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에 또박또박”...필력이 남다른 'PC방 앞에 놓인 추모 글'
2018-10-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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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별빛이 사그라들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작가 못지않은 필력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 추모

서울 강서구 PC방 사건 현장에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시민이 편지 형식으로 적은 장문의 추모 글이 눈길을 끌었다. 포스트잇 등에 적은 다른 추모 메시지와 함께 놓여 있었다. 그는 작가 못지않은 필력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를 추모했다.
해당 시민은 노트를 찢어 그 위에 또박또박 추모 글을 적었다. 그는 추모 글에서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겪은 일은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제가 왜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지 잘 모르겠어요. 당신은 이 편지를 읽을 수 없겠죠"라며 "그럼에도 저는 이 편지를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서,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추모하기 위해 국화꽃을 올려놓은 피시방 옆 책상에 올려놓을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어쩌면 제 마음이 당신에게 전해져서 당신이 그쪽에서 평화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랬으면 정말 기쁘겠네요"라며 "당신 주변 사람들도 나서서 당신에 대해 한마디씩 했어요. 단편적인 증언만 들어도 제 머릿속에는 당신이라는 사람이 그려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 현실적이면서도 가슴 속에 꿈이라는 별빛을 간직한 사람. 항상 행복을 가슴에 담고 다니는 사람.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나눠주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관용을 베푸는 사람"이라며 "틀린 부분도 있겠지만 당신은 그렇게 제 머릿속에 다가왔어요"라고 했다.

그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 그날 밤, 당신이라는 별빛이 사그라들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물이 나왔어요"라며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저는 게으르고 머릿속에 딴생각이 가득하고 지금 이 순간을 보지 못하고 과거를 곱씹거나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밤을 새워서 게임을 하고 집에 오는데 출근하는 사람들과 마주쳤습니다. 세련된 옷차림에 말끔한 얼굴로 바삐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에게서는 건강한 기운이 흘러넘쳤어요"라며 "당신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닮고 싶었어요. 저는 당신을 닮고 싶었어요. 당신들처럼 세상을 나서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강서구 PC방 사건 현장에는 작은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PC방 앞 가게 매대로 추정되는 곳에는 고인이 된 피해자를 추모하는 조화와 메시지들이 수북이 쌓였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끔찍한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를 안타까워하며 추모 글을 적었다. 일부 시민은 고인을 생각하며 담배와 초콜릿, 음료수 등을 놓고 가기도 했다.
해당 추모 글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