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적 매력? 한국서 위키백과 대체한 '나무위키'

2016-08-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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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를 보는 윤희정 위키트리 기자 / 위키트리대학생 안시내(21) 씨는 모르는 정보가

나무위키를 보는 윤희정 위키트리 기자 / 위키트리

대학생 안시내(21) 씨는 모르는 정보가 있을 때 나무위키를 주로 이용한다. 백과사전에 찾을 수 있는 내용부터 게임 ‘안젤리크’,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 같은 서브컬처(게임, 애니 등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정보는 나무위키에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위키(☞바로가기)는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어 위키(협업으로 내용과 구조를 수정할 수 있게 해주는 웹사이트)다. 안 씨는 나무위키에 대해 “중독적으로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심심하면 사이비 종교나 항공사고 등 관심 있는 내용을 몇 시간 동안 읽는다”며 “관련된 항목에 링크가 걸려있기 때문에 시간이 금방 간다”고 했다.

나무위키 큰 특징은 기존 매체나 사전이 다루지 않는 애니메이션, IT, 게임 같은 서브컬처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나무위키 이용자인 대학생 선승범(23) 씨는 “애니 정보가 많아서 좋다”며 “일본 서브컬처에 대한 최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서는 나무위키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안시내 씨는 구글(Google)에서 단어를 검색하다가 나무위키를 우연히 알게 됐다. 구글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본 자료를 앞쪽에 보여준다. 구글에서 영어 검색어를 입력하면 보통 위키백과 문서가 제일 앞쪽에 나온다. 반면 대부분 한국어 검색어는 나무위키 문서가 상위권에 노출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나무위키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이 갓 넘은 나무위키는 한국어 위키백과를 누르고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위키 사이트가 됐다. 트래픽 데이터 분석기관 시밀러 웹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한국에서 나무위키 이용률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누르고 13위를 차지했다. (☞바로가기) 미국에서 8위인 위키백과는 한국에서 32위에 불과했다. 

왜 유독 한국에서만 위키백과보다 나무위키를 더 많이 사용할까? 전문가들은 한국어 위키백과가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기존 위키 사용자들이 나무위키에 흡수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한국어 위키백과가 진입 장벽이 높다”며 “(위키백과는) 규정도 까다롭고, HTML을 알아야 하는 등 문서를 편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나무위키는 장난스럽게 시작됐지만 위키백과보다 접근하기 쉽다”고 했다.

문화평론가 손희정 씨는 “나무위키가 놀라운 정보 수집력과 정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어떤 현안이 터졌을 때 사건의 추이를 확인하기 위해 저도 종종 나무위키를 본다”고 밝혔다.

나무위키는 위키백과와 다르게 ‘중립적 시각’(NPOV·Neutral Point Of View)을 강요하지 않는다. 위키백과는 기본 정책으로 중립적 시각을 따라야하는데, 위키백과에 있는 모든 콘텐츠는 중립적인 시각으로 서술돼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 기초해야 한다.

반면 나무위키는 중립적 시각 대신 네티즌에게 편향적인 서술을 허용한다. 나무위키 사이트 아래에는 아예 ‘나무위키는 백과사전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거나, 편향적, 잘못된 서술이 있을 수 있습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나무위키가 중립적인 시각을 찾기 어렵고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택광 교수는 “나무위키 콘텐츠는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위키는 놀이 문화에 가깝다”며 “네이버 지식인의 백과사전판 같다”고 평했다. 

나무위키 사용자 선승범 씨는 “나무위키는 실제로 굉장히 편파적이고, 작성자 한두 명 취향에 따라 쓸데없는 문장이나 지나친 가치판단이 첨가돼 정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나무위키를 믿을만한 정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우려했다. 

최근 나무위키에서는 살생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2일 ‘메갈리아’ 옹호를 이유로 출연작에서 하차한 성우 김자연(28) 씨 지지자 명단이 나무위키에 게재됐다. 웹툰작가, 기자, 번역가 등이 포함된 이 명단을 두고 일각에서 “살생부냐”는 지적이 나왔다. 진중권(53) 동양대 교수는 해당 명단을 비판하며 “그 살생부에 아직 자리가 남아 있으면 내 이름도 넣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진중권 동양대 교수 / 연합뉴스

문화평론가 손희정 씨는 김자연 성우 지지자 명단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과 중립적 정보를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을 것인데, 이런 명단은 좀 곤란한 것 같다”고 전했다. 

트위터나 일부 여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무위키에 여성 혐오적인 문서가 많다는 비판도 나왔다. 나무위키에는 메갈리아 사용자 외모를 비하하는 ‘메오후’, 운전을 못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김여사’, 여성의 성기에서 따온 비속어 ‘보슬아치’ 문서 등이 등록돼 있다. 

지난달 24일 나무위키를 ‘여성혐오적’이라고 규정하며 여성혐오를 제외한 정보를 서술하는 ‘아름드리 위키’(☞바로가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나무위키, 디시위키, 아름드리 위키 등 다양한 위키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할 것을 권장했다. 손희정 씨는 “관점이 들어간 정보의 다발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위키에서 본 내용이 ‘순수한 사실’이 아니라는 의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위키를 내 친구 중 똑똑한 아이들 여럿이 모여서 하는 소리다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 사진 = 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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