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간 한국에서 '주민등록' 없이 살아온 할머니가 절도죄로 체포됐다

2021-09-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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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간 무적자로 살다 생활고에 절도 저지른 할머니
체포한 경찰이 나서 호적 되찾을 수 있게 도움 줘

75년간 주민등록 없이 무적자로 지낸 할머니가 절도를 저질러 체포됐다. 하지만 사연을 알게 된 경찰의 도움으로 호적을 되찾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뉴스1·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뉴스1·셔터스톡

지난 9일 충북 충주경찰서는 30여 건의 농산물 절도를 저지른 용의자로 할머니 A(75) 씨를 체포했다. A 씨를 체포한 경찰은 지문 감식에 나섰지만 일치하는 지문이 없어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A 씨는 열두 살 때 부모를 잃은 뒤 언니가 돈을 벌러 떠나며 줄곧 혼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젊었을 때는 식당일로 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돈을 벌기 어려워지자 결국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정한 거주지 없이 월세 15만 원의 여인숙에 살던 A 씨를 구속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충청매일은 경찰이 어떻게 A 씨의 호적을 되찾아줬는지 지난 9일 보도했다. 충주경찰서 박창호 서장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생계를 범죄로 이어나가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A 씨를 구속하는 대신 원활한 연락을 위해 휴대폰을 제공하고 거주지를 여러 차례 방문해 불편한 사항이 없는지 점검했다. 또한 주민센터와 연계해 생계유지 지원도 요청했다.

A 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충주시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부존재증명서 발급과 성·본 창설허가 신청을 마치고 가족관계등록부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경찰은 A 씨가 신분을 되찾게 되면 생활비와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는 걸 도울 예정이다.

A 씨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았는데 이제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게 됐다"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창호 서장은 "앞으로 A 씨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라며 "어렸을 때 이별했던 언니와도 재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home 김성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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