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르 코르뷔지에 전시 보면 좋은 5가지 이유

2017-01-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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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2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가 개막했다. 오는 3월 26일까지 열릴 예정인 이 전시에 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전시 공동 주관사 코바나컨텐츠는 "개막 이후 한 달 만에 관람객이 5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코바나컨텐츠는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가 "설 연휴를 맞아 가족·친구·애인과 함께 보면 좋은 전시"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어떤 점에서 흥미로울까.

1. 세계문화유산에 작품 17점이 등재된 건축가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는 르 코르뷔지에 건축 17점을 세계문화유산에 포함했다. 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 17개나 동시에 문화유산이 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는 르 코르뷔지에가 시대를 초월한 건축 거장임을 나타낸다. 당시 유네스코 심사위원회는 "르 코르뷔지에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말했다.

르 코르뷔지에 '페삭 주거단지' (1924) / 이하 르 코르뷔지에 재단

르 코르뷔지에 '유니테 다비타시옹' (1945)

르 코르뷔지에 '피흐미니 문화센터' (1953)

2. 건축가가 그린 회화 수백 점을 볼 수 있다

저는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도 건축설계 분야에서 일하지요. 이번 전시는 나름대로 반전이 있었어요. 르 코르뷔지에가 훌륭한 건축가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뛰어난 화가인 줄은 몰랐거든요. 전시장을 둘러보며 건축가인 동시에 화가인 르 코르뷔지에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가 그린 그림이 건축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 김예리(34) 씨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대 이상으로 감동했다"고 말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청년 시절부터 수많은 스케치와 수채화를 그렸다. 그는 평면 회화를 통해 입체적 공간 구현을 시도했다.

1918년 르 코르뷔지에는 '예술과 자유'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그 모임에서 파블로 피카소(Pablo Luis Picasso ∙1881~1973) 등 입체파(Cubism) 작가들을 만났다. 입체파 작가들은 사물에 내재한 여러 측면을 동시에 그리곤 했다. 이는 르 코르뷔지에에게 큰 영감을 줬다. 하지만 르 코르뷔지에는 입체파 미술을 이어가지 않고 아메데 오장팡(Amédée Ozenfant)과 함께 입체파에 맞서는 순수주의(Purism)를 주창했다. 순수주의는 필요 없는 장식과 과장을 최대한 배격하는 예술 사조였다.

르 코르뷔지에는 회화를 통해 순수주의를 표현했다. 그리고 그 회화는 향후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 작업을 할 때 설계도 역할을 했다.

코바나컨텐츠는 "그가 초창기 그린 악기 정물화 '파이프 정물화'(1921)는 훗날 그가 설계하는 곡선 모양 건축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코바나컨텐츠는 "사보아 주택(Villa Savoye)(1928)이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르 코르뷔지에 '파이프 정물화' (1921)

르 코르뷔지에 '사보아 주택' (1928) 모형 / 코바나 컨텐츠

3. '건축 거장' 수사에 가려진 르 코르뷔지에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다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에는 회화와 건축 모형 수백여 점이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이번 전시는 르 코르뷔지에가 삶에 대해 성찰한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1930년 12월 18일, 르 코르뷔지에는 사랑하는 여자 이본느와 10년 동거 끝에 결혼한다. 이본느와 르 코르뷔지에는 사이가 돈독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를 갖지 않기로 약속했다. 시대를 앞서간 건축으로 많은 비난을 들은 르 코르뷔지에는 아이가 고통받지 않길 바랐다.

1932년 르 코르뷔지에는 아내를 그렸다. 코바나컨텐츠는 이 작품을 "아내 이본느를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할 때 그린 대표작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르 코르뷔지에 '이본느 초상화' (1932) / 이하 르 코르뷔지에 재단

1951년 르 코르뷔지에는 이본느를 위해 로크브륀 카프 마르탱(Roquebrune-Cap-Martin) 해안에 4평짜리 카바농(오두막)을 지었다. 건축 거장으로 일생 이름을 날린 그는 4평 남짓한 카바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카바농에 "4평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최소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는 순수주의를 추구한 르 코르뷔지에 예술 세계와 맞닿는 지점이다.

르 코르뷔지에 '카바농' (1951)

1965년 8월 27일, 르 코르뷔지에는 지중해 바다로 들어갔다. 그는 파도치는 해안에 누워 생을 마감했다.

"나는 왜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불행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수직에 대한 수평입니다. 보완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 마지막 섹션에는 카바농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코바나컨텐츠는 이 구역에 '4평의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관람객은 실제 카바농과 똑같은 집에 직접 들어가 르 코르뷔지에가 여생을 보낸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4. 거장 건축가 및 각계 유명인사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12월 9일 승효상(64) 건축가는 이번 전시를 두고 "아주 훌륭한 전시"라 말했다. 그는 "나도 처음 보는 작품이 대부분"이라며 전시를 극찬했다. 승효상 건축가는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설계자다.

노무현 묘역 설계 건축가 승효상 '르 코르뷔지에는 20세기 혁명가'
지난달 12월 11일 윤장현(67) 광주광역시 시장은 공직자 관점에서 전시를 호평했다. 그는 "이 전시는 공직자들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한평생 잃지 않은 르 코르뷔지에 태도를 공직자들이 배워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장현 광주 시장 '르 코르뷔지에 전, 공직자들이 봤으면'
지난 1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장에 양진석(51) 건축가가 방문했다. 양진석 건축가는 MBC '러브하우스'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건축계 '스타'다. 그는 "2008년 일본에서 열린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간 적 있다"며 "그 전시보다 지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가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5. 가수 탑이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인기 그룹 빅뱅 멤버 탑(최승현∙29)이 오디오 가이드를 맡았기 때문이다. 빅뱅 팬들은 단체로 전시를 관람하러 오기도 한다.

코바나컨텐츠

탑 팬 임기정(21) 씨는 "미술 교과서에서 그림을 억지로 외울 때와는 다르게 좋아하는 가수가 직접 작품을 설명해주니 어려운 예술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탑은 평소 미술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종종 인스타그램 등에 자기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아이돌인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길을 개척하고 있는 탑은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코바나컨텐츠는 탑에 대해 "수준 높은 심미안을 가진 아티스트가 세계 최고 거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