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모은 5억인데..." 너무 괴로워 밥도 못 먹는다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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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5억원, 레버리지에 90% 날리다
원금 회복에 900% 수익 필요한 이유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5억원을 미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4억5000만원가량을 잃었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알려졌다.
투자금의 90% 이상을 잃은 그는 손실을 만회하려고 다른 상품에 재투자했다가 상황이 더 악화됐으며, 현재는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지난 6일 '사회생활 하면서 모았던 돈을 대부분 잃었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약 5억원을 모았지만 미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뒤 재산 대부분을 잃었다고 밝혔다.
A 씨가 공개한 손실액은 약 4억5000만원이다. 전체 투자금의 90%를 웃도는 금액으로, 현재 남아 있는 돈은 5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기간 일하며 축적한 자산이 투자 실패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A 씨는 처음부터 이처럼 큰 손실을 감수할 생각은 아니었다. 투자 당시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고,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다시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처음 투자금에서 약 10%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시장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반등해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주가가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면서 손실은 계속 커졌다. 손실률이 30~40%에 이르자 A 씨도 자신의 투자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미 잃은 금액이 커진 상황에서 매도하면 손실이 확정된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A 씨는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손실은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해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 씨는 이미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레버리지 상품에 다시 투자했다. 하지만 재투자에서도 손실이 발생했고, 손절매와 재투자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남은 자산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종일 멍하니 있고 밥도 못 먹는다"…일상까지 무너진 투자자
투자 실패가 남긴 충격은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았다. A 씨는 자신의 판단을 후회하며 극심한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종일 멍하니 있는 일이 많아졌고 업무에도 집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직장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투자 손실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A 씨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체중이 10㎏ 넘게 줄었다고 털어놨다. 거액의 손실을 경험한 이후 심리적인 충격이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A 씨가 잃었다고 밝힌 4억5000만원은 매달 300만원씩 저축하더라도 이자 등을 제외하면 12년 6개월이 걸리는 금액이다. 매달 200만원을 모은다면 18년 9개월이 필요하다.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한 돈을 단기간에 잃었다는 사실은 A 씨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남았다. 특히 이미 발생한 손실을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후회와 자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연이 알려지자 블라인드 이용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평생 모은 돈을 잃은 심정에 공감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격려를 보내는 댓글이 이어졌다. 반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 방식과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반응도 나왔다.
레버리지가 도대체 뭐길래…주가 10% 떨어지면 손실은 30%?
A 씨가 투자한 레버리지 상품은 일반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와 구조가 다르다. 레버리지란 원래 지렛대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 금융시장에서는 적은 자금으로 더 큰 규모의 투자 효과를 내는 방식을 가리킨다.
주식 투자에서는 주가나 지수의 움직임을 일정 배수로 확대하는 상품을 흔히 레버리지 상품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상품이 2배 또는 3배 레버리지 ETF다.
ETF는 여러 주식이나 특정 자산의 가격 움직임을 추종하도록 만든 금융상품으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 일반적인 지수 추종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설계된다.

반면 2배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3배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선물이나 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주가지수가 하루 동안 10% 상승했다고 가정하자. 일반적인 지수 추종 상품은 약 10%의 수익을 목표로 하지만, 2배 레버리지 ETF는 약 20%, 3배 레버리지 ETF는 약 30%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
주가가 상승하는 날에는 같은 투자금으로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다.
기초지수가 하루 동안 10% 하락하면 2배 레버리지 ETF는 약 20%, 3배 레버리지 ETF는 약 30%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수익률은 운용비용과 추적오차 등에 따라 목표 배수와 차이가 날 수 있다.
가령 3배 레버리지 ETF에 1000만원을 투자했는데 기초지수가 하루 만에 10% 하락했다면 투자금은 약 700만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일반적인 지수 추종 상품에 투자했을 때보다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레버리지 ETF가 반드시 투자자가 직접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상품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투자자는 자신의 돈으로 ETF를 매수하지만, 상품 내부에서 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확대된 투자 효과를 만들어낸다.
주가가 원래대로 돌아와도 내 돈은 줄어든다…'음의 복리'의 함정
레버리지 ETF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장기간 보유했을 때의 수익률이다. 많은 투자자가 기초지수가 10% 오르면 3배 상품은 30% 오르고, 한 달 동안 기초지수가 20% 오르면 3배 상품은 60% 오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의 목표 배수는 일반적으로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여러 날에 걸친 누적 수익률이 기초지수의 누적 수익률에 정확히 2배 또는 3배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첫날 10% 상승하고 다음 날 약 9.09% 하락했다고 가정하자. 100에서 시작한 지수는 첫날 110이 됐다가 다음 날 다시 100으로 돌아온다.
같은 기간 3배 레버리지 ETF는 어떻게 될까. 첫날 30% 상승해 100에서 130이 되지만, 다음 날에는 약 27.27% 하락한다. 그 결과 상품의 가치는 약 94.55로 떨어진다.
기초지수는 출발점으로 돌아왔지만 3배 레버리지 ETF에는 약 5.45%의 손실이 남는 것이다. 이 계산은 수수료와 추적오차 등을 제외한 단순한 사례다.
이처럼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가치가 감소하는 현상을 흔히 변동성 손실 또는 음의 복리 효과라고 부른다.
특히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누적될 수 있다. 반대로 기초지수가 여러 날 연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복리 효과가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을 유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레버리지 ETF가 장기간 보유하면 반드시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최종 상승률뿐 아니라 그 상승률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에 따라 투자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90% 손실 나면 원금 회복에 900% 수익 필요
레버리지 투자에서 또 하나 주의해야 할 부분은 손실이 커질수록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수익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1000만원을 투자해 10% 손실이 발생하면 남은 돈은 900만원이다. 이때 원래 투자금인 1000만원을 회복하려면 약 11.1%의 수익이 필요하다.
손실률이 50%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투자금 1000만원이 5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에서는 100%의 수익을 올려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손실률이 80%에 이르면 400%의 수익이 필요하다. 90% 손실을 기록했다면 남은 돈으로 900%의 수익을 올려야 처음 투자한 금액으로 돌아갈 수 있다.
A 씨의 사례에 단순 적용하면 5억원에서 4억5000만원을 잃고 5000만원이 남았을 때, 원금 5억원을 회복하려면 남은 자산이 10배로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남은 돈이 5000만원 미만이라면 필요한 수익률은 이보다 높아진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 뒤 무리하게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더 높은 배율의 상품으로 옮겨가는 행동은 위험하다. 원금 회복에 대한 조급함이 추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경고한 레버리지 투자…반드시 알아야 할 위험
금융위원회는 올해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과 관련해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하면서 손실 확대와 장기 투자 위험을 경고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여러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가 아니라 특정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개별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면 레버리지 상품의 손익도 크게 변동할 수 있다.
인버스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여기에 레버리지가 결합되면 기초자산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손실이 더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인 지수 투자와 달리 하루 단위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초자산의 누적 수익률과 상품의 실제 수익률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투자 전에 상품이 어떤 지수나 종목을 추종하는지, 몇 배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지, 파생상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운용보수와 환율 변동, 시장 급락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생활비나 주거자금, 노후자금처럼 반드시 필요한 돈을 한 가지 고위험 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자산 손실이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손실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