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선진국 미국서 이런 일이… 10·20대 여성들이 선택한 황당 피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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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후 검증된 응급피임약보다 '엉뚱한 방법'에 더 의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com

미국의 10대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성관계 후 임신을 막으려고 응급피임약 같은 검증된 방법보다 기도나 운동, 제자리에서 뛰기처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방법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비영리 언론 스테이트라인은 지난 2일(현지 시각) 학술지 '성 연구 저널(The Journal of Sex Research)'에 실린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연구는 미국의 15~29세 여성 1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자 가운데 성관계 경험이 있고 임신 상태가 아닌 633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그 결과 25%가 성관계 뒤 임신을 예방하는 방법을 썼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응급피임약 '플랜 B(Plan B)'나 구리 자궁내장치(IUD)처럼 효과가 입증된 응급피임법을 쓴 비율은 약 9%에 그쳤다. 반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방법을 썼다는 응답은 약 16%로 더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기도가 9.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질 세척이 6%, 제자리 뛰기나 운동이 3.3%, 무언가를 입으로 먹었다는 응답이 1.9%였다. 배나 자궁을 때렸다는 응답이 1.4%, 약이나 비타민을 복용했다는 응답이 0.9%였고, 질 안에 무언가를 넣었다는 응답이 0.5%, 관장을 했다는 응답이 0.2%로 뒤를 이었다. 이런 방법을 쓴 여성 약 5명 중 1명은 두 가지 이상을 함께 썼으며, 기도와 질 세척을 병행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런 행동은 성인보다 미성년자에게서, 백인보다 비백인 응답자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非)과학적 방법에 대한 의존이 결국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기도나 제자리 뛰기, 질 세척 등은 임신을 막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질 세척은 질 안의 세균 균형을 깨뜨려 감염이나 골반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배나 자궁을 때리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물·물질을 삼키거나 질에 넣는 행동은 그 자체로 신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법을 피임으로 믿는 사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조치를 취할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점이다. 응급피임은 성관계 뒤 빠를수록 효과가 높아 시간이 관건이다.

응급피임약은 종류에 따라 성관계 후 72시간 또는 120시간 이내에 복용할 수 있다. IUD도 성관계 후 5일 이내에 삽입하면 높은 응급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응급피임약은 이미 성립한 임신을 중단시키는 약이 아니며, 성매개감염병을 예방하지도 못한다.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려면 결국 성관계 이전부터 검증된 피임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콘돔과 경구피임약, 자궁내장치, 피하이식형 피임기구 등이 있다. 콘돔은 임신뿐 아니라 HIV를 비롯한 성매개감염병의 전파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사용 중 찢어지거나 벗겨지지 않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올바르게 착용해야 한다.

경구피임약은 호르몬 작용으로 배란을 억제해 임신을 예방한다. 매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하며, 복용을 자주 잊으면 피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자궁내장치나 피하이식형 피임기구는 장기간 피임 효과가 유지되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의료진과 상담한 뒤 선택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용을 기준으로 남성용 콘돔의 1년간 피임 실패율은 약 13%, 경구피임약은 약 7%다. 반면 자궁내장치와 피하이식형 피임기구는 종류에 따라 실패율이 1% 미만이다.

연구진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는 배경에 피임에 관한 정보 부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주마다 성교육 정책도 다르다. 성교육 관련 비영리단체 시에커스(SIECUS)에 따르면 15개 주에서는 금욕 중심의 성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이 정확한 피임 정보를 접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피임 정보가 퍼지면 청소년들이 이를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피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효과가 없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학교와 가정에서 정확한 피임법과 응급피임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