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위반했지만...” 모두에게 박수 받은 마라톤 선수 (영상)

2021-02-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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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순간”
힘줄 끊어지자 아버지 부축받아 완주한 데렉 레드몬드

0.01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등수를 초월한 감동을 준 경기가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400미터 육상 준결승 경기다.

영국 국가대표 데렉 레드몬드에게 이 경기는 남달랐다. 1985년 스무 살에 400미터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아킬레스건 파열로 경기 직전 출전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하 유튜브 'Olympic'
이하 유튜브 'Olympic'

이후 그는 22번의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 영국 국가대표로 바르셀로나에 입성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한 상황이었다.

경기 초반, 데렉은 선두권에서 달리고 있었다. 속도를 높이려던 순간 그는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주저앉았다. 오른쪽 허벅지 뒤쪽 힘줄이 끊어진 것이다.

그 사이 다른 선수들은 모두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를 들것에 싣기 위해 스태프들이 달려왔다. 데렉은 그러나 이를 거부했다. 멀쩡한 왼쪽 발로 절뚝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완주를 꼭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릴수록 고통을 심해졌다. 그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한 중년 남성이 트랙 위로 뛰어 들어왔다. 데릭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이만하면 됐다"며 아들을 위로했다. 데렉은 "끝까지 달릴 거에요"라며 울먹거렸다. 이에 아버지는 "그럼 결승선까지 함께 가자"며 아들을 부축했다. 데렉은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데렉은 공식적으로 완주를 하지 못했다("Did Not Finish"). 다른 사람의 조력을 받으면 안된다는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아름다운 완주는 기록을 넘어서는 감동을 자아냈다. 지켜보던 6만 5000명 관중은 기립박수를 쳤다. 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 중 하나"라며 평가했다.

데렉과 아버지의 완주 영상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유튜브 'Olympic'
유튜브 'KooTube'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