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생존자, 이태원 참사 두고 “이 말만은 하고 싶다”며 남긴 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 이선민 씨가 지난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며 애도를 표했다.

책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의 저자이기도 한 이 씨는 필명 '산만언니'로 30일 트위터에 "어지간하면 인터뷰 응하는데 오늘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대신 서면으로 입장 밝힌다"며 추모의 글을 남겼다.

그는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죽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밤이다. 경제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 멀쩡한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다가 혹은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려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종일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도무지 저는 납득이 안 된다. 어째서? 왜? 또? 라는 물음만 떠오를 뿐"이라며 애통해했다.

이어 "'나와 내 가족은 안 죽을 거야' 막연하게 생각한다는 말.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이번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 상황에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어떤 말이라고 위로가 되겠느냐. 차마 입 밖으로 아무 말도 안 나온다. 그저 먹먹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이 일도 내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앞서 다른 모든 무고한 참사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그러했듯이. 불시에 명을 달리한 분들의 죽음에 또 가족을 잃은 그 비통함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글에서 "국가 트라우마센터 포럼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직업적 트라우마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었다. 제복을 입었을 뿐 그들 역시 사람이구나 했다. 이번 이태원 사고 현장을 수습했던 소방관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1995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삼풍백화점이 부실 공사로 무너져 502명 사망, 6명 실종, 937명이 부상한 참사다. 이 씨는 해당 사고의 생존자이며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