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코로나'를 아시나요
2021-07-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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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모델을 신진자동차가 조립 시판
출시후 상류층 승용차·택시로 인기몰이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코로나'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 일색이지만, 연세 지긋한 택시 기사들에게 같은 이름은 향수 어린 추억일 수 있다. 1970년대 최고급 택시 모델이 바로 코로나였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택시 타는 것을 질시의 대상으로 취급받던 시절, 하루 운전대를 잡으면 일주일은 놀아도 될 정도의 돈을 벌어준 효자였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 '1970년대 코로나 택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게시 글에는 구식 택시의 외관과 내부를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이 여러 장 담겼다.
사진 속 택시 모델은 지금으로 치면 현대자동차 급이었던 신진자동차가 1966년 출시한 코로나다.
일본 토요타 자동차의 소형차였던 코로나 3, 4세대 모델을 반제품으로 들여와선 일부 국내 부품을 접목해 조립생산했다.
시판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상류층의 자가용 및 택시로 자리매김했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당시 한국에서 가장 흔한 승용차로, 당시 생활 사진을 보면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 열에 아홉은 코로나였다. 택시로도 흔히 볼 수 있었으며, 지금도 나이 지긋한 세대는 코로나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마이카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택시 운전사의 대접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최초 출시 당시 차량 가격은 83만7000원이었다. 그때 대통령 월급이 7만8000원, 쇠고기 한근 200원, 택시 기본요금 60원, 다방커피 한잔이 40원이었으니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1966년 첫 생산한 그해 3600대, 1967년 5000대, 1968년 1만1000대, 1969년 1만3000대로 매년 판매량이 수직상승했다. 1972년 단종될 때까지 4만6000여대가 팔린 베스트셀러카였다.

1971년에는 소주회사 진로에서 '집집마다 두꺼비의 幸運(행운)을!'이라는 문구와 함께 당시 26세였던 인기 탤런트 노주현을 모델로 내세워 경품 행사를 벌였다.
이 회사에서 내건 경품 1등상이 최신 승용차였던 코로나였다. 2등상은 금성사(현 LG전자)의 전기 냉장고였고, 3등상이 역시 금성사의 흑백 텔레비전 수상기였다.

물론 지금 시각으로 보면 품질이 엉성하다. 요즘 차들은 전자회로 장치가 없으면 못 움직일 정도로 전자장치가 도배돼 있지만, 코로나는 전자회로가 들어간 부분이 고작 라디오 하나뿐이었다.
라디오 수신을 위한 안테나가 동반석 쪽 펜더의 앞 유리창 가까이에 붙어 있었는데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안테나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작은 열쇠를 안테나 옆에 넣으면 안테나 머리가 조금 튀어 나오는데, 그것을 손으로 잡아서 끌어 올려야 했다.
중국 진출에 욕심이 있었던 토요타가 신진자동차와의 계약기간을 채우자마자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바람에 잘나가던 코로나는 한국 시장에서 1972년 갑자기 단종되는 비운을 맞았다. 코로나 덕분에 돈 방석에 앉았던 신진자동차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현재 인천시 송도 센트럴파크 내에 있는 인천도시역사관(구 컴팩스마트시티) 1층 로비에 코로나가 전시돼 있다. 신진자동차 공장이 인천에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