄비 앞을 지키기 어렵더라도, 불을 끄기 직전 한 번만 찔러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