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보안관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더니 이렇게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0-06-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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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서울교통공사 공채 출신인데요” 글 인터넷 커뮤니티서 화제
기존 직원들은 임금 안 오르고… 정규직 전환자들 근무태만 판쳐

글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뉴스1 자료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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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공채 출신 서울교통공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이 2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서울교통공사처럼 될 겁니다’란 글을 올려 이 같이 말했다.

글쓴이는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 보안관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뀐 것이라면서 정규직 전환 조치를 단행한 뒤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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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는 기존 직원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교통공사도 처음에는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이 더 낮았다면서 “정규직 전환자들이 임금을 공채 출신과 동일하게 맞춰달라고 요구해 현재는 공채 출신과 임금, 직급, 복지가 동일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총액임금제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인원이 줄든 늘든 정해진 예산 내에서 해결해야 하기에 늘어난 인건비 예산만큼 기존 예산이 줄어든다.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신규 공채를 점점 줄이고 기존 직원들 임금 인상률을 낮추고 복지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비단 우리만의 상황이 아니다. 철도공사 또한 직접고용(정규직 전환자) 분들이 전환되기 전에는 임금 인상은 필요없으니 전환만 시켜달라고 했다. 그러나 전환 후에는 동일 임금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더라. 도로공사도 현재진행형이고 근로복지공단이나 공무원 공무직 사례 등 여러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또한 별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존 직원과 직접고용(정규직 전환) 비율이 9 대 1이었는데도 이 지경이 됐으니 직접고용 인원이 기존 직원보다 많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은 우리보다 심해질 것이다. 직접고용 분들이 노조를 만들어 교섭권을 가져오려고 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그는 직접고용을 통해 임금을 올리더라도 정규직 전환자들이 더 열심히 일하거나 업무 책임감을 강화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지하철 보안관이 근무시간에 PC방에 가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의 국민일보 기사를 소개했다.

[단독] 근무시간에 PC방 가는 지하철 보안관들…승객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 보안관 3명이 업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PC방에 갔던 사실이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지하철과 역사 내 각종 사고를 막고 승객
news.kmib.co.kr

그는 “근무시간에 PC방에 가거나,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점심시간을 2시간 이상씩 갖거나, 역사 순회나 출동은 안 하고 휴게실에서 휴식만 취하는 분들이 바로 이분(정규직 전환자)들”이라면서 “우리 역에도 보안관 분들이 있지만 역사 순회나 열차 내 취객 민원 시 출동은 전부 기존 공채 출신 역 직원들이 하고 있다. 콜센터로 민원이 접수되면 역무실로 전화가 오고 보안관에게 콜이 간다. 그런데 이분들이 출동을 안 하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다 하는 것이다. 지금껏 지켜본 결과 쉽게 정규직으로 들어온 만큼 본인 업무의 중요성을 모르고 업무도 쉽게쉽게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이 정말 중요한 만큼 이분들이 하는 업무는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만이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어제도 자꾸 제 3자인 분들이 우리 회사 정규직 전환 시 시험을 봤다고 하는데 시험 안 봤다. 처음에 사측에서 간단한 시험을 요구했지만 이분들은 ‘필기시험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못 볼 수도 있다’라는 희대의 명언으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의 여파는 몇 년 뒤 부실 공기업이라는 결과로 나올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 늘리라고 요구 중이고 내부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자꾸 요구하는데 그 예산은 어디서 나오나. 총액임금제로 예산은 묶어놨는데 부족한 만큼 지원은 안 해준다. 그럼 결국 부채와 적자가 누적돼 그 폭탄이 몇 년 뒤에 터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쓴이는 자신의 글이 부를 파장을 염려한 때문인지 몇 시간 뒤 글을 삭제했다.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천공항 오픈 채팅방에서 한 회원은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으로 들어간다. 연봉 5000만원 소리 질러! 2년 경력 다 인정받는다"라고 말했다.

※ 글쓴이가 올린 글을 삭제한 점을 고려해 해당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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