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삼성전자·하이닉스 주가가 폭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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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블루웨이브'에 반도체 직격탄
”평생 모은 돈 90% 잃어“ 직장인 투자자 한숨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자 국내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했다. 반도체에 돈을 넣었던 직장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평생 모은 돈을 잃었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5일 오전 11시 2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만3000원(5.96%) 내린 20만5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10만8000원(7.74%) 떨어진 128만8000원을 기록했다. 두 종목은 장 초반 각각 2%대, 5%대 하락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다.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있다. 민주당은 현지시각으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텍사스 등 공화당 텃밭에서도 수십 년 만에 상원 의석을 따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 속에 현지시각으로 4일 일제히 올랐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03% 오른 5만3356.12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1.58% 오른 7688.62, 나스닥종합지수는 1.44% 오른 2만5736.51로 마감했다.
반도체주는 반대로 움직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넘게 떨어졌다. 마이크론은 7.00%, 엔비디아는 3.17%, 브로드컴은 2.00% 하락했다.
시장이 주목한 대목은 데이터센터 규제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와 전력 비용을 둘러싼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에이단 야오 아문디 투자연구소 아시아 수석투자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중간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 AI에 대한 국민투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야오 전략가는 “AI 테마가 제약을 받게 되면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 통화정책이 모두 매우 불확실해진다”고 말했다.
반도체 급락의 충격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주식·투자 채널에는 큰 손실을 털어놓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내 일생 동안 노력의 90%를 잃었다'는 제목의 글이 이날 새벽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5억원 가까이 모았다"며 "상승장에 뭐에 홀렸는지 전 재산을 미국 레버리지 상품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꼭대기에서 샀다"고 덧붙였다.
A씨는 손실이 10%일 때만 해도 조정장일 뿐이라고 믿었다. 다시 폭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손실률이 30%, 40%로 불어나서야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도 한 달 뒤면 원금을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손절한 A씨는 다른 레버리지 상품에 무리해서 다시 들어갔다. 그 뒤로도 손절이 반복됐다.
A씨의 현재 손실률은 90%를 조금 넘는다. A씨는 “4억5000만원 정도가 그냥 허공으로 증발해 버렸다”며 "멍청하고 미련한 나 자신이 너무 싫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하루 종일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밥이 넘어가지 않아 체중이 10kg 넘게 빠졌다고도 했다. 삶을 놓고 싶다는 듯한 심경까지 내비쳤다.
댓글 대부분은 A씨를 붙잡는 위로와 격려였다. 친한 형을 비슷한 일로 떠나보냈다는 한 이용자는 "자식을 잃은 부모를 부르는 말은 없다고 한다. 그 슬픔을 헤아릴 수도 없어서 그렇다더라"며 "꼭 살아"라고 당부했다. 다른 이용자는 "건강만 하면 돈은 또 벌면 된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기운 내라"고 적었다. “5억원 가까이 모았던 경험을 잘 살려 봐라.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의외로 없다”는 댓글도 있었다.
현실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이미 없어진 돈은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금방 복구한다고 생각하고 매매하면 더 날아간다"고 짚었다. 이어 "매매를 일단 좀 쉬면서 시장을 지켜보자"고 권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런 회사를 다녔던 능력으로 레버리지를 샀다는 걸 보면 인간의 감정(조급함, 포모 등)은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포모(FOMO)는 남들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뜻한다.
비슷한 일을 먼저 겪었다는 이들의 경험담도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좀 지나면 그래도 살아지더라"며 "난 너보다 좀 더 많이 잃었는데 어찌어찌 살아지긴 한다"고 했다. 8억원을 잃어 전 재산이 사라졌다는 이용자는 "그런데도 이해해 주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마음을 잡고 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도 손실을 보고 있다는 고백이 줄을 이었다. “3억원 손실 중인 사람으로서 남 일 같지 않다”, "나는 2억원 손실 중이다", "나는 80%를 잃었다. 인생이 기니까 지금부터 다시 모으자"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일부 이용자는 A씨가 미국 반도체 지수 일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SOXL을 산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다만 A씨가 어떤 상품에 투자했는지는 글에 나와 있지 않다.
같은 채널에 '내 평생 모은 3억이 반도체로 날아갔다'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이 글은 손실로 괴로워하는 심경을 길게 늘어놓다가 "사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너희들 이야기다. 나는 단 1주도 안 샀다"는 반전으로 끝났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한 이용자는 "나도 안 샀지만 많이 투자한 분들은 이거 보면 마음이 쓰리겠다"고 적었다.
결혼을 앞둔 연인 사이의 갈등을 털어놓은 글도 있었다. 공무원으로 표시된 작성자 B씨는 '파혼) 남자친구가 주식으로 아파트 잔금 낼 돈을 날렸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씨는 "신용대출도 연말에 막힌다고 해서 미리 받아 뒀다"며 "곧 잔금을 내야 하는데 남자친구가 지금 사야 한다며 갑자기 5억원을 레버리지에 넣어 버렸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남자친구는 이 투자로 2억원을 잃었다. B씨는 "진짜 짜증 난다. 파혼하고 싶다"라고 적었다.
댓글에서는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잔금일이 언제냐", "작성자는 아파트 잔금으로 얼마를 내느냐" 같은 질문이 달렸다. 공무원이 5억원을 신용대출로 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B씨는 "신혼부부 주택담보대출"이라고 답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