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EBS 연계율 50%로 축소…제2외국어 절대평가로
2018-04-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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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과거 학력고사처럼 원점수로제로 바뀌지 않는 한 제2외국어와 한문도 절대평가로 바뀐다.
(서울 뉴스1 = 권형진 기자) 올해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EBS 연계율이 현행 70%에서 50%로 축소된다. 수능이 과거 학력고사처럼 원점수로제로 바뀌지 않는 한 제2외국어와 한문도 절대평가로 바뀐다. 논·서술형 수능 도입은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고교 내신은 현행처럼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교육부는 11일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며 2022학년도 수능부터 EBS 연계율을 현행 70%에서 50%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계방식도 직접연계가 아닌 현행 영어영역처럼 간접연계 방식으로 전환한다.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고교 교육과정이 왜곡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2005학년도 수능부터 EBS 교재·강의와 연계해 수능을 출제했다. 2011학년도 수능부터는 연계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EBS 연계 이후 학교에서 교과서 대신 EBS 교재로 수업하면서 학교 교육과정이 왜곡된다는 지적이 컸다. EBS 영어 지문의 해석본을 통째로 암기하는 부작용도 불거졌다. 결국 2016학년도 수능부터 영엉영역은 직접 연계가 아닌 EBS 교재와 지문과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지문을 다른 책에서 발췌하는 간접연계 방식으로 바뀌었다.
EBS 연계율을 낮추고 간접연계 방식으로 전환하면 과잉 변형 출제로 인한 문항 오류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하고 있다. 반변 EBS 교재 외에 다른 문제집까지 공부해야 해 학습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농어촌과 도서벽지 등 취약계층 지역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능 출제과목은 3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된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추가하는 안이다. 통합사회, 통학과학은 문·이과 구분없이 공통적으로 듣는 과목이다. 대신 탐구영역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직업탐구를 통틀어 1과목만 선택한다.
2안은 문·이과 융합 취지에 따라 수학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사회탐구 1과목과 과학탐구 1과목을 교차 선택하게 하는 방안이다. 문과생은 과학탐구 1과목, 이과생은 사회탐구 1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문·이과 융합 취지는 살릴 수 있지만 탐구과목을 교차 선택하게 해 학생의 학습 부담이 가중되고 과목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문제가 있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능 출제과목에서 제외한다.
3안은 현행 수능과목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다. 역시 신설된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능 출제과목에서 제외된다. 융합교과라는 성격상 수능 출제가 적합하지 않고, 학습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안이다.
모든 수능 과목을 원점수제로 바꾸지 않는 한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한다. 영어와 한국사는 지금도 절대평가다. 여기에 제2외국어와 한문이 추가로 절대평가로 바뀌는 셈이다. 현행 상대평가에서 학생들이 아랍어에 몰리는 '아랍어 로또' 현상은 완화될 수 있지만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보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도 학생 부담 완화를 위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축소·완화하거나 폐지를 유도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2014학년도부터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축소·폐지를 유도하고 있다.
수시는 학생부 중심, 정시는 수능 중심으로 대입전형 준비를 단순화하겠다는 취지다. 수시모집으로 합격한 수험생의 경우 수능과 정시를 모두 준비해야 해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시에서 수능 성적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객관성이 저하된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대신 고교 간 학력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대학이 구술고사 등을 활용하면 학생들에게 새로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적성검사'로 불리는 객관식 지필고사는 2022학년도부터 폐지된다. 적성검사는 수능과 비슷한 형식이다. 중위권 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통로로 여겨졌다. 2018학년도 입시에서는 12개 대학 4753명을 선발했다.
면접구술고사도 개선한다. 공통문항을 출제하는 제시문 기반의 구술고사는 가능한 지양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득이한 경우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만 출제해야 한다. 사교육 유발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학생부에 기반한 맞춤형 확인 면접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면접에서는 출신 고교에 따른 차별을 원천 방지하기 위해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한다.
수능에 선다형 문항뿐 아니라 논·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문제는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대입에서 고교 내신을 활용할 때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는 고교 내신을 반영할 때 지금처럼 석차등급만 대학에 제공한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시안은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오는 8월 최종 확정된다.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과 교육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한 대통령 자문기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