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2687억을 한 사람에게 지원했는데... 미국 중간선거 대이변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민주당, 38년 만에 텍사스 상원 탈환... 12%p 격차 충격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뒤흔든 라틴계·청년층의 대이동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공화당 텃밭 텍사스에서 12%포인트(p) 넘는 격차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탈라리코 의원은 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55.08%를 득표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42.99%에 그쳤다. 두 후보의 격차는 12.09%p다. 테드 브라운 자유당 후보는 1.92%를 얻었다. 개표가 99% 진행된 기준이다.

득표수로는 탈라리코 의원이 544만5121표, 팩스턴 장관이 424만9752표로 119만5369표 차이가 났다. 탈라리코 의원의 득표는 텍사스 민주당 후보 역대 최다다.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텍사스에서 얻은 526만표보다도 많다.
텍사스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나온 것은 1988년 이후 38년 만이다. 1989년생으로 37세인 탈라리코 의원은 2018년부터 텍사스주 하원의원으로 일해 왔다. 팩스턴 장관은 이날 밤 지지자 모임에서 연설하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변은 상원에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날 주지사 선거에서는 지나 이노호사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꺾고 텍사스 첫 라틴계 여성 주지사가 됐다. 민주당이 텍사스 주 단위 선거에서 이긴 것은 1994년 이후 32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트루스소셜에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 내가 있었다면 압승했을 것"이라고 썼다. 애벗 주지사의 패배를 두고는 애벗 주지사가 '리노'(RINO·무늬만 공화당원)가 됐기 때문이라고 탓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날인 2일 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선거 전 판세는 박빙이었다. 리얼클리어폴링이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에서 탈라리코 의원은 팩스턴 장관을 2.6%p 앞서는 데 그쳤다. 실제 격차는 그 4배를 넘었다. 대런 쇼 폭스뉴스 여론조사 공화당 측 파트너는 "텍사스가 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텍사스는 그 폭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공화당 텃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공화당의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팩스턴 장관은 5월 공화당 결선 경선에서 현역인 존 코닌 상원의원을 큰 표 차로 눌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선 1주일 전 팩스턴 장관 지지를 선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팩스턴 장관은 3선 법무장관이지만 각종 법적·윤리적 논란을 달고 다녔다. 2023년에는 텍사스주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당했다가 주 상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현역 코닌 의원 대신 팩스턴 장관이 본선에 나서면서 텍사스 상원 선거는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탈라리코 의원은 3월 민주당 경선에서 재스민 크로킷 연방 하원의원을 꺾고 후보가 됐다. 탈라리코 의원은 생활비 부담을 억만장자와 대기업의 영향력에 오염된 정치 구조와 연결 짓는 초당적 메시지를 내세웠다. 팩스턴 장관을 그런 체제의 상징으로 몰아붙였다.
팩스턴 장관은 탈라리코 의원이 과거 "하나님은 논바이너리(남녀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존재)"라고 말한 것 등을 문제 삼아 "텍사스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민주당 후보"라고 공격했다. 탈라리코 의원은 일부 과거 발언이 도발적이었고 적절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든 상원 선거로 기록됐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팩스턴 장관을 돕는 데 2억달러(약 2687억원) 넘게 썼다. 공화당 전국 단체들도 탈라리코 의원 공격 광고에 2억8100만달러(약 3777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탈라리코 의원은 이번 선거 주기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은 후보였다. 과거 텍사스 민주당 후보들에게 없던 대규모 외부 지원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9월 노동절 이후 텍사스에서 6차례 유세를 열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러나 투표 열기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 12일간의 조기투표 기간에 770만명 넘는 텍사스 유권자가 투표했다. 등록 유권자의 40.5%로 현대 텍사스 중간선거 조기투표율로는 역대 최고다.
그렇다면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유권자 구성에서 나온다. 출구조사 추정치에 따르면 탈라리코 의원은 텍사스 무당층 유권자의 64%를 가져갔다. 라틴계 유권자 사이에서는 70%, 18~29세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는 73%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라틴계 유권자의 이동은 전국적 현상이기도 했다. 초기 추정치로 이번 선거에서 라틴계 유권자 사이의 민주당 성적은 2024년 대선보다 28%p 좋아졌다.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는 32%p 개선됐다. 남부 전체로는 민주당 성적이 2024년보다 20%p 좋아졌다는 추정도 나왔다.
지역별로는 대도시와 교외가 승부를 갈랐다. 탈라리코 의원은 개표 초반부터 북부 텍사스 교외에서 강세를 보였다. 먼저 개표 결과가 나온 대도시권에서는 압도적인 표 차로 앞섰다. 표의 대부분이 조기투표로 들어온 상황에서 공화당은 선거 당일 투표에서 만회를 기대했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전국적 분위기도 민주당에 유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아래에 머물렀다. NBC뉴스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37%로 적어도 2006년 이후 중간선거 때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았다. 출구조사 응답자의 89%는 생활비 부담이 투표에 결정적이거나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이란 전쟁에 대한 반감을 표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이란 공습을 승인한 직후 전쟁이 몇 주면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쟁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여름 민주당이 앞세운 생활비 부담 문제를 두고 "가짜 단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텍사스는 2024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두 자릿수 격차로 이긴 곳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원 의석을 뒤집었거나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9개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평균 득표율 격차는 12%p였다. 2년 전 대통령이 두 자릿수 차로 이긴 주에서 중간선거 때 상원 의석이 2곳 넘게 뒤집힌 것은 1986년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