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외신 탔는데…대통령실 “윤 대통령, 바이든 언급 안 했다. 더불어민주당 말한 것”
2022-09-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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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석, “대통령에 확인” 비속어 논란 해명
“짜깁기·왜곡으로 순방외교 발목 꺾어” 비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게 환담한 뒤 비속어가 섞인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문제가 커지자 대통령실은 비속어를 쓴 건 맞지만 미국 의회나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닌, 우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미 주요 외신은 '한국 대통령이 핵심 동맹인 미국을 모욕했다'는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대통령실 소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윤 대통령 스스로 협치 상대라고 밝혀온 야당을 향해 욕설을 뱉었다는 점에서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22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 발언에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스탠딩 환담'을 마친 후다.
김 수석은 발언 경위에 대해 "우리나라는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의 공여 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러나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못할 것이라고 박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이에 박 장관은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영상 속 윤 대통령의 음성을 다시 한번 들어봐달라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예산을 '날리면'(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는 의미) 기부금 공여를 약속한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얘기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말씀하신 분(윤 대통령)에게 확인했다는 것이냐"는 기자 물음에 "그렇다"며 "이 말씀을 직접 한 분에게 확인하지 않고는 이렇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 수석의 논평을 종합하면 글로벌펀드 재정공여회의 연설 후 해당 영상에 있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주장이다.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나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한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국회, 다시말해 '민주당'을 향해 있다는 의미다.
즉, 윤 대통령이 재정공여회의에서 공여를 약속한 1억 달러에 대해 예산 심의권을 쥐고 있는 야당이 반대하면(예산안을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바로잡은 셈이다. 또 해당 발언을 왜곡하고 짜깁기한 주체는 영상을 촬영하고 공개한 영상풀기자단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 수석은 야권 공세를 겨냥,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을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순방 외교는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이다. 그러나 한 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0시께 고위 관계자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발언이 "사적 발언"이라며 진위를 판명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이 약 10시간 만에 브리핑을 자청해 진화에 나선 데는, '비속어' 논란이 자칫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성과를 분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수석의 해명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욕설을 한 것이 되기에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안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윤 대통령의 막말을 바보(idiot)라는 뜻의 비속어로 번역하며 미 전기차 보조금 문제와 연관지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논의한 후 미국 의원들을 모욕했다고 본 것이다.
AFP도 "이미 낮은 지지율과 씨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핵심 동맹 미국에 대한 폄하 발언이 마이크에 잡힌 뒤 다시금 곤경에 빠졌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