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원에 쫓겨난 국악 한마당… 문화도시 포항의 쓸쓸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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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가락의 멋과 흥이 어우러지던 포항 송도 솔밭
주말마다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솔향을 품은 국악 한마당
10회 공연 중 단 3회를 남겨두고 무대를 옮겨야 하는 초유의 사태
민원에 다수 시민의 정당한 문화 향유권이 짓밟히는 현주소
우리 사회의 공존과 배려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박병준 기자 / 위키트리 대구경북취재본부
박병준 기자 / 위키트리 대구경북취재본부

[포항=위키트리]박병준 기자= 전통문화예술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경북 각지의 24개 예술 단체가 뜻을 모으고, 포항시와 경북문화재단이 손을 잡은 뜻깊은 상설공연이었다.

주말 오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과 어르신들이 모여 전통 놀이를 즐기고 국악 가락에 어깨춤을 추던 장소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온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 따뜻한 잔칫상은 이기적 민원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10회 기획 중 3회를 남겨둔 시점에서 장소를 옮겨야 했다는 소식은, 행사를 준비해 온 예술인들에게는 허탈감을, 현장을 찾던 다수의 시민과 관광객에게는 커다란 불이익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최근 TV 뉴스에서는 아이들이 일 년에 단 하루 마음껏 소리 지르며 뛰놀아야 할 초등학교 운동회조차 "시끄럽다"는 민원 때문에 마이크 사용을 자제하고 소곤소곤 진행된다는 씁쓸한 소식이 전해지곤 한다.

타인을 향한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가 사라진 '통제된 사회'의 단면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쓸쓸한 풍경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사회 한복판에서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물론 개인의 휴식권과 정주 여건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과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 그리고 수많은 시민이 함께 누리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가치는 배려 없는 불평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공동체란 서로의 존재와 소리를 조금씩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는 배려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내 집 앞의 작은 불편조차 참지 못해 다수의 즐거움을 빼앗는 행위가 당연시된다면, 이 땅에 설 수 있는 문화예술은 단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장소 이동'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민원에 밀려 공공 문화행사가 갈 곳을 잃는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행정 기관 역시 단 한 건의 민원에 유연성을 잃고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다수 시민의 문화 향유권과 지역 예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보다 당당한 기준과 소신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솔향 품은 국악 가락이 쫓겨난 송도 솔밭에는 이제 침묵만이 남게 되었다.

과연 그 침묵이 우리가 바라는 성숙한 도시의 모습인지, 씁쓸한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