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술수’ 주종혁의 성공은 한방이 아니다 [인터뷰 종합]

2022-09-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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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승무원을 꿈꾸던 주종혁의 이야기
“아직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올 상반기 국민들에게 힐링을 선사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통해 빛을 본 배우가 있다. 드라마의 유일한 빌런, ‘권모술수’라는 인생 별명을 얻은 배우 주종혁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그를 보고 ‘우영우’를 통해 한방에 성공한 라이징 스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성공에는 7년이란 시간이 있었다.

주종혁 / 이하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종혁 / 이하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원한 소나기가 내린 지난달 어느 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위키트리 사옥에 주종혁이 찾아왔다. 이날 위키트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주종혁은 ‘우영우’에 관한 이야기부터 32세 평범한 주종혁의 삶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2015년 독립영화 ‘몽마’로 데뷔한 주종혁은 ‘우리 안의 그들’, ‘기일’, ‘영 피플 인 코리아’, ‘전기기능사’, 넷플릭스 시리즈 ‘D.P.’ 등에 출연하며 알굴을 알렸다. 특히 그는 2020년 카카오M 액터스 오디션에서 700:1 경쟁률을 뚫고 현재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병헌, 한지민, 한효주, 김고은 등이 소속된 대형 소속사의 신예 주종혁. 사실 그는 연기에는 큰 뜻이 없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호텔경영을 전공하며 크루즈 승무원이 되기 위해 바텐더로 일하며 미래를 그렸다. 일하던 곳에서 손님으로 만난 PD의 부탁으로 홍보 영상을 찍은 후 연기의 재미를 느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 찍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연기를 모르니까 못 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 인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시야가 많이 넓어졌어요. 몰랐던 전문 용어들도 알게 되고 앵글 같은 게 많이 들어오죠.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역할에 임했던 건 데뷔 초 같아요. 결핍이 큰 힘든 역할을 맡았었는데 촬영이 다 끝나고 3시간 동안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순수하게 그 역할에 접근했던 것 같아요.”

다수의 작품을 거친 주종혁은 2022년 운명 같은 작품 ‘우영우’를 만났다. 대중에게 그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주종혁은 극 중 과도한 경쟁의식과 생존본능을 장착한 열혈 신입 변호사 권민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오디션을 통해 권민우 역을 따낸 그는 이러한 인물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유일한 빌런인 만큼 다소 과한 욕을 먹어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대본을 보자마자 그런 것쯤은 이미 예상했다고. 그는 희소성 있는 캐릭터를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고, 그 결과 ‘권모술수’라는 별명을 얻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권모술수로 더 많이 불리는 것도 너무 좋아요. 연기를 하면서 한 작품에서 큰 별명이 생겼다는 것은 어떤 배우에게는 없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이게 매번 있는 일이 아니라, 큰 선물 같아서 개인적으로 정말 행복해요. 그런데 한바다 블라인드 게시판에 영우 비밀을 올리거나, 상대 변호사에게 영우 명함을 넣어서 정보를 주는 건 선 넘었죠. 같은 사건을 맡았으면서 사진 자료를 공유 안 하는 것도 밉상이었어요.(웃음)”

주종혁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연자 및 스태프와 찍은 사진 / 이하 주종혁 인스타그램
주종혁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연자 및 스태프와 찍은 사진 / 이하 주종혁 인스타그램

그 어느 곳보다 화기애애했던 ‘우영우’ 촬영 현장은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를 만들어줬다. 집에서 이준호(강태오)와 술을 마시는 장면, 15화에서 장승준(최대훈) 변호사가 태블릿 PC를 달라고 할 때 "말을 해줘야 알지" 읊조리는 장면도 애드리브였다. 주종혁은 ‘우영우’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선배님인 은빈이는 어떻게 보면 경력이 많지만 제 또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대사량이 진짜 엄청났어요. 그걸 ‘다다다다’ 해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법정 신 같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이 보고 있고 NG가 당연히 날 수밖에 없는데, 은빈이는 여유 있고 강단있게 그 역할로서 대사를 소화하더라고요. ‘와 저런 사람들이 주인공을 하는구나’ 느꼈어요. 또 본인 역할만 보는 게 아니라 시야가 넓어서 극 전체를 보는 것 같아요. 되게 멋있고 진짜 대단한 선배라고 생각해요.”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강기영은 주종혁에 대해 “좋은 작품을 너무 빨리 만났다. 정말 잘하는 배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에 주종혁은 “인정한다”며 마음에 품고 있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기영이 형이랑은 영상통화를 자주 해요. 서로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인정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빠르게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는 형들이 있는데 다들 연극영화과에 들어가서 꾸준히 연기를 하던 사람들이에요. 그들에 대한 리스펙이 커요. 저는 상대적으로 연기를 늦게 시작했고 연극영화과도 안 나왔거든요. 무작정 독립영화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면서 했는데, 상대적으로 빨리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이하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하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극영화과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겸손한 태도를 보인 주종혁. 하지만 그 역시 ‘우영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무명에 가까웠다. 7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을 알리지 못해 아쉬움이 있을 법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입시 때부터 연기를 전공한 친구들이 보낸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몇 년이란 시간 동안 노력해서 졸업하고 작품을 하는 건데 저는 그 시간에 연기를 안 하고 놀았으니까요. 그 시간에 대한 리스펙이 커요. 정말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어요. 그게 그들에 대한 민폐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즐거웠고, 행복한 20대를 보낸 것 같아요.”

끝으로 그에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잃고 싶지 않은 신념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아직은 연기가 너무 즐거워서 연기하면서 즐거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기영이 형을 보면서 그런 부분들이 부럽더라고요. 결국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게 인생의 목표예요.”

‘우영우’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주종혁의 차기작은 오는 10월 첫 방송 예정인 'KBS 드라마 스페셜 2022' 단막극의 일곱 번째 작품 ‘아쉬탕가를 아시나요’다.

‘아쉬탕가를 아시나요’는 저마다 불만이 가득한 세상의 풍파를 겪고 잔뜩 꼬여 버린 한 여자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 하는 건물주의 아들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주종혁은 극 중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한마디로 꼬인 것 하나 없는 건물주 아들 설태준 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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