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오른다는 '한참 잘못된 출산 장려 공익광고 ' (사진)

2022-03-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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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웬 양육비 걱정?
폴란드선 “토끼처럼 다산해야”

서울 시내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 뉴스1
서울 시내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 뉴스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돌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에는 0.81명으로 더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경제 성장 동력이 떨어져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남 마산 유세에서 이를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연결하면서 저출산 문제가 정치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달갑지 않은 지표와 맞물려 과거 국내 공기업의 황당 출산 장려 정책이 인터넷에서 다시 회자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한참 잘못된 출산 장려 공익광고'라는 글이 그것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공익광고협의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공익광고협의회

게시글에는 한 공익광고 사진이 담겼는데, 2012년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학생부 은상 수상작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공익광고협의회가 주최한 대회였다.

‘위대한 모자’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초상화가 제거된 지폐 5만원권과 5000원권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을 달았다.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기 전 양육비부터 걱정했다면, 위대한 두 모자는 역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신사임당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이 광고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신사임당은 조선 시대 중기 저명한 선비인 신명화의 딸로 양육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남편 집보다 친정집이 더 부유했다고 전해진다.

또 남편이 처가살이를 택해 신사임당은 시댁살이할 필요가 없었고 조선 시대에 양육비를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였다. 당시 유교적 이념으로 혼인과 출산을 강조해 양육비 걱정보다 출산이 의무였기 때문이다.

여성을 아기 낳는 존재로 비하한 발상이 문제란 지적도 나왔다. 신사임당은 문인이자 유학자, 화가, 작가, 시인이었다. 공익광고는 그런 위인을 ‘어머니·여성’의 역할로만 가두어놓은 것.

누리꾼들은 “잠재적 인재를 위해 애를 낳으라는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신사임당 같은 금수저 집안이라도 되나" 등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하 폴란드 보건부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TV 광고. / 이하 연합뉴스 유튜브채널
이하 폴란드 보건부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TV 광고. / 이하 연합뉴스 유튜브채널

비슷한 촌극은 해외에서도 빚어졌다.

2017년 폴란드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30초 TV 광고를 제작해 방영했다. 영상 속에는 한 쌍의 토끼 부부와 그 곁에서 노는 63마리의 새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잘 먹고 잘 놀며 때론 운동도 즐기면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데, 그 비결이 바로 '새끼를 많이 낳아서'라고 해설자는 멘트를 했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모욕적이다" "유치하다" "세금 아깝다" 등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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