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싸도 '루프탑' 바·카페가 인기 있는 이유

2016-07-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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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올 루프탑 전망/ 이하 오리올 제공 지난 8일 폭염이 서울을 휩쓸었다. 이날 오후 4시

오리올 루프탑 전망/ 이하 오리올 제공

지난 8일 폭염이 서울을 휩쓸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루프탑 카페 겸 바(bar)인 '오리올' 옥상에서 몇몇 여성들이 "뜨겁다"를 연발하면서도 사진 찍기를 멈추지 않았다.

3층 높이에 있는 오리올 옥상은 약 64㎡로 넓지 않다. 하얀색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으며 난간은 유리로 돼 있어 아래가 더욱 잘 내려다 보인다. 여성들은 이곳에서 셀카를 찍기도 하고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을 찍기도 했다.

밤에 찍은 오리올

같은 날 오리올을 방문한 한 여성에게 "루프탑을 즐기기에 날씨가 너무 덥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저녁 때는 해가 지고 바람이 불어 괜찮다"고 답했다.

오리올은 지난해 12월에 오픈했다. 오리올 직원에 따르면 12월에 오픈한 이후 추운 날씨 탓에 사람이 없었다가 2달 전부터 사람이 몰렸다. 해당 직원은 "루프탑바, 루프탑 카페가 최근 들어 확실히 인기"라며 "근방에 오리올 외에도 루프탑 카페나 바가 많이 생기고 있고, 임대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해방촌에 걸려 있는 루프탑 임대 현수막

오리올 직원에 따르면 오리올에 방문하는 고객 약 90%가 여성이다. 연령층은 20대 초반부터 30대까지 다양하지만 20대가 더 많다. 이 직원은 "20대 여성들이 와서 사진을 많이 찍고 간다.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이 수 없이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리차드 카피캣 내부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루프탑 레스토랑 '리차드 카피캣'에도 여성 고객들이 붐볐다. 리차드 카피캣은 이태원역 가까이에 위치해 탁 트인 풍경을 보기는 어렵다. 높게 뻗어 있는 하와이 야자수 5그루가 리차드 카피캣 특징이다.

리차드 카피캣 내 유일한 남성 고객들은 실내 곳곳에 있는 야자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리차드 카피캣 직원은 "2014년 오픈했는데 꾸준히 사람이 많다. 주말 저녁에는 웨이팅이 길어서 입장하기도 쉽지 않다"며 "20~30대 여성이 주 고객층"이라고 말했다.

이하 플로팅 제공

서울 명동 L7호텔 21층에 위치한 루프탑바 플로팅은 호텔 옥상 전체를 루프탑바로 쓰고 있다. 크기는 430㎡이고 풋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한쪽에서는 명동 도심이 내려다 보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남산이 보인다. N서울타워도 정면으로 볼 수 있다.

플로팅 역시 여성 고객들이 더 많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함효식 매니저는 "여성과 남성 비율이 각각 6대 4인데 남자들끼리 오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 커플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옥상 공간을 활용해도 한 철 장사에 그쳤는데 최근에는 루프탑을 사계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로팅에서는 남산뷰와 시티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고객들이 만족스러워한다. 루프탑바 매력은 야경"이라고 덧붙였다.

함 매니저는 파티를 하는 도중 비가 내렸을 때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고객들이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지 않고 비를 맞으면서도 파티를 즐겨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루프탑 문화가 퍼져있는 곳에 가면 비가 내려도 손님들이 비를 맞으며 루프탑을 즐긴다. 최근 한국에 루프탑 문화가 들어오면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프탑바를 즐겨 찾는다는 한혜주(여·27) 씨는 "캐나다에서 유학할 때 루프탑바를 처음 접했다"며 "해외에서는 루프탑 파티가 자주 열린다. 심지어 클럽에서도 루프탑 파티를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한국에서는 탁 트인 풍경을 즐길만한 공간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 루프탑 카페나 바가 많아져서 좋다"고 밝혔다.

루프탑바 플로팅 단골이라는 김예림(여·29) 씨는 "가격이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높은 곳에서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고 밤바람도 맞을 수 있어 자주 온다"며 "루프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해방감'에 중독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한국에서 루프탑 열풍이 시작된 걸까? 루프탑바 전문 시공업체 '더루프탑' 최무림 실장에 따르면 한국에 루프탑 문화가 들어온 지는 1년 정도 됐다.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 실장은 "해외에서는 루프탑 문화가 많이 퍼져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호텔이나 이태원에만 루프탑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인들도 루프탑을 많이 찾으며 루프탑카페나 루프탑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루프탑이 생소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야외 활동에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웃도어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루프탑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과거 버려진 공간이었던 옥상 공간이 활용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옥상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임대인에게 좋고, 버려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에게도 좋다. 고객들도 옥상에서 경치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니 모두에게 좋은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루프탑 인기 요인은 탁 트인 경치, 야경이 다가 아니다. 오리올은 칵테일 한 잔에 1만6000원부터 2만4000원까지 한다. 플로팅은 시그니처 칵테일이 1만9000원, 진토니카(Gintonica)가 2만4000원이다.

대부분 루프탑카페나 바의 가격은 일반 카페나 바보다 비싸다. "소비력이 약한 20대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인데도 20대가 많이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사진도 루프탑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답했다.

오리올 직원은 "루프탑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사진을 찍는 데에 큰 의의를 둔다. 그래서 대부분 루프탑바들이 가격이 올라가도 음료, 주류 비주얼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했다. 이어 "고객들도 비주얼에 만족하다 보니 가격이 비싸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플로팅에 근무하는 함효식 매니저 역시 음료나 술의 비주얼까지 신경 쓴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고객들이 특별한 날에 이벤트 형식으로 방문하다 보니 사진을 남기기를 원한다"며 "사진 찍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더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루프탑바 직원은 "인스타그램 유행과 루프탑 유행이 맞물려 있는 것 같다"며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경치를 즐기며 그 여유를 즐기는 것도 분명 있지만, 그 여유를 인스타그램에 '인증'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도 많다. 인스타그램에 루프탑, 루프탑바로 검색하면 게시물 수만 건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현주 교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루프탑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SNS에 사진을 올려 자기 일상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루프탑에서 찍은 사진들은 특별해 보이기 때문에 일상을 자랑하고 싶은 심리를 충족시켜 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루프탑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높아 SNS 상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루프탑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루프탑을 찾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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