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2년 전과 같은 참변에 아버지는 결국 주저 앉았다.

2021-06-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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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딸 잃은 아버지
관리 강화 개정안 통과됐지만 반복된 참사에 결국 주저 앉아

(왼) 광주 건물붕괴 참사 (오) 잠원동 건물붕괴 당시 깔린 차량 / 연합뉴스
(왼) 광주 건물붕괴 참사 (오) 잠원동 건물붕괴 당시 깔린 차량 / 연합뉴스

광주 건물붕괴 참사는 2년 전 비극의 되풀이였다.

동아일보는 오늘(11일) 2019년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 이원민 씨를 인터뷰 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씨는 "광주에서 벌어진 붕괴 사고가 우리 딸을 앗아간 사고와 너무 닮았다"며 "철거 건물 붕괴 소식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고 황망함을 전했다.

앞서 이씨의 딸은 결혼을 앞두고 예물반지를 찾으러 차를 타고 가던 길에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며 숨졌다. 사고 건물에는 철거 건물 잔해가 공사장 밖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막는 '버팀보'가 충분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의 관리 감독을 맡았던 감리는 철거 업체가 추천한 지인이었음이 밝혀졌다. 해당 감리는 현장에 친동생을 내보내는 등 관리에 소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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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씨는 일정 규모의 건물을 해체 공사할 때 지자체가 감리를 직접 지정해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는 "떠나간 딸을 위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광주 건물붕괴 사고에선 이 개정안도 소용 없었다. 지자체가 감리를 지정했지만 막상 철거 현장에는 감리가 상주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씨는 "지자체가 감리만 정하면 뭐하냐. 나가서 직접 살펴봐야지. 제가 좀더 목소리를 키워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관리 감독을 하라고 촉구했어야 했는데 한스럽다"며 "딸에게 약속한 것처럼 지켜주질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home 윤수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