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소리를 저장한다고?” IT 기술과 결합한 타투
2018-0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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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기술로 타투를 읽어 소리를 내거나 3D 이미지를 보여주는 앱이 등장했다.
"사랑해"
타투(문신)에서 소리가 난다.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했을 뿐인데 마치 바코드를 읽는 것처럼 타투를 읽어 저장된 음성을 재생한다. 타투를 들려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스킨모션(Skin Motion)'이다. 미국 LA에 사는 타투아티스트 네이트 시가드(Nate Siggard)가 지난해 4월 개발했다.
네이트에게 이 앱에 대해 영감을 준 사람은 여자친구 줄리아나 다미아노(Juliana Damiano)였다. 어느 날 줄리아나는 네이트에게 "타투가 보여주는 대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멋지지 않을까?"라고 흘리듯 말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네이트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네이트는 줄리아나와 4개월 된 딸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음파 모양으로 디자인해 타투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타투를 읽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스킨모션'이다.
네이트가 '스킨모션'으로 타투를 재생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영상 조회수가 7천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로이터, 더 선, 인디펜던트 등 여러 언론에서 '스킨모션'을 주목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메시지를 몸에 저장한다'는 콘셉트가 유효했다. 음파 타투 디자인 자체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타투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타투 애호가들을 혹하게 만드는 매력 요인이었다. '스킨모션' 고객들은 반려견 소리나,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 등 저마다 소중한 음성을 타투로 새겼다.
전 세계에서 이 음파 타투를 시술받고 싶다는 메시지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스킨모션' 측은 시술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1만 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네이트는 다수 개발자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차리고 대중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각) '스킨모션'은 베타서비스를 마감하고 정식으로 앱과 웹사이트를 런칭했다.
◈ 타투에 적용된 증강현실 기술
'스킨모션' 앱 이용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저장하고 싶은 음성을 30초 이내로 녹음한다. 이 녹음 파일을 '스킨모션' 웹사이트를 통해 음파 이미지로 변환하고 다운로드한다. 다운받은 음파 이미지를 이용해 타투를 새긴 뒤 '스킨모션' 앱으로 타투를 스캔하면 음성이 재생된다.
현실 세계 속 이미지를 스캔해 저장된 디지털 파일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QR코드와 작동원리가 비슷하다. 앱이 시각적으로 음파 타투를 읽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음성을 재생하는 것이다.
'스킨모션' 홍보담당자 제시카 리치몬드(Jessica Richmond)는 "'스킨모션' 앱은 일종의 증강현실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란 현실 세계에 가상의 사물을 합성해 부가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기술을 의미한다. 올해 초 한창 유행했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킨모션'처럼 타투와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잉크헌터(inkhunter)' 앱은 세 개 선만으로 원하는 부위에 가짜 타투를 새길 수 있게 한다. 실제로 타투를 하지 않아도 마치 한 것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실제로 타투를 하는 게 꺼려지거나 타투를 하기 전 미리 크기와 디자인을 짐작하고 싶을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홀로태츠(Holotats)' 앱은 타투 스티커를 이용한다. 동물 타투 스티커를 몸에 붙인 뒤 스캔하면 타투 모양와 같은 동물이 홀로그램처럼 보이게 한다. 개구리, 돌고래, 북극곰, 해파리 등 동물 종류는 다양하다.
'홀로태츠'와 비슷한 방식으로 스마트폰으로 타투 위에 3D 이미지를 보이게 하는 앱은 '미라클타투(Miracle tattoos)', '모던 폴라식스(Modern Polaxis)', '싱크앤앱(ThinkAnApp)' 등 다양하게 있다.
◈ 만약 '스킨모션' 국내판이 만들어진다면?
국내에서는 아직 AR 등 IT 기술과 타투를 결합한 사례가 없다. 타투 자체가 대부분 의료법 위반 행위라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타투는 의료행위로 간주돼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시술했을 경우 처벌대상이 된다.
만약 타투가 합법화된다면 국내에서도 타투 관련 IT 기업이 생겨날 법 하다. 온라인이나 SNS에서는 국내 음파 타투 후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소리 나는’ 음파 타투가 아니지만 의미와 상징성 때문에 소수 타투 애호가들이 새기는 경우가 있다.
한율(35) 씨는 2015년 가슴 쪽 심장 부근에 어머니 목소리로 타투를 새겼다. 한 씨는 "외신 기사를 보다가 어떤 사람이 생전 아들 목소리를 음파 모양으로 심장 쪽에 새겼다는 이야기를 봤다"며 "그걸 보고 멋져서 나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씨가 새긴 음파 타투는 한 씨 어머니가 "율이야 사랑해"라고 녹음한 음성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그는 "제가 강의하는 직업이라 사람들 앞에 나설 때가 많은데 심장에 딱 손을 올리면 (엄마에게) 응원받는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한 씨는 "음파 타투에서 소리가 나는 앱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한 번 해보고 싶다"며 반색했다. 한 씨는 "음파는 지문처럼 그 사람 고유의 진동이 있다. 뭔가 특별하고 내가 죽을 때까지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음파 타투를 '강추'했다.
반면 타투아티스트 이모 씨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음파 타투가 의미 면에서는 되게 좋은데 저는 아티스트로서 미적인 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검고 두꺼운 라인으로 된 음파를 멀리서 보면 약간 애벌레처럼 보이지 않나. 그래서 저는 음파 타투를 시술할 때 모양을 단순화시켜서 심전도 그래프처럼 디자인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음파 타투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1년 조금 넘었다. '스킨모션'에 대해 알고는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시술 사례를 보지 못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음파 타투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미니타투나 반려동물 타투가 더 인기가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