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쥐 먹고, 차에 깔리고...도 넘은 페북 '어그로'

2016-03-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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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진혁(28) 씨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본 '이상한' 영상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직장인 이진혁(28) 씨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본 '이상한' 영상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자신에게 악성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한 소년을 찾아가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보기가 거북했다. 어이가 없었다"면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이 안되니 온라인에서 대신 충족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김* 계정

이 씨는 "누구에게나 인정욕구는 조금씩 있다"면서 "하지만 소위 '따봉충'들은 그런 욕구가 더 강해 보인다. 애정결핍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고교생을 폭행한 혐의로 결국 경찰서에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과거 멸종 위기에 놓인 악어를 사육했던 '여죄'까지 드러났다.

'좋아요'를 받으려는 일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따봉충'이라는 말도 생겼다. 페이스북 '좋아요'를 받으려 무모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이용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남성만의 '특이 케이스'는 아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최근 "좋아요 1000개를 받으면 '생쥐'를 먹겠다"는 공약을 걸고 실제로 생쥐를 먹는 영상을 올려 뭇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심하면 목숨을 걸고 '좋아요'를 구걸한다. 지난 1월 한 남성은 페이스북에 "좋아요 50만 개를 넘으면 트럭에 깔리겠다"는 공약을 걸고 추천을 유도했다. 남성은 5톤급 트럭 아래 반쯤 누운 상태로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네티즌들의 비판이 쇄도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남성은 최종적으로 좋아요 30여 만개를 받아 공약 실천에 실패했다.

물론 '따봉충'도 할 말은 있다. 팔로워 100만 여 명을 거느리고 있는 '페북스타' 신태일 씨는 지난 1월 위키트리와 인터뷰에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별로 신경 안 쓴다. 팬이 있으면 안티가 있다. 안티가 아예 없는 사람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실제 모습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방송할 때만 이렇다"며 "평상시에는 얌전하다. 이거 자체가 콘셉트"라고 덧붙엿다.

일각에서는 "광고 수익 때문에 이런 공약을 내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씨는 지난 2월 SBS '모닝와이드'에 출연해 월 평균 수입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 팔로워가 많아지면 광고가 더 많이 들어온다"면서 "한 달에 광고수익으로 1천만 원 이상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신 씨는 "영상 광고는 한 건당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을 받는다"며 "특정 상품을 이용하는 장면을 자극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신 씨의 말이 맞다면, 일부 페북스타들은 잘 만든 '어그로(관심끌기)' 하나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월 1000만 원은 전체 직장인 가운데 상위 2% 수준이다.

네티즌들의 '이중적 태도'가 황당 공약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겉으로는 비판적 태도를 취하며, 뒤에서는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하재근(45) 문화평론가는 "막장 드라마도 욕하면서 보는 것처럼, 자극적인 것에 끌리는 건 본능적 욕구"라며 "잠깐이라도 보는 사람이 자극성을 느꼈으면 '옛다, 먹어라'하듯 좋아요를 누르고 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페북스타들은)'좋아요'를 받을 때마다 굉장한 쾌감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거기에 탐닉하게 된다"며 "자극은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은 콘텐츠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황당 공약에 동조하는 의미로 '좋아요'를 눌렀다고 해서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거나 이런 건 없다"면서 "정보통신망법 등 관계법에도 (이런 행위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이들을 실제로 해하거나, 죽이려고 '좋아요'를 누른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어그로 영상 같은 문제는) 법이 아닌 윤리·도덕적 관점에서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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