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카페 대표가 '호남 반도체 6조 지원' 예산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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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비전문가 다수 위촉 논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예산을 심의하는 정부 위원회의 산업 분야 민간위원에 디저트 카페 대표 등 반도체 비전문가들이 다수 위촉됐다고 조선일보가 5일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된 기반 시설 조성, 입주 기업 지원, 인력 양성에 내년부터 2030년까지 해마다 1조5000억원씩, 총 6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예산은 국무총리실 산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지원위)가 심의한다. 지원위는 정부위원 19명, 민간위원 16명 등으로 구성됐다. 지원위는 예산 집행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도록 권고하는 역할도 맡는다.
산업통상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전날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원위 산업 분야 민간위원은 김소우 슬라이폭스 대표, 이근배 전남대 총장, 한경구 균형성장정책개발원장 3명이다.
김 대표는 전남광주와 서울, 인천 등에서 일본식 '과일 샌드위치'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김 대표를 지역 청년 기업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원위 민간위원으로 임명된 직후인 지난 9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역 창업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현장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관절 명의로 알려진 정형외과 전문의다. 이 총장은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과장과 대한골절학회 회장을 지냈다. 이 총장은 지난해 총장에 취임한 이후 산학 협력과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주장해왔다. 다만 정형외과 의사 출신이어서 반도체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원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국토공간혁신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한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5극 3특' 설계에도 참여했다. 5극 3특은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를 축으로 국토 균형 성장을 꾀하는 구상이다.
국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산업 분야 민간위원 3명 가운데 반도체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정부가 전문성 보완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전문가 위촉 논란에 선을 그었다. 매체에 따르면 총리실 관계자는 "제빵, 인재 양성, 균형 성장에 관심 있는 분들로 도시 개발 측면에서 분야별 대표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측도 "지원위에는 반도체 소관 정부위원뿐만 아니라 전력·에너지 정책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위원들이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비전문가가 많다는 국민의힘의 지적에 대해 "반도체 전문가 위촉이 법적 필수 요건은 아니다"라며 "총리가 다양한 경로로 추천받은 인사들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하는 과정에서 여성·청년 등 다양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총리실은 국회 요구가 있으면 향후 민간위원 구성을 보완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원위는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 8월 말 위촉식과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8월 "민간위원들은 각 분야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군공항 부지에 8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공장)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두 회사가 각각 400조원을 들여 메모리 팹을 2기씩 짓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청와대에서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기업들은 호남권 입지 후보지 중에 광주 군공항이 가장 적합한 부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군공항 일대 약 250만평 가운데 개발 가능한 63만평을 먼저 개발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첫 양산 목표 시점은 2030년 6월이다.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는 전남 무안군이 선정됐다. 민 시장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군공항 탄약고 이전 예정지를 찾아 클러스터 부지를 점검했다.
지원 예산의 쓰임새도 일부 드러났다. 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1조5000억원은 산업기반시설 조성·운영 1조원, 입주 기업 및 기관 지원 2000억원, 기술개발·산업생태계 육성 2000억원, 전문인력 양성 700억원, 산업 조사·분석 및 지원시책 300억원으로 짜였다. 세부 사업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산업통상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의원은 "반도체 비전문가인 산업 분야 민간위원들이 6조원에 이르는 지원 예산의 관리, 클러스터 인프라 계획, 운용 사항 등을 심의하는 과정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업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부터 편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결위 측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별 지원 내용과 선정 기준, 재정 소요 산정 근거, 추진 일정 등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