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장판'이 초래한 사상 초유 사태… 뮤지컬계 대선배들까지 등판 (공식 입장)

2022-06-2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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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 1세대 남경주·최정원·박칼린
공동 입장문 발표... 후배들 동의 행렬 줄 잇는 중

뮤지컬 배우 1세대 남경주, 최정원, 음악감독 박칼린이 최근 불거진 뮤지컬계 고소 사건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남경주, 박칼린, 최정원 / 이하 뉴스1
남경주, 박칼린, 최정원 / 이하 뉴스1

남경주·최정원·박칼린은 지난 22일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코로나19라는 큰 재앙 속에서도 우리는 공연 예술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유지해왔고, 이제 더 큰 빛을 발해야 할 시기이기에 이러한 상황을 저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며 호소문을 발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 뮤지컬이 관객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된다"며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正道)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우, 스태프, 제작사가 지켜야 할 원칙 3가지를 제시했다. 이들은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지 말아야 하며 스태프는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며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들이 동참해 주시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김소현, 정선아, 조권, 정성화
(왼쪽부터) 김소현, 정선아, 조권, 정성화

이후 대선배들의 입장에 동의 의사를 밝히는 뮤지컬계 종사자들의 SNS 게시글이 이어졌다.

릴레이의 스타트를 끊은 건 배우 김소현이었다. 뮤지컬 '엘리자벳' 4번의 시즌 동안 엘리자벳 역을 두 번 맡았던 김소현은 자신의 SNS를 통해 '동참합니다' '뮤지컬배우김소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성명문을 공유했다. 배우 정선아는 해당 성명문을 공유하며 하늘을 손으로 가린 사진을 첨부했다. 가수 출신 배우 조권은 해당 글에 "뮤지컬배우 후배로서 선배님들의 말씀에 공감하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사랑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배우 정성화는 정선아의 글과 사진을 공유하면서 동의 의사를 전했다.

정선아 인스타그램
정선아 인스타그램

'엘리자벳'과 '레베카' 등 옥주현과 많은 작품을 함께한 배우 신영숙 또한 성명문과 함께 어두운 밤하늘을 손으로 가린 사진을 올렸다. 민활란 음악감독과 배우 최유하도 성명문을 공유했다. '엘리자벳'에서 요제프 역을 맡았던 배우 이상현은 해당 성명문을 업로드하며 '이런게싫어', '무대를떠났지만', '그래도힘을보탭니다', '선배님들감사합니다' 등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외에도 배우 차지연, 신의정, 박혜나 등이 해당 성명문을 공유하며 동의 의사를 전했다.

옥주현, 김호영 / 뉴스1
옥주현, 김호영 / 뉴스1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엘리자벳 역을 맡은 옥주현은 지난 20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배우 김호영과 누리꾼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배우 김호영은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옥주현은 "'엘리자벳' 캐스팅 관련 억측에 대한 해명은 제가 해야 할 몫이 아니다"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했고 실제 고소로 이어졌다.

이에 김호영 측은 "옥주현 씨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만 상황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해당 내용으로 인해 김호영 배우에게 그 어떤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 공식입장 전문이다.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큰 재앙 속에서도 우리는 공연 예술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유지해왔고 이제 더 큰 빛을 발해야 할 시기이기에, 이러한 상황을 저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한 뮤지컬이 관객분들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됩니다.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습니다.

1. 배우는 모든 크리에이티브팀의 컨셉을 무대 위에서 제대로 펼쳐내기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뮤지컬의 핵심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배우 간의 앙상블이기 때문에 동료 배우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배우는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찬사를 대표로 받는 사람들이므로 무대 뒤 스태프을 존중해야 합니다.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됩니다.

2. 스태프는 각자 자신의 파트에서 배우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 진행은 물론 무대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에 홀로 선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공연 환경이 몇몇 특정인 뿐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 배우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참여하는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가장 선봉에 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습니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들이 동참해 주시길 소망합니다. 우리 스스로 자정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고 멋진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 최정원, 배우, 연출 및 음악감독 박칼린 올림.

home 장연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