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편집이라도 받고 싶었죠" 프듀 탈락자 유진원∙주원탁∙임우혁 인터뷰

2017-05-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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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진원·주원탁·임우혁 / 이하 전성규 기자&'프로듀스101' 시즌2 탈락

왼쪽부터 유진원·주원탁·임우혁 / 이하 전성규 기자

 

'프로듀스101' 시즌2 탈락자 주원탁(22) 연습생은 하루하루 바쁘다. 인터뷰, 화보 등 각종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방송에서 방출됐다고 힘들어할 여유는 없다. 소위 말하는 '프듀 버프'를 받는 이 시기일수록 더 노력해야 데뷔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주원탁 연습생과 같은 날 탈락한 유진원(21), 임우혁(24) 연습생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팬을 위해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Mnet '프로듀스101'은 아이돌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 101명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듀스101'은 매주 순위가 바뀐다. 최종 11인 안에 드는 사람만 데뷔할 수 있다. 4화에서 60등 미만 연습생이 대거 방출됐다. 주원탁 연습생은 62등, 임우혁 연습생은 66등, 유진원 연습생은 75등이었다. 

덕수궁 정동길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인터뷰 당일, 주원탁 연습생은 먼저 도착해 길고양이와 놀고 있었다. 유진원 연습생과 임우혁 연습생은 지하철을 타고 내려 약속 장소까지 걸어왔다. 마침 하교 시간이라 길에는 고등학생이 많았다.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졌으니 신경이 쓰일 법도 한데, 셋 모두 무덤덤한 눈치였다.

주원탁

 

◈ "시청자일 때랑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기자 : 임우혁, 유진원 연습생은 지하철을 타고 왔네요. 알아보는 사람도 있지요?

임우혁(이하 우혁) : 홍대나 강남처럼 젊은 사람이 많은 동네에선 알아보는 분이 계세요. 다른 곳은 글쎄요. 오늘은 편하게 왔습니다. 

유진원(이하 진원) : 저도 그래요. 그렇지만 요새는 말 한마디도 조심해서 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지하철 타거나 친구와 전화할 때.

기자 : 정식 아이돌은 아니지만, 이제 일반인과 처지가 아예 같진 않잖아요. 얼굴도 알려졌고. '프로듀스101'을 전후로 마음가짐도 바뀌었을 듯해요. '프로듀스101' 시즌1은 시청자 입장으로 보셨을 텐데, 시즌2에서 출연자로 나와 보니 어떤 점이 달랐나요.

원탁 : 작년에 '프로듀스101' 시즌1을 시청자 입장으로 봤거든요. 당시 방송에 가사나 안무를 틀리는 분들이 화면에 잡히곤 했죠. 그땐 제가 출연자가 아니다 보니 "그래도 중요한 '인생 무대'인데 어떻게 실수를 하지?"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어요. 시즌2에 직접 참가해보니 (그분들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미션 준비 시간이 길지 않거든요. 2일, 3일 이런 식이에요. 평소 잘하는 친구도 실수할 정도예요. 카메라는 수십 대씩 돌아가고. 시즌1 시청자일 때 무심코 했던 생각이 죄송해지더라고요.

우혁 : 시즌1에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있잖아요. 시즌2 촬영하며 너무 공감이 갔어요. '프듀' 친구들이 다들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렸거든요. (웃음) 눈물도 많았죠. 이 프로, 서바이벌이잖아요. 냉정하게 말하면 '남이 떨어져야 내가 붙는' 체제죠. 그런데도 우리는 누가 실수하면 다 같이 진심으로 울었어요. '어떡하냐, 어떡하냐' 하면서. 

(위) 임우혁 (아래) 유진원

 

◈ "악마의 편집이라도 당하고 싶었죠"

원탁 : 촬영장에 카메라가 많아요. 매 순간 긴장했어요. 화면에 뭔가가 잘못 나오면 안 되니까. 

기자 : 방송에 본인 의도와 다르게 발언이나 행동이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우혁 : 음, 하나만 해명해도 돼요? 1화 때 뉴이스트 친구들이 나왔어요. 그때 다른 연습생분이 "속상하겠다, 뉴이스트가 먼저 데뷔했는데 세븐틴이 잘됐잖아"라고 말했어요. 다음 장면에 제가 나와요. 일부 시청자가 그 장면을 보고 "임우혁이 그 말을 했다"라며 비난을 했어요.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온통 욕이었어요. 제 욕만 있으면 괜찮은데, 부모님 욕 , 가족 욕 다 있었어요. 그건 조금 힘들었네요. 다른 분께 피해를 줄까 봐 해명은 안 했어요. 근데 해명을 안 하니까 "쟤가 진짜 저 말 한 게 맞네" 받아들이는 분이 계셔서, 오늘은 해명하고 싶어요.

진원 : 저는 딱히 오해를 살 만큼 편집된 게 없어요. 방송에 많이 안 나와서. (웃음) 그룹평가 7등 했거든요. 방송에 많이 안 나오더라고요.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장면도 있었어요. 저 그거 꼭 나올 줄 알았거든요. 안 나왔어요.

주원탁

 

원탁 : 저희처럼 분량 없는 애들은 (일동 웃음) 어디까지 생각하는지 아세요? 차라리 '악마의 편집'이라도 당하면 좋겠다고 말해요. 단 한 번이라도 화면에 잡히고 싶다. 저희가 4화까지 나왔지만 실은 두세 달 걸려 촬영했거든요. 오래 합숙하며 찍었는데, 피를 토하며 노력했는데, 분량이 없었어요. 우리도 재미있는 에피소드 많거든요.

우혁 : 방송 분량을 못 받은 애들은 "쟤네가 열심히 안 하나 봐, 안 웃긴가 봐, 안 절실한가 봐"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그렇지 않아요.  

원탁 : 전 심지어 "너 카메라 앞에서 울기라도 하지 그랬냐"라는 말도 들었어요. 근데 저 촬영 때 많이 울었거든요. 모든 연습생은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별의별 노력을 다해요. (노력했는데 안 되니까) 나중엔 1등 의자에 못 앉아본 것조차 한이 되더라고요. 그거 앉아라도 볼걸. 

우혁 :  1등 의자, 엉덩이라도 대 볼걸. 그 소파가 얼마나 푹신한지 앉아볼걸. (일동 웃음) 마지막 순위발표식 때 저희 세 명 같이 앉았거든요. 앉아서 웃긴 얘기 많이 했어요. "야, 이거 나갈 것 같다"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죠. 방송엔 안 나갔지만.

기자 : 세 분은 순위발표식을 끝으로 '프듀'에서 방출됐죠. 이날 방출될 걸 예상했나요?

원탁 : 전 원래 하위권이고 분량도 없어서, 순위발표식날 체념하고 갔거든요. 59등에서 50등 사이 이름 안 불리면 포기할 생각이었어요. 안 불리더라고요. 마지막 60등 발표할 때 잠깐 기대했어요. (이날 '프로듀스101'은 59등부터 순위를 불렀다. '턱걸이'인 60등은 재미를 위해 마지막에 발표됐다.)

진원 : 다 같은 마음일 걸요. 60등. 그 등수에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돼요. (하위권이라도) 한 4~50등 선까지는 기대를 하고요.

우혁 : 20등, 10등 이 정도 상위권 등수를 발표할 땐 아예 체념하죠. 그땐 출연자가 아닌 시청자 입장이 돼요. "짱이다! 쟤네는 몇 표래! 와! 몇십만 표? 대단해!" (임우혁 연습생은 실제 현장에서 감탄하는 듯한 흉내를 냈다.)

원탁 : "와! 대박! 쟤는 몇 표네!" 완전 시청자에 빙의하거든요. 그러다 마지막 60등 발표하는 순간 출연자로 돌아와 '초집중'하죠. (일동 웃음)

우혁 : 하하. 우리 '프듀' 되게 재밌게 찍었어요. 힘들긴 했지만, 다들 웃긴 성격이라.

왼쪽부터 유진원·주원탁·임우혁

 

◈ 지금은 연습생이지만, 언젠가 톱스타가 된다면?

기자 : '프듀' 덕에 친구를 얻었네요. 

원탁 : 그럼요. 저는 101명 다 친해지는 게 목표였어요. 101명 다 인사하고 다녔죠. 지금 남은 친구들과 방출된 친구들 가리지 않고 다 친했어요. 

우혁 : 원탁이 따라다니면 안 친한 친구와도 인사할 수 있어요. (웃음) 안면만 아는데 평소에 말 못 해본 친구와도 친해질 수 있어요. 원탁이가 '프듀'에서 친화력 다섯 손가락 안에 들걸요. 

원탁 : (유진원 씨를 바라보며) 진원이는 지금은 친한데 비교적 나중에 말을 했어요. 처음에 다가갈 땐 힘들었어요. 진원이는 자기 장점을 스스로 떠벌리지 않아요. 근데 친해지면 진짜 웃겨요!

우혁 : 진원이는 친해지면 '다 놓는, 다 보여주는' 스타일이에요. 

진원 : 전 무표정으로 있으면 다가가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많이 웃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친해지면 (소위 말하는) '뻘짓'도 많이 해요. (주원탁 씨와 임우혁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 : 친구 외에, '프듀'를 하며 얻은 게 있다면?

진원 :  연습생 신분인데도 팬덤 생긴 거요. 그룹평가 때 저 말고 다른 (상위권) 친구들 팬이 많이 와서 긴장했거든요. 그때 누가 제 이름 불러주셔서 그분이 기억에 남아요. 얼굴도 기억해요. 감사해요. 빨리 성공해서 보답할 거예요. 

원탁 : 저도요. 전 고마운 마음에 소위 말하는 '역조공'을 해봤어요. 팬들에게 커피를 드렸답니다. 커피 한 잔, 사소한 건데 아주 좋아하셨어요. 제 기분도 좋아졌죠. 

기자 : 우혁 씨는 빅뱅 지드래곤을, 원탁 씨는 방탄소년단 정국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두 분 다 유명 아이돌이죠. 이분들처럼 유명해지면, 혹은 톱스타가 되면, 팬들에게 뭘 해주고 싶어요? 

진원 : 한 분 한 분 '김고은 성대모사' 해줄 거예요. 진지합니다. (모두 박장대소했다. 유진원 연습생은 방송 초기 배우 김고은 성대모사 영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혁 : 식당 빌려 밥 먹을 거예요. 연예인이랑 밥 먹기 힘들잖아요. 팬과 가수가 아니라 친구처럼 놀고 싶어요. 못했던 얘기도 하고. 파티처럼 재미있게.

원탁 : 저는 나중에 제 가게 차리고 싶거든요. 프랜차이즈 열어서 (일동 웃음) 요리 해드릴 거예요. 저 요리 좋아해요. 진짜 잘 해드리고 싶어요. 

임우혁

 

◈ "101명 중 사연 없는 친구가 없어요"

기자 : 여러분 말하는 걸 보니, 팬들 대접하기 위해서라도 꼭 '데뷔길' 걸어야겠어요. 데뷔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을까요.

원탁 : 중3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당시 집안 형편이 안 좋았어요.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래를 배웠어요. 그렇게 4년 정도, 아르바이트라는 아르바이트는 다 했어요. 전단, 카페, 피시방, 음식점, 서빙. 웨딩홀은 한 3년? 야간 택배도 했네요. 인형탈도 하고. 그래서 노래 연습을 더 열심히 했죠. 부모님이 돈 내주는 거랑 제가 직접 강습비 버는 거랑 느낌이 달라요.

부모님은 저를 보면 "어릴 때부터 일하며 일찍 철이 들어 속상하다"라고 말씀하세요. 전 부모님이 안 미안해하면 좋겠어요. 제가 잘할 거예요. 팬이 생겼고, 이제 조금씩 잘 풀리고 있는 듯해요.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유진원

 

진원 : 저도 비슷해요. 이번 방송에서 제 부모님이 저보다 많이 노력하셨어요. 어머니가 직접 트위터 계정으로 저 홍보하시고. 집에 빚이 있어요. 어머니가 할머니와 할아버지 빚을 갚고 있는 상태예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주말마다 보시고요. 그래도 두 분은 저 많이 믿어주세요.  

기자 : 전에 진원 씨 어머니 인터뷰를 한 적 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경남 의령에서 애 혼자 서울 올려보내서, 실용음악 학원 한 번 안 보내줘서 미안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유진원 씨 어머니는 '프듀' 방송 내내 경남 지역 고등학교 앞에서 밤늦게까지 유진원 씨를 홍보했다.) 

진원 : 네. 그런데 전 부모님이 학원 안 보내주셔도 괜찮아요. 저보다 어머니 아버지가 훨씬 고생하셨어요. 늘 빚 갚느라 고생하시고. 팬들도 마찬가지고요. 전 정말 많이 노력할 거예요. 보답할 거예요. 

우혁 : 저는 '빅뱅 다큐'를 보고 가수를 결심했어요. 처음에 부모님은 제가 안정적인 직업, 전공을 갖길 바라셨어요. 부모님과 합의를 봤어요. 취업 잘 되는 과를 가되, 음악을 하도록. 경영학과를 갔어요. 힘들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자기 꿈을 위해 공부를 하는데, 전 그게 꿈이 아니니까. 부모님께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편입하고 싶다고. 음악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고. 그때 허락을 받았죠.

그렇게 스무 살 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작업실을 빌려 음악을 시작했어요. 크루였죠. 월세는 다 같이 모았어요. 월세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죠. 저도 원탁이처럼 카페, 방탈출카페, 식당 등등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했네요. 전 경기도 이천 출신인데, 이천 주위에 공장이 많거든요. 물류창고에서 물건 상하차 일도 했어요. 힘들었죠. 힘들었는데, 괜찮았어요. 그거 하면서 월세와 휴대폰비 냈어요. 그러다 '프듀' 나온 거죠. 방송엔 많이 안 나왔지만, 많은 분이 저를 지지해주셔서 고마워요. 

원탁 : 101명 중 '제일' 힘든 사람은 없어요. 101명 모두가 사연이 있고 절박하거든요. 힘들어도 우린 그걸 안고 가는 거죠. 

우혁 : 흔히 '프듀 버프'라고 하잖아요. '프듀' 끝나고 바짝 인기 얻고 잊힐 수 있겠죠. 그래도 안 잊히게 열심히 할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왼쪽부터 유진원·주원탁·임우혁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