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공화당이 싹쓸이에 걸겠다' 322억원이나 몰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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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달러 이상 건 베팅... 공화당 승리 예측한 투자자들의 결말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된 3일(현지시각) 밤 예측시장 칼시와 폴리마켓이 민주당의 상·하원 싹쓸이 확률을 나란히 99%로 끌어올렸다.

칼시와 폴리마켓은 이날 오후 10시30분(동부시간)쯤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차지할 확률을 99%로 제시했다. 민주당의 하원 장악 확률은 두 곳 모두 최소 99%였다. 같은 날 오후 6시40분께만 해도 민주당 싹쓸이 확률은 80% 수준이었다. 경합 지역 개표 결과가 하나둘 나오면서 4시간도 안 돼 승부가 사실상 굳어진 셈이다.

미국 선거 자료사진 / Pexels
미국 선거 자료사진 / Pexels

예측시장의 전망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AP통신은 이날 밤 상원, 4일 새벽 하원의 민주당 승리를 각각 확정했다. 선거 전 민주당은 상원에서 4석, 하원에서 3석만 더 얻으면 다수당이 될 수 있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만 공화당 현역 의석 7곳을 빼앗았다.

판돈도 컸다. 의회 권력 구도를 맞히는 시장에 칼시에서는 1억2500만달러 넘는 돈이 몰렸다. 폴리마켓의 같은 시장에도 6500만달러 이상이 걸렸다.

흥미로운 것은 돈이 몰린 방향이다. 폴리마켓의 ‘2026 중간선거 권력 구도' 시장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선택지는 '공화당 싹쓸이'였다. 이날 초저녁 기준으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결과 가운데 하나였지만 2400만달러(약 322억원) 넘는 돈이 걸렸다. 가장 유력한 '민주당 싹쓸이'에 걸린 돈은 1710만달러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공화당 싹쓸이에 베팅한 쪽은 판돈을 모두 잃게 됐다.

예측시장은 상원 승부처에서도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정치 분석기관 쿡폴리티컬리포트가 선거 직전 경합으로 분류한 상원 선거 6곳은 모두 공화당 현역 의석이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6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주요 베팅 플랫폼의 확률을 종합하는 일렉션베팅오즈 집계에서 이날 오후 10시30분께 민주당 후보의 승리 확률은 알래스카의 메리 펠톨라 전 연방 하원의원이 86%였다. 아이오와의 조시 투렉 후보가 94%, 캔자스의 애덤 해밀턴 후보가 99%로 나타났다. 메인의 트로이 잭슨 후보는 93%, 오하이오의 셰러드 브라운 후보는 97%, 텍사스의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는 99%였다.

실제로 민주당은 아이오와와 캔자스, 메인, 오하이오, 텍사스에서 공화당 의석을 뒤집었다. 메인에서는 잭슨 후보가 6선에 도전한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을 꺾었다. 오하이오에서는 2024년 선거에서 낙선했던 브라운 전 상원의원이 존 허스테드 공화당 상원의원을 누르고 2년 만에 상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알래스카는 4일까지 개표가 이어졌다.

텍사스 결과는 특히 극적이었다. 탈라리코 후보는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을 약 12%p 차로 꺾었다. 여론조사 평균에서 탈라리코 후보의 우위는 2.6%p에 그쳤다. 텍사스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나온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다. 탈라리코 후보가 얻은 545만표는 텍사스 민주당 후보 역대 최다 득표다.

텍사스 상원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든 상원 선거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팩스턴 장관을 돕는 데 2억달러 넘게 썼다. 공화당 전국 단체들도 탈라리코 후보를 공격하는 광고에 2억8100만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예측시장은 막대한 선거 자금에도 탈라리코 후보의 승리 확률을 99%로 봤다.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세 주민발의안도 예측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주민발의안 40호'는 자산 10억달러 넘는 납세자와 신탁에 순자산의 5%를 한 차례 부유세로 물리는 내용이다. 폴리마켓은 이날 오후 10시30분께 이 발의안의 통과 확률을 26%로 봤다. 이 시장에는 460만달러가 걸렸다. 캘리포니아 유권자가 찬성하더라도 이 세금이 실제로 효력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측시장의 흐름이 처음부터 민주당 쪽이었던 것은 아니다. 칼시에서 민주당 싹쓸이 확률은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40%에 못 미쳤다.

그 사이 이란 전쟁이 길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이란 공습을 승인한 직후 전쟁이 몇 주면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쟁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과의 협상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생활비 부담도 표심을 흔들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함께 실시한 조사에서 유권자 10명 중 8명가량이 경제나 생활비를 중간선거 최대 쟁점으로 꼽았다. 식료품과 연료,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민주당은 생활비 부담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여름 민주당이 앞세운 생활비 부담 문제를 "가짜 단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막판 유세에 직접 나서 공화당 지지층에 자신이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선거 전날인 2일 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우리 지지자들이 투표하면 압승한다"고 말했다. 개표 결과가 나온 3일 밤에는 트루스소셜에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 내가 있었다면 압승했을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선거 직전 40% 아래에 머물렀다. NBC뉴스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37%로 적어도 2006년 이후 중간선거 때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았다.

여론조사는 민주당의 승리 폭을 실제보다 작게 봤다. 선거예측기관 실버 불레틴이 산출한 여론조사 평균은 하원 총득표율에서 민주당이 8.9%p 앞설 것으로 봤다. 실제로는 민주당이 13%p 차로 이긴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 한 정당이 하원 중간선거 총득표율에서 이만한 격차로 이긴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인 1974년 이후 처음이다.

금전 거래가 없는 독자 참여형 예측 서비스 포브스프레딕트에서는 이날 밤 민주당의 상원 승리 확률이 85%, 하원 승리 확률이 83%로 나타났다. 돈을 건 시장보다 확률이 낮았다.

선거 결과는 다음 날 금융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디어 기업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 주가는 4일 오전 급락했다. 이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순자산은 이날 오전에만 7300만달러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