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주가 폭락 중인데... 현대차는 폭등하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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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급락 속 현대차·기아 역주행
미국 민주당 압승에 관세 완화 기대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국내 증시 대형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반도체 대형주가 줄줄이 급락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동차주로 몰렸다.

현대차 주가는 5일 낮 12시 4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만2500원(4.41%) 오른 29만6000원에 거래됐다. 현대차는 장 초반 한때 30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전 거래일보다 8% 넘게 오른 수준이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4%대 강세를 이어 갔다.
기아도 함께 올랐다. 기아는 오전 9시 2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5.01% 오른 10만6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오름폭이 줄어 오전 9시 59분에는 3.44% 오른 9만9100원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10만1700원까지 올라 상승률이 6.16%에 이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한온시스템, 현대위아, HL만도 등이 함께 올랐다.
반도체 대형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만1500원(5.28%) 내린 20만6500원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는 10만7000원(7.66%) 떨어진 128만90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6%대까지 낙폭을 키우며 20만원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코스피도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1.82% 내린 5580.09로 출발한 뒤 장중 5400선까지 밀려났다. 코스피200 선물이 5% 넘게 떨어지자 오전 10시 16분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은 5분간 정지됐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달 30일 이후 약 1주일 만이다. 지수가 3% 넘게 빠지는 와중에 현대차와 기아는 거꾸로 오름세를 탔다.
같은 선거 결과가 업종에 따라 정반대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현지시각으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차지했다. 이른바 '블루 웨이브'가 현실화한 것이다.
반도체 업종에는 악재였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와 전력 비용을 둘러싼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올랐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넘게 떨어졌다. 이 여파가 국내 반도체 대형주로 번졌다.
이와 반대로 자동차 업종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시장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견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1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에 압박을 받아 왔다.
전기차 지원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도 더해졌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완화에 제동을 걸고 전기차 세제 지원을 복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국세청(IRS)에 따르면 최대 7500달러였던 신차 친환경차 세액공제는 지난해 9월 30일 이후 취득한 차량부터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전기차 판매에도 제동이 걸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 실적은 이미 상승세다. 두 회사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16만83대로 1년 전보다 9.5% 늘었다. 두 회사 모두 10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이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8만75대, 기아는 8만8대를 팔았다.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두 회사의 지난달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4만8559대로 1년 전보다 56.1% 증가했다. 회사별로는 현대차가 2만1150대, 기아가 2만7409대를 팔았다. 기아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년 전의 2배를 넘었다. 전기차 판매량도 5946대로 55.1% 늘었다.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3649대로 174.2% 급증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전기차 판매량은 2297대로 8.2% 줄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합친 친환경차 판매량은 5만4505대였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4.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본업 수익성과 신사업 동력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업종 간 차별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도체, 전력기기 등 AI주와 이차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을 포함한 비AI주 간 차별화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관세 완화와 전기차 지원 복원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관세 부과 권한은 상당 부분 대통령에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근거로 관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의회 권력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관세가 곧바로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전기차 세액공제를 되살리는 일도 간단하지 않다. 세액공제를 부활시키려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을 다시 통과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